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19) 루고 : 2000년 전 로마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2024. 2. 1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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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우리나라와 수교한 지 올해 73주년을 맞은 유럽의 전통우호국이다.

루고는 갈리시아지방의 대표적인 도시이다.

약 2000년 전 지어진 성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도 놀랍지만, 요즘도 사람들의 통행로로 쓰인다는 게 더 대단했다.

로마제국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라는 세 대륙을 지배했고 많은 흔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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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나라 스페인
스페인은 우리나라와 수교한 지 올해 73주년을 맞은 유럽의 전통우호국이다. 과거에는 투우와 축구의 나라로만 알려졌으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주요한 유럽 관광지다. 관광뿐 아니라 양국의 경제· 문화 교류도 활발해지는 등 주요한 관심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연재를 통해 켈트, 로마, 이슬람 등이 융합된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소개한다.
 
로마 성벽 위에서 바라본 도심지역. 필자 제공
갈리시아 지방은 넷플릭스 드라마 ‘갈리시아의 상속자들’로 알려져 있다. 대서양을 마주하고 있어 해산물과 알바리뇨 와인으로 유명하다. 루고는 갈리시아지방의 대표적인 도시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길목에 있다.

루고라는 도시 이름은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루고는 로마의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에서 유래했다. 루고(Lugo)는 ‘아우구스투스의 성스러운 숲(Lucus Augusti)’이라는 뜻이다. 야만인으로부터 이 성스러운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서 로마제국은 성벽을 둘렀다. 무려 서기 3세기에 지어져 거의 2000년이 되어간다. 역사성을 인정받아 2000년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루고 로마 성벽 쪽에서 바라본 산타마리아 대성당. 필자 제공
로마 성벽에 올랐다. 7m 정도의 아담한 높이에서 도시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푸릇한 이끼와 식물이 덮인 성벽을 가운데 두고 왼쪽의 구도심과 오른쪽의 신도심 지역의 풍경이 묘하게 대조된다. 2㎞가 조금 넘는 길이의 성벽을 천천히 유람하려면 두 시간 남짓 걸린다. 걷다가 성벽 너머로 보이는 곳이 궁금하면 제일 가까운 성문으로 내려가면 된다. 성안 쪽의 구도심 역사지구 안에는 볼 것들이 제법 있다.

루고 산타마리아 대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2세기에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여러 부속건물을 더 짓는 바람에 로마네스크, 고딕, 바로크 등 다양한 양식이 혼합되었다. 천천히 대성당으로 들어가 본다. 들어가자마자 마주치는 것은 거대한 천장화다. 무척 아름답다. 18세기에 호세 데 테란이라는 화가가 그렸다는데, 복원된 모습이라고 한다.

루고 대성당 내부 ⓒ Cathedral de Lugo
루고 대성당 천장화 ⓒ Cathedral de Lugo
성벽을 내려왔다. 비 그친 후 안개 낀 황혼 무렵에 노부부가 다정하게 거리에서 발걸음을 옮긴다. 약 2000년 전 지어진 성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도 놀랍지만, 요즘도 사람들의 통행로로 쓰인다는 게 더 대단했다. 로마제국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라는 세 대륙을 지배했고 많은 흔적을 남겼다. 루고 성벽은 세 대륙에서 현재에도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유일한 곳이다.
안개 낀 루고 시내 모습, 필자 제공
안개 낀 로마 성벽을 걷다 보니 마치 로마 시대로 되돌아간 것 같다. 그런데 고개를 돌려 보니 나지막한 현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비로소 나는 현실로 되돌아온다.
 
이은진 스페인전문가·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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