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느낀 행복들』 바버라 지트워 “유망한 새로운 한국 작가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김용출의 문학삼매경]

김용출 2024. 2. 14.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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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리할 만한 유망한, 젊은 신진 작가가 없을까요?” 뉴욕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파스타와 레드와인을 앞에 두고, 커다란 눈동자를 지긋이 응시하던 그의 입에서 운명을 알 수 없는 말이 불쑥 날개처럼 튀어 올랐다. 운명은 장난을 좋아하고, 모든 것은 그렇게 시작됐다. 십여 년 전 뉴욕에 출판 에이전시를 차린 뒤 새 작가를 잇따라 발굴하며 사업과 명성을 키워 왔지만, 최근에는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작가를 찾지 못해서 뭔가 ‘벽’을 느끼고 있던 그였다.

이날 처음 만나서 함께 저녁을 하고 있던 동료 에이전트 한국계 조셉 리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미소를 띠면서 대답했다. “많죠!” 조셉은 세계 여러 나라의 책을 한국에 소개해 왔지만, 한국 책을 다른 나라에 팔아본 적이 없었다.

바버라 지트워(Barbara Zitwer)는 이날 조셉으로부터 김영하라는 한국 작가와 작품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소개받았다. 제목을 듣는 순간, 그는 이야기에 빠져들 준비가 됐다. 그는 곧장 그 자리에서 조셉에 이어 김 작가와 직접 통화를 했다. 김영하의 책은 그가 미국에 중개해 출간된 첫 한국 작품이 됐다.

언젠가 또 다른 한국 작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영역본 20여 페이지가 그의 책상 위에 올라왔다. 신 작가의 소설은 그에게 한국 문학으로 들어가는 토끼굴이 됐고, 그는 기꺼이 굴 안으로 껑충 뛰어들었다. 굴에는 수많은 보석 같은 작가들이 있었다. 한강, 정유정, 박소영, 안톤 허, 편혜영, 김애란, 조경란, 김현, 김언수, 서미애, 임성순, 황선미⋯. 시간이 흐르자 어느 순간 한국 작가들의 수상 소식이 들려왔다. 맨 아시아 문학상, 부커상, 대거상, 셜리 잭슨상⋯. 시간이 더 흐르자 문학 한류가 서서히 일기 시작했다.

아니야. 그는 다시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흔들었다. ‘한국의 행복서’ 같은 책을 찾기 위해서 오랫동안 많은 곳을 찾아다녔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덴마크의 ‘휘게(hygge, 작은 행복)’나 일본의 ‘이키가이(生きがい, 삶의 의미)’를 다룬 작은 책이나 덴마크와 일본 문화를 다룬 작은 책들은 세계적으로 수백만 권이 팔리고 있었다. 읽기 쉽고 내용도 좋아서 글로벌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만약 이런 형식으로 한국의 행복에 관한 책이 나온다면. 그런데 좋은 책을 찾을 수 없다면⋯.

“왜 한국인가?” 더구나 오랫동안 한국문학을 소개해온 그는 출판업계 사람들이나 친구들, 가족 모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받았다. 당신과 한국은 어떻게 되나요? 왜 한국을 좋아하나요? 만약 이런 책을 쓴다면 자신이 느낀 것을 몇 시간이고 설명하는 대신 그냥 사람들에게 책을 주고, 다음처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 이것을 읽어보세요! 그러면 제가 왜 한국을 사랑하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한국문학 에이전트 지트워는 직접 쓰기로 결심했다. 10년 넘게 한국을 여행하면서 한국문학을 소개해 왔고, 좋은 한국 작가들을 친구로 사귀었으며, 한국과 사랑에 빠진 그 아니었던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외부의 관점에서 한국의 매력을 바라본 책을. 일종의 회고록이자 여행기였다. 즐겁게 썼다. 특히 한국 작가와 친구들로부터 재밌는 이야기와 훌륭한 요리법을 전수받는 건 즐거웠다.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방영되기 전에 책을 다 썼지만, 한동안 미국 어디에서도 책을 낼 수 없었다. 다행히 네덜란드와 이탈리아에서 먼저 책이 출간되면서 그의 첫 소설을 출간해준 영국 출판사(Short Books)에서 영어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책은 현재 여러 나라에 출판됐고, 미국에서도 잘 팔리고 있다.

