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에 빠진 철학교수…“칸트 철학도 만화로 풀어낼수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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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웅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57)는 2000년대 문단의 가장 격렬한 논쟁거리였던 '미래파' 논란을 촉발한 인물이다.
권 교수는 "문학작품으로서 원피스의 깊이는 철학적 사유들의 깊이와 비견될 만하다"고 말한다.
권 교수는 이번 평론집에서 원피스의 무수한 인물들이 엮어내는 방대한 세계에 서양 철학의 중요한 흐름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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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간 5억부 발행 일본 만화
20년차 광팬으로 평론집 펴내
마징가 계보학 시집 출간하기도
한동안 문학 평론을 자제해왔다는 그가 이번엔 만화책을 평론해 보자고 나섰다. 모험과 전투가 주를 이루는 ‘소년 만화’를 철학적으로 논해 보자는 것이다. 평론 대상은 만화책의 역사를 새로 써 내려가고 있는 작품, ‘원피스(One Piece)’다. 악마의 열매를 먹고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된 주인공 몽키 D. 루피가 전설의 보물(원피스)을 찾아 해적왕이 되겠다며 동료들을 모아 항해를 떠난다는 내용의 만화다.
일본의 오다 에이치로 작가가 1997년부터 연재 중인 이 만화의 누적 발행 부수는 5억 부가 넘는다. 드래곤볼을 제치고 ‘단일 저자에 의한 최다 단행본 발행 부수’ 기록을 세우며 기네스북에도 오른 작품이다. 최근 원피스 평론집 ‘원피스로 철학하기’를 출간한 20년 차 ‘원피스 광팬’ 권 교수를 매일경제가 인터뷰했다.
대학 강단에 선 뒤에도 권 교수는 만화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는 “늦게 퇴근하는 날 집 앞 만화방에서 한 시간 정도 만화를 보다 들어가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며 “특히 20년째 읽고 있는 원피스는 신간이 나오면 필독하는 만화”라고 말했다. 한동안 문학 평론을 자제해 왔다는 그에게도 원피스는 지나치기 어려운 평론 대상이었다. 권 교수는 “최근 5~6년간 문학 평론은 그만하고 싶어서 요청이 들어와도 대부분 거절해 왔다”면서도 “제 인생의 한편을 채워준 원피스는 꼭 한 번 글로 다뤄보고 싶은 소재였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문학작품으로서 원피스의 깊이는 철학적 사유들의 깊이와 비견될 만하다”고 말한다. 그는 “처음 원피스를 접했을 땐 이야기 구조가 단순한 소년만화라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복선을 곳곳에 묻어둔 복잡한 구성, 감동과 유머가 교차하는 화려한 스토리를 보곤 작가가 천재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이번 평론집에서 원피스의 무수한 인물들이 엮어내는 방대한 세계에 서양 철학의 중요한 흐름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품의 주인공 루피는 고무처럼 늘어나는 신체를 이용해 고무고무 총, 고무고무 채찍, 고무고무 해머 등의 기술을 발전시켜 나간다”며 “자기 몸을 일직선, 이차원, 삼차원으로 연장해 전투를 벌이는 루피의 존재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근대인의 상상과 욕망이 확장되는 것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플라톤으로 시작해 데카르트, 흄, 칸트, 헤겔, 하이데거, 들뢰즈 등의 사유를 작품 속 세계와 관련지어 저서에 녹여냈다는 것이 권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27년째 연재 중인 원피스의 이야기는 이제 막바지로 향해 가고 있다”며 “만화가 완결되면 남은 이야기와 결말, 원피스의 정체를 모두 다루는 두 번째 책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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