“마침내 고지가 보인다”…대한항공 EU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

13일 EU경쟁당국과 3년여 협의 끝에 기업결합 승인 받아
4개 유럽 중복노선과 화물시장 독과점 우려 시정안 통과
기업결합승인 대상 14개 국 중 13개국 완료, 미국만 남아

‘드디어 9부 능선까지, 이제 하나만 남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가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까다로운 승인 기준으로 3년여의 긴 협의를 진행해 왔던 EU 경쟁당국이 마침내 승인을 낸 것이다.

대한항공은 13일 밤(한국시간) 필수신고국가인 EU 경쟁당국(EC)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대한항공이 시행한 시정조치들을 경쟁당국으로부터 확인 받아 거래 종결이 이루어지는 형태다. 이로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14개 국 중 총 13개 국서 승인을 마쳤다.

EU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기까지 과정은 무척 험난했다. 대한항공은 2021년 1월 EU 경쟁당국과 사전협의 절차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1월애 정식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때만 해도 ‘빠르면 2023년 상반기까지는 기업결합 승인이 마무리되지 않을까’라는 낙관적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EU 경쟁당국이 2월17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대해 7월5일까지 2단계 심사에 들어간다고 밝힌 것.

EU 집행위원회는 “합병이 유럽경제지역(EEA)과 한국 사이 여객 및 화물 운송 서비스 시장의 시장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파리, 로마 등 유럽지역 4개 중복 노선을 지적했다. EU 집행위는 대한항공에 시장 독과점 우려 해소 방안 등을 담은 시정안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경쟁환경 복원을 위한 시정조치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사업 부문의 분리 매각과 여객 4개 중복 노선에 대한 신규 항공사의 노선 진입 지원 등에 대한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 사업 부문 분리매각을 위한 입찰 및 매수자 선정 등을 매각 직전까지 선행한다. 선정된 매수인에 대한 EU 경쟁당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 거래를 종결할 수 있으며, 이후에 실제 분리매각을 추진한다.

아울러 유럽 여객노선의 신규 진입항공사(Remedy Taker)로 한국의 티웨이항공을 선정했다. 티웨이항공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인천-파리, 인천-로마, 인천-바르셀로나, 인천-프랑크푸르트 4개 노선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이러한 내용을 답은 시정조치안을 지난해 11월2일 제출했다. 이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취합 및 마켓 테스트 등을 거쳐 승인이 결정됐다.

한편 대한항공은 이에 앞서 1월에는 역시 필수신고국가인 일본 경쟁당국 공정취인위원회(JFTC)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일본 경쟁당국도 2021년 8월 신고서 초안을 받은 이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까지 결합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증가해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한일 노선들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대한항공은 결합 항공사들의 운항이 겹친 여객노선 12개 중 경쟁제한 우려가 없는 5개 노선은 대상에서 제외하고, 서울 4개 노선(오사카 삿포로 나고야 후쿠오카)과 부산 3개 노선(오사카 삿포로 후쿠오카)에 국적 저비용항공사(LCC)를 비롯한 진입 항공사들이 운항을 요청할 경우 슬롯을 일부 양도하겠다는 시정안을 제출해 승인을 받았다.

이로서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통합을 위해 2021년 1월14일 이후 진행한 총 14개 경쟁당국에 대한 기업결합을 신고는 EU를 포함해 13개 국으로부터 결합을 승인하거나 심사,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를 종료했다. 대한항공은 이제 하나 남은 필수신고국가인 미국 경쟁당국과의 협의에 속도를 높여 빠른 시일 내에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재범 스포츠동아 기자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