“저와 책이 시대를 너무 앞서간 것 같아요. 처음 미국에선 누구도 그 책을 출판하지 않을 것이고 모두 한국인이 아닌 사람이 한국에 관한 책을 출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죠. 매우 화나고 우울하고 어리석은 일이었어요. 미국인들은 글로벌 시대에 뒤쳐져 있고, 정체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문학과 국민에게 좋지 않는 것 같았죠. 우리를 분리시키고 우리의 창의성과 자유를 제한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잘 출판돼 기쁘고 감사합니다.”

신경숙과 한강, 김영하 등 많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세계에 알려온 제1세대 한국문학 에이전트 바버라 지트워가 한국의 매력을 소개한 책 『한국에서 느낀 행복들』(문학수첩)을 펴냈다. 지트워는 책에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발견한 소소하지만 행복한 순간과 키워드를 외부의 시선으로 소개한다. 한국인의 소통, 음식, 집, 가족, 자연, 계몽, 자매애, 애견 등등. 각 장 뒤에는 대표적 한국음식 에피소드와 간단한 조리법도 담겼다. 언젠가 강화도 전등사를 찾았을 때 경험한 일화는 인상적이다.

“어느 날 스님 한 분이 함께 차를 마시자고 청하셨다. 통역자도 동석했다. 난 지난해 내 삶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하소연했다. 남편이 복잡한 수술을 했기 때문이다(다행히도 완전히 회복했다). 결국 난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스님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주제를 바꾸셨다. 통역자가 내 말을 전하기도 전이었다.

‘우리는 지금 행복합니다.’

스님이 위로하듯 말씀하셨다. 통역자를 통해 들은 스님의 말씀은 이랬다. 난 과거의 스트레스를 짊어지고 사느라 소중한 현재 순간을 낭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결국 어떻게 보느냐다. ‘네, 물론이죠! 우린 지금 행복해요.’

스님의 말씀을 따라 하고 나니, 문득 내가 왜 울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난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와 이 산속 절에 들어왔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인 이곳에서 스님과 함께 차를 마시고 있지 않은가! 스님의 말씀은 단순하지만 심오했다. 오늘날까지도 난 걱정거리나 두려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그 순간을 떠올리며 힘을 낸다. 스님이 해주신 말씀도 되뇌어 본다. ‘우린 지금 행복합니다.’”(108쪽)

한국문학 에이전트 지트워는 왜 한국의 매력을 알리는 책을 내야 했을까. 그가 바라본 한국의 매력, 한국 문학의 가능성은 무엇일까. 지트워를 최근 이메일로 만났다.

―미국 사회와 세계에서 한국 문학과 한국 작가에 대한 인식이나 평가는 어떠한가.

“오늘날 한국 문학은 세계에서 가장 흥미롭고 새롭고 빛나는 문학적 발견으로 여겨진다. 제가 처음 한국문학을 접했을 때, 신경숙과 한강, 정유정, 손원평 등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상상할 수 있나? 하지만 이제는 모든 나라의 모든 출판사가 한국어 책을 출판하고 있다. 제가 이 트렌드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많은 에이전트와 출판사에서 모두 한국 책을 원하고 대표하고 싶어한다! 12년 전 초창기에는 한국의 위대한 문학가가 극소수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한국 문학이 픽션, 논픽션 등 온갖 장르로 가득 차 있다는 걸 이해하고 있다. 범위와 탁월성 측면에서 영어 도서와 비교할 수 있는 문학 작품이다. 저는 스릴러, 미스터리, 청소년 도서, SF, 판타지, 자기계발서, 철학 등을 발견했다. 해외 출판사들은 자신들의 목록에 맞는 한국어 도서를 찾고 있다⋯ 아직까지 매출과 명성 측면에서 한국인 JK 롤링, 존 그리샴, 다니엘 스틸은 없다. 그런 일은 일어날 것이다! 머지않아 한국 작가가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고 믿는 만큼, 한국 작가들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작가들과 경쟁하게 될 것이다.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그렇게 됐다고 말씀드리게 돼 기쁘다.”

