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대로도 충분해”... 다이어트를 그만두자 생긴 기적 같은 일 ②

이민아 2024. 2. 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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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킹이 입은 옷을 보고 마음에 들어서 입어 봤는데 그 핏이 아닌 경험, 한 번쯤 있으실 텐데요.

그 이유가 지극히 비현실적인 마네킹 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몇 없을 것입니다.

보통은 내 몸을 탓하며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돌아서죠.

하지만 이럴 때 필요한 건 ‘다이어트’가 아니라 ‘내 몸을 마주할 용기’라고 말하는 이가 있습니다.

크리에이터 치도, 바디포지티브를 주제로 한 콘텐츠를 기획·제작한다. 사이즈 차별없는 패션쇼, 한국 평균 체형 마네킹 제작 등으로 주목받았다.

그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국내 1호 내추럴 사이즈 모델’, ‘바디포지티브 (내 몸 긍정주의) 운동가’ ‘패션 유튜버’ 등입니다.

치도가 해 온 이 모든 활동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메시지는 ‘내 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사랑하자’

그녀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날 때부터 자존감이 높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결코 그렇지 않았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지 않은 결과는 혹독했고, 막다른 길에서 마침내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됐죠.

혹자는 묻습니다. ‘바디포지티브’가 나만 달라진다고 되는 건 아니지 않냐고.

치도는 반문합니다. 내가 달라지면 변화가 시작되는 것 아니겠냐고.

유행처럼 반짝 떠오르는 것이 아닌 지속가능한 ‘바디포지티브’를 응원하며 치도와의 인터뷰를 싣습니다.

Q. 치도님은 에세이도 내신 거로 알고 있어요. 그 중 한 권은 일본에서도 출간되었다고요?

네, 지금까지 총 세 권을 냈고요. 그 중 <다이어트를 그만두었다>는 ‘해외 출판해야지’ 이래서 한 게 아니라 제 책을 읽은 한 독자분이 원래 언론사 인턴이셨는데, ‘이런 책은 일본에 나와야 된다’라고 생각해서 직접 오랫동안 출판사를 수소문하셨대요.

그분이 직접 번역하고 싶다고 저한테 연락 주셔서 출판까지 할 수 있었어요.

제게도 정말 놀라운 일이었지만 일본에서도 사실 이게 큰 도전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이런 주제의 책은 일본에서 실험적이었다’는 평도 좀 있었고요.

가장 최근에 출간한 책은 <친애하는 나의 몸에게>라는 청소년을 위한 바디포지티브 에세이에요.

사진=위 전면에 배치된 세 권이 치도의 바디포지티브 에세이, 아래는 치도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바디포지티브 강연하는 모습

Q.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이유가 있으세요?

100인을 인터뷰했을 때 내 몸에 대한 수치심이나 콤플렉스를 갖게 된 게 대부분 청소년기 때 더라고요.

그 책을 내고 나서 강연 제의가 많이 와서 전국의 학교나 도서관에서 청소년들을 만났어요.

직접 만나보니까 그런 상처가 사실은 내가 좋아하는 가족들, 친구들이 무심코 한 말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어요.

‘요즘 살쪘다’ 라든지 ‘너는 어깨가 왜 그렇게 넓어’ 라든지 정말 아무렇지 않게 하는 몸에 대한 평가가 ‘너는 사회에서 말하는 미의 기준과 달라’ 이런 식으로 받아 들여지면서 억압이 되는 거죠.

그게 성인이 된 이후에도 마치 인생의 미해결 과제처럼 남겨 놓고 살아가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Q. 치도님도 그런 경험이 있나요? 내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물론이죠. 예뻐지는 거 아니면 죽을 것 같이 행동했던 그랬던 시절이 있어 봤기 때문에 그런 시절을 보내는 게 얼마나 아깝고 힘겨운 건지 알아요.

제가 대학교 때 모델을 하고 싶어서 1년 동안 아예 다이어트만을 위한 휴학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그때 섭식 장애와 다이어트 강박증을 겪고 엄청 힘들었었어요.

깨닫게 된 계기는 여느 때처럼 먹은 것을 토해내고 앉아 있다가 ‘그동안 나는 왜 있는 그대로 나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그럴듯하게 바라봐 준 적이 없을까’ 의문이 들더라고요. 그 때 부터가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치도는 유튜버 등에서 돋보이는 77사이즈를 위한 코디법과 패션팁 등 콘텐츠로 구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Q. 앞으로 어떤 일들을 또 계획하고 있는지요?

패션을 소재로 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이기만 했는데, 올해는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소규모 마켓 형식으로 시장 반응을 좀 살피는 중이에요.

빅 사이즈나 플러스 사이즈 의류 자체가 일단 디자이너 브랜드가 없어요.

대부분 쇼핑몰인데 그 안에서도 엄청 한정적이거든요, 일반 의류에 비해서 유행에도 한 박자 느리고.

그래서 이런 갭을 좀 더 줄여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Q. ‘바디포지티브’와 관련된 활동으로 8년째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내 몸을 사랑하세요 라고 얘기를 하면 ‘저는 못 사랑하겠는데요’ 이렇게 말하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러면 저는 ‘지금 당장 사랑하지 않아도 내 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거, 마주 보는 것 부터가 바디포지티브다’라고 말해요.

저도 그 용기를 내는 게 정말 어려웠거든요. 거울을 보면 내가 항상 미워 보이고, 고칠 부분만 봤던 나의 관점을 조금씩 바꿔나가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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