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영화만? 웹툰도 OST 뜬다…차트 상위권 휩쓸기도

웹툰 ‘해일로의 아침’ 오에스티(OST)인 디어 블러썸의 ‘원 모어 스텝’ 표지. 네이버웹툰 제공

지난달 26일 웹툰 ‘해일로의 아침’ 오에스티(OST) ‘원 모어 스텝’이 발매됐다. 웹툰 오에스티는 이제 특별할 것 없지만, 이 노래는 좀 별난 구석이 있다. 노래를 발표한 ‘디어 블러썸’은 재즈 보컬리스트 조정희와 재즈 피아니스트 이선지가 결성한 듀오다. 재즈 음악가의 웹툰 오에스티 참여는 좀처럼 드물다.

이 노래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지난해 9월 개최한 ‘2023 싱잉 비코프(BICOF)’ 대상 수상곡이다. 지난해 처음 시작한 창작 음악 경연대회로, 만화·웹툰을 모티프로 한 창작곡으로 참가해야 한다. 웹툰 ‘해일로의 아침’은 주인공 해일로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마라톤을 통해 자신의 참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조정희가 작사·가창을, 이선지가 작·편곡·연주를 맡아 모던록과 재즈의 조화를 이룬 ‘원 모어 스텝’은 웹툰 특정 회차에서 자동 재생된다.

이렇듯 웹툰 오에스티가 갈수록 다각화되고 있다. 유명 가수, 케이(K)팝 아이돌, 가상 아이돌, 재즈 음악가 등 참여자의 면면이 다채로워지는가 하면, 관련 경연대회도 생겼다.

웹툰 ‘바른연애 길잡이’ 오에스티(OST)인 적재의 ‘나랑 같이 걸을래’ 표지. 네이버웹툰 제공

영화나 드라마에만 있던 오에스티가 웹툰에도 도입된 시기는 2010년대 초반이다. 2011년 웹툰 ‘치즈 인 더 트랩’ 오에스티 ‘사랑하나 못하는 바보’(아일랜더)와 ‘패션왕’ 오에스티 파트 1(쿠아쿠아)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초창기엔 작가가 개인적으로 가수를 섭외해 제작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어서 유명 가수 이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후 웹툰의 인기와 영향력이 치솟으면서 참여 가수들의 체급도 올라갔다. 인기 웹툰과 음악 기획사의 협업으로 오에스티가 탄생하는 사례가 늘었다. 2020년부터 1년에 걸쳐 15곡을 공개한 로맨스 웹툰 ‘바른연애 길잡이’ 오에스티에는 윤하, 시아(준수), 신용재, 이하이, 허각, 양요섭, 적재, 로꼬, 십센치(10CM), 케이시엠(KCM), 죠지, 린 등 유명 가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적재의 ‘나랑 같이 걸을래’는 음원 차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20년 로맨스 웹툰 ‘취향저격 그녀’ 오에스티에도 규현, 산들, 카더가든, 크러쉬, 그레이, 정은지, 스탠딩 에그 등이 이름을 올려 성공을 거뒀다. 특히 산들의 ‘취기를 빌려’는 두달 넘게 멜론 차트 2위를 기록하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웹툰 ‘취향저격 그녀’ 오에스티(OST)인 산들의 ‘취기를 빌려’ 표지. 카카오웹툰 제공

중견 가수들의 참여도 늘었다. 이승철(‘달빛조각사’), 자우림 김윤아(‘화산귀환’), 백지영(‘N번째 연애’), 바비킴(‘아는 여자애’), 노라조(‘네이처맨’) 등이 대표적이다. 이승철이 ‘달빛조각사’ 오에스티로 부른 ‘내가 많이 사랑해요’는 에스엔에스(SNS)에서 ‘고백송’ 챌린지로 유행하기도 했다. 뮤직비디오에는 배우 박보검이 출연했다.

최근에는 케이팝 그룹이 부쩍 눈에 띈다. 하이브가 방탄소년단(BTS), 엔하이픈,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웹툰을 선보이면서 해당 그룹의 오에스티를 발매한 것과 별개로, 케이팝 아이돌이 다른 웹툰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더보이즈(‘나 혼자만 레벨업’), 보이넥스트도어(‘가비지타임’),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연애혁명’), 프로미스나인(‘작전명 순정’), 샤이니 태민(‘사내연애 사절!’), 아스트로 차은우(‘악녀는 마리오네트’) 등이 대표적이다. (여자)아이들의 타이 출신 멤버 민니는 네이버 라인 웹툰의 타이 작품 ‘완텅라이짜이’(Wanthong Rai Jai) 오에스티에 참여하기도 했다.

버추얼 걸그룹 이세계아이돌. 멜론 제공

가상 아이돌의 오에스티도 나왔다. 6인조 버추얼 걸그룹 이세계아이돌을 주인공으로 한 웹툰 ‘마법소녀 이세계아이돌’과 ‘차원을 넘어 이세계아이돌’ 오에스티는 음원 차트와 유튜브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이처럼 가수들이 대거 웹툰 오에스티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보다 웹툰의 주 소비층인 10~20대에 다가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웹툰의 서사와 잘 어우러진 오에스티는 독자의 감상 경험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웹툰 오에스티가 음원 차트에 오르는 사례가 늘면서 오랜만에 복귀하는 가수나 젊은 팬들을 겨냥한 케이팝 가수들의 참여가 부쩍 늘고 있다. 웹툰의 인기와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런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