―“머지않아 한국 작가 중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올 것”(12쪽)이라고 말했는데.

“저는 신경숙이 노벨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현대 한국의 목소리이고, 수많은 책, 단편 소설, 에세이를 집필했으며, 그녀의 작품은 시적이고 대담하다. 각 책은 그 자체이고, 결코 반복적이지 않으며, 문학적으로 항상 새 도전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접근성과 매력을 갖고 있고, 누구보다 한국 문학과 다른 한국 작가들을 옹호했으며, 한국 작가들에게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한다. 가장 아름답고 놀라운 이유는 신 작가가 늘 ‘누군가가 자신의 책을 다 읽었을 때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좀 더 친절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녀는 뛰어난 작가일 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의 목소리다. 저는 그녀의 일을 좋아한다.”

―요즘 주목하고 있는 한국 작가가 있는지.

“항상 출판되지 않은 새로운 한국 작가들을 찾고 있다. 특히 철학적 전망과 미래 지향적 사고 측면에서 세계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국의 새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서 에이전시를 설립했고, 에이전시의 첫 번째 저자인 진보라씨와 그녀의 데뷔작 『메모리케어』(은행나무)를 발표하게 돼 기쁘다. 우리는 이 미지의 작가를 오는 3월 런던도서전으로 데려와 소개하겠다. 저는 이 책을 좋아한다. 저는 한국의 새로운 작가들을 대표하는 작품을 찾는다. 왜냐하면 저는 그들이 매우 흥미롭고, 생각을 자극하며, 낡은 것에 지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도서 판매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유럽 출판사는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된 책을 찾고 있다. 이는 번역에 있어 엄청난 기회이다. 방금 새로운 독일 에이전트를 만났는데, 그들은 독일이 어떻게 한국 도서에 점점 더 개방적인지를 이야기해 주었다. 많은 독일 출판사들이 한국 책을 많이 원한다. 더 이상 할당량은 없다. 그것은 대단한 일이다. 팬데믹 기간 미국 영국 전역과 유럽 및 서부 전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를 시청했고, 모두 사랑에 빠졌다. 「오징어 게임」은 글로벌 현상이고, 그것이 한국 문학에도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 문학 국제 에이전트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

“새로운 책을 발견하고, 때로는 개발하며, 파트너로서 모든 국가의 공동 에이전트와 협력해 작가의 작품을 관리하고 판매하며 할리우드, 뉴욕, 런던에서 영화와 TV를 위해 작업한다. 제 국내 파트너는 제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고 출판한다. 홍보, 마케팅, 번역 등의 업무를 다 함께 조화롭게 진행하고 있어 거의 외교 대행업체이자 비즈니스 대행업체에 가깝다. 현재 동료 파트너와 저는 우리의 모든 작가들과 앞으로 나올 새 작가들을 알리고, 성장하고, 포용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훌륭하고 조화로운 조합이다. 국내 파트너는 현재 한국의 ‘참에이전시’와 함께 ‘바버라 지트워 에이전시’의 지평을 점점 확장하고 있다.”

―책에서 “한국 사람들은 자신을 실제보다 낮게 평가한다”(192쪽)고 지적했는데.

“한 번은 서울에서 김환기 작가의 전시를 보러 다녀온 적이 있다. 정말 웅장하고 놀라웠다. 그런데 박물관 정보에 대한 텍스트가 한국어로만 돼 있다는 것을 알았다. 공연 카탈로그를 사러 갔는데, 전부 한국어로 돼 있었다. 세계의 가장 중요한 도시 중 하나인 서울의 대형 박물관에서 한국의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사람의 회고전에 번역이나 영어 자료가 없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그날 밤 신경숙씨 집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그 상황에 불평을 토로했다. 박물관 관장은 이 화가의 삶과 예술, 전시 작품을 영어와 다른 언어로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않나?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모든 전시품은 10~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있다 등등. 신경숙이 웃으며 ‘바버라, 박물관에서는 한국인 외에는 그의 작품을 좋아할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비명을 질렀다. 저 사람들 미쳤어? 그는 천재예요! 저는 왜 한국인들이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자신의 특별한 재능과 예술, 문학, 문화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또 한 번은 한국인 공동 에이전트와 토론을 하면서 한국인은 더 대담해야 하고, 항상 노력하는 뉴요커처럼 되어야 하며, 우리가 최고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 에이전트는 ‘바버라, 당신은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일본과 중국의 두 고래 사이에 있는 새우와 같다’고 말하더라. 저는 ‘한국인들은 이제 고래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까’라고 소리쳤다. 구글 번역과 AI 번역을 통해 더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인과 세계 사람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다. 한국이 세계에 더 많이 개방될수록 한국이 얼마나 특별하고, 희귀하고, 훌륭하고, 멋진지 더 빨리, 더 많이 인식하게 될 것이다.”

―책에 여러 한국 음식을 소개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즐겨하는 음식은.

“개인적으로 인삼삼계탕을 제일 좋아한다. 작은 마을 식당에서 처음 먹었다. 우리는 마루에 앉아 먹었는데, 밖에는 닭들이 뛰어다니고, 개 한 마리가 햇빛 아래에서 한가로이 쉬고 있었으며, 연꽃밭이 바로 옆에 있었다. 저의 할머니도 닭 수프와 치킨을 만들어 주곤 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의 치킨과 수프를 좋아했다. 할머니는 시골에서 우리를 소풍에 데려가시곤 했고, 큰 담요를 깔고 냄비에 담긴 닭고기 수프를 소풍에 가져오곤 했다. 인삼삼계탕을 먹으면서 다시 할머니와 가까워지게 된다. 저는 한국인들의 식사와 인삼 닭고기 수프를 먹는 것이 우리 유대인 가족과 같다는 것을 알았다.”

영화를 완성했을 때, 영화는 폭탄이었다. 아무도 영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영화 「뱀파이어 키스(Vampire's Kiss)」였다. 제작비를 다 쓰고 빚을 지게 됐다. 1984년 래리 코헨의 공포 영화 「스페셜 이펙트(Special Effects)」에서 스틸 사진작가이자 촬영 코디네이터로 경력을 시작한 그는 영화 제작자로서 경력에서 실패했다.

많은 것을 배웠지만, 자신의 영화가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우울했다. 할리우드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 인생을 바꾸기로 했다. 컬럼비아대 영화학교에 다닐 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온 독일문학 대리인 권터 그라스(Gunther Grass)의 조수로 파트타임으로 일했던, 항상 훌륭한 독서가였던 그가 아니던가.

그는 뉴욕에 문학 및 영화 에이전시를 설립했다. 책을 읽고 표현하고 판매하는 것은 훨씬 쉬웠다. 비용도 많이 들지 않았다.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모아야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곧 출판의 세상에 빠졌다. 새로운 작가를 만나고 대표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책은 영원하고, 읽는 데 돈이나 다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제 책만 있으면 공원이나 해변에 가거나 지하철이나 비행기에서 책을 읽을 수 있어요. 여러 면에서 가장 민주적인 예술 형식이죠. 책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박람회에서 언제든지 무료로 책을 찾을 수도 있어요. 도서관에서든, 거리에서든, 호텔방에서든.”

1953년 미국에서 태어난 바버라 지트워는 1995년 뉴욕에 문학 및 영화 에이전시를 설립하며 문학 에이전트 일을 시작했다. 특히 십여 년 전부터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비롯해 편혜영, 정유정 등 한국의 대표적 작가들의 작품을 세계에 소개해 왔다. 영화 제작에도 참여했고, 스스로 소설 『JM배리 여성수영클럽』을 펴내기도 했다.

―문학 에이전트, 작가로서의 성장과정은 어떠했는지.

“길고 때때로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저를 더 나은 사람, 문학 대리인, 작가로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저는 늘 너무 빠르고, 모든 것보다 앞서가는 사람이었고, 기다리지 못하거나 느려지지 않아서 순간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 문학과 번역가들과 함께 일하다 보니 인내심이 필요했다. 때때로 저는 수년 동안 번역자의 전체 내용을 읽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실망과 실패는 성공의 정점으로 데려가는 선물이라는 것도 배웠다. 실패 없이는 성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없었다. 이제 훨씬 덜 감정적이 됐다. 저는 모든 책, 모든 작가, 소속 작가가 받을 수 있는 모든 거절에 대해 더 감정적이었다. 제 작가가 출판사로부터 거절을 당하면, 정말 화가 났고 종종 화를 냈다. 하지만 이제는 더 많은 일을 하고 있고, 거절에 연연하지 않고 오히려 성공할 수 있는 새 방법을 찾고 새 편집자, 출판사 등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사업을 어떻게 계속할지에 더 걱정하고 더 많은 불안을 느꼈다. 특히 완성하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는 번역 도서를 판매하는 것이 상업적인 사업이 아닐 때 더욱 그렇다. 때때로 회사를 계속 운영하기 위해 저축통장을 해약하기도 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으면서 온몸이 따끔거렸고, 그것을 팔기 위해서 10년이 걸렸음에도 얼마나 훌륭했는지 알 수 있었다.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 일부를 읽고 기뻐서 천장으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독창적이고 훌륭한 책이었다⋯ 제가 하는 작가들을 대표할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고 행복하다고 느낀다. 저는 그들을 선택했고 이해했으며, 그들은 제 삶을 더 좋게 만든다. 제 삶과 마음은 좋은 생각들로 가득 차 있고 그것이 인간으로서 저를 위로해준다. 자신을 더 많이 받아들이고 자신 때문에 고통 받지 않는 법을 배웠다. 지금은 열 명의 독자만이 제 훌륭한 작가의 책을 읽을지라도 괜찮아, 미래에는 제 작가의 책이 고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저는 에이전트, 집필, 좋아하는 번역가들과 함께 일하는 등 출판의 모든 측면에 전념했다. 이는 저를 한국과 세계 여행을 데려갔고 인간과 사상가로 크게 성장시켰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문학 대리인이자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마음에 든다. 위대한 문학 대리인은 장수했고 일하기에는 너무 늙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스페인의 유명한 문학 대리인 카르멘 발셀스(Carmen Balcells)는 스페인과 라틴 아메리카문학을 세계로 가져왔다. 세계를 누비며 85세까지 일했다. 그녀는 제 히로인이다. 저는 천국에 갈 때까지 작가들과 함께 일하고 글을 쓸 계획이고 그 후에도 계속할 것이다.”

―문학 에이전시에 있어서 원칙이나 방법이 있다면.

“제가 좋아하는 작품의 작가들만 맡는다. 그것이 저의 첫 번째 규칙이다. 어떤 책인지, 저자가 누구인지, 판매가 얼마나 어려운지 등은 관심이 없다. 책이 제 마음을 감동시키고 사랑에 빠지면 그게 전부이다. 그런 다음, 저는 독점적으로 저자들과 일할 것을 고집하며, 매우 충실하고 투명하며 저자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도움을 주며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완전한 충성심과 진실성을 기대한다. 한국의 출판 방식은 서양과는 매우 다르기 때문에 불행하고, 슬프고, 우울한 일이 있었다. 오랫동안 열심히 일한 일부 사람에게 실망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저는 저의 가치와 직업윤리, 세계 동료들의 가치와 직업윤리에 진실해야 한다. 저는 동일한 공동 에이전트와 함께 일해 왔으며 도움과 지원을 의지할 수 있는 훌륭한 친구와 동료가 있다. 신뢰는 저희 회사의 제1원칙이기도 하다.”

―언젠가부터 스스로 소설도 써 왔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영적이고 변혁적인 경험을 했기 때문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런던에 갇혀서 햄스테드 히스에 있는 야외 수영장에서 수영하러 갔다. 아주 나이 많은 80~90대 여성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추운 날씨나 여름에도 매일 그곳에서 수영을 했다. 저는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며 연못에 뛰어들었고, 빛이 새어 들어오는 어두운 연못 속을 헤엄치며 어머니를 느꼈다.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저와 함께 있었다. 제가 물에서 나왔을 때, 청록색 눈을 가진 아주 나이 많은 한 여성이 저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 즐거웠죠, 그렇죠?’ 저는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라고. 공원을 나오자 『JM배리 여성수영클럽』이라는 제목이 떠올랐다. 같이 있던 친구에게 말했더니, 친구가 글쎄, 이제 책을 써야 할 것 같다고 하더라. 저는 그랬다. 저는 소설을 쓰는 것이 예술가로서 가장 어려운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이해하고 해결한 다음 글로 쓰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다. 하지만 일단 이야기가 머릿속에 떠오르면 쓰지 않으면 살 수 없다. 그 이야기에 사로잡히면 책을 써야 한다. 언제, 왜 그런 일이 일어날지 결코 알 수 없다.”

―하루 루틴은 어떤지. 취미생활과 건강관리는.

“홈 오피스를 가지고 있어 사무실이 침실에서 불과 몇 피트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한 밤 중이나 오전 5시에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것을 좋아한다. 세계적으로 다양한 시간대에서 일하기 때문에 매우 유연하다. 보통 오전 6시쯤 일어나서 커피를 마시고 이메일을 읽는다. 긴급한 사항은 바로 응답하지만, 보통은 먼저 들어온 모든 이메일부터 검토한다. 오전 10시까지 일한 뒤, 강아지 렉시를 데리고 리버사이드 공원이나 센트럴파크 산책을 하고, 정오에 요가를 하러 달려간다. 요가 스튜디오는 집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져 있다. 아니면 오전 9시에 요가 수업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돌아와서 일을 시작하기도 한다. 아침 일찍 책을 쓰기도 한다. 때론 부득이한 경우에는 회사 이메일을 읽고 일하기 전인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책을 쓴다. 늦은 밤에 쓴 내용을 검토한다. 저는 자신을 위해 일하므로 저만의 시간을 만들 수 있다. 영화와 극장을 좋아해서 자주 간다. 남편과 저는 영화를 좋아해서 새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에 바로 보러 간다. 왜냐하면 극장을 사랑하고 그곳에서 양육을 받기 때문이다. 강박적인 뜨개질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매주 금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여자 친구들과 뜨개질을 한다. 뜨개질 친구들은 우리 집에 오는 것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둘러앉아 실을 놓고 뜨개질을 할 수 있는 매우 큰 테이블이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채광이 좋고 허드슨 강이 내려다보인다. 항상 유기농 식품을 구입하고, 때때로 다른 것들을 쇼핑한다. 보통 남편을 위해 2박3일 동안 먹을 저녁 식사를 충분히 준비하므로 매일 요리할 필요가 없다. 매일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먹는다. 우리 집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작은 식료품점이 있는데, 저는 매일 그곳에서 쇼핑을 한다. 프랑스 빵집, 유기농 식품 매장, 카페 등이 즐비한 동네에 살고 있으며,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밤 음식을 주문한다.”

“저는 지금 그 일을 하고 있고 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야기가 완성되지 않으면 쉴 수가 없고, 긴장을 풀 수도 없어요.” 지칠 줄 모르는 영혼 바버라 지트워는 지금 새로운 소설을 집필 중이라고 밝혔다. 언젠가 머릿속에서 ‘연인 탐정의 뜨개질 클럽(The Detective Lovers’ Knitting Club)’이라는 제목이 떠올랐다. 올 여름까지 작업의 일부를 끝내고 출판사를 찾을 계획이다. “저는 많은 창의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사용하지 않으면 우울해집니다. 창의적인 에너지를 소설에 쏟아 부을 때 마음이 차분해지고 성취감을 느끼죠. 그렇지 않으면, 저는 출발 게이트에 갇힌 경주마와 같아서 필사적으로 달려 나가고 싶어도 달리지 못하죠. 저는 달려야 합니다!” 그는 괄호 속에 말뜻을 설명했다. “새 소설을 쓴다는 뜻이에요!”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사진=바버라 지트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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