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제보] 낙동정맥트레일 2구간, 작년 폭우 때 등산로 유실

조학래 2024. 2. 1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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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찍한 산판길이 너덜겅으로 바뀌었다. 길 가장자리로 초록색 배낭을 멘 동료가 위태롭게 산을 오르고 있다.

지난 월간 산 2023년 12월호에 실린 '외딴 기차역에 내려…아무도 모르게 산에 들다'라는 제목의 글을 읽었다. 작가님은 뛰어난 문필로 낙동강 상류 지역 산과 물의 비경을 멋있게 묘사했다. 그곳에서의 감흥을 새롭게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봉화 배바위산이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산행지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할 것 같다. 나는 이곳과 멀리 떨어진 부산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태백, 봉화 지역을 근교 산처럼 드나들고 있다.

나는 다소 의아했다. 지난 여름 역대급 폭우가 쏟아져 곳곳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는데, 이곳이 벌써 어느 정도 복구되어 통행이 가능해진 것일까? 특히 배바위산으로 가는 낙동정맥트레일 2구간 코스 곳곳에 발생한 산사태와 낙동강변의 세평 하늘길 트레킹 구간의 부서져 사라진 잔도가 복구된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다시 이곳을 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설렘에 곧바로 봉화군청에 확인 전화를 돌렸다. 그러나 관광과에서는 세평 하늘길이 아직 복구가 안 되어 전 구간이 통제되어 있다고 말했다. 산림과에서는 낙동정맥트레일 2구간 코스가 통행금지 중이며, 복구에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는 말까지 했다.

지난해 7월 이곳을 함께 산행했던 친구가 했던 말이 이 지역 산사태의 심각성을 잘 나타낸다.

"우리가 2~3일만 일찍 여기에 왔더라면 저 무너져 내린 돌더미에 깔려 죽었을 것이고, 우리의 주검은 누구도 쉽게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코스 내 돌덩어리가 무너져 내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원상회복은 아예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다녀간 뒤로도 며칠간 이전보다 더 많은 비가 내렸다고 하니 피해상황은 더 심각했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어떤 분이 지난 11월 세평 하늘길 트레킹에 나섰다가 끊어진 잔도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강을 건넜다며, 잔도 사진까지 올린 것을 확인했다. 모 산악회에서 11월 이곳을 방문한다는 카페 공지글이 아직도 게재되어 있다. 기대감을 안고 멀리까지 간 트레킹 도중에 길이 막힌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전진할 방안을 찾고 돌파를 시도할 것 같았다.

월간산에 글을 기고한 작가님은 이곳이 통행금지 구간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고, 전문 산악인이어서 큰 어려움 없이 이 구간을 지나간 듯했다. 그렇지만 작가님보다 산에 대한 전문성이 훨씬 뒤쳐지는 아마추어 산꾼인 나는 사람들에게 이 산의 현재 상황을 좀더 상세히 전해서 혹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됐다.

아울러 원상회복은 불가할지라도 사람의 통행만이라도 가능하도록 빠른 복구를 바라는 마음이 관계기관에도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낙동정맥트레일 2구간 코스, 세평 하늘길은 세속에 찌든 우리의 눈과 마음을 깨끗이 씻어주는 비경길이기 때문이다. 집중호우 이전 이곳의 방문 기록을 덧붙인다.

세평 하늘길 : 집중 호우 이전

나는 부산에 거주하고 있지만 먼 태백지역으로의 산행을 자주하고 있다. 최근 10여 년간 태백이 아닌 타 지역 사람으로서 태백산과 그 주변의 산들을 가장 많이 오르내린 사람이라고 스스로 자부할 정도다. 그간 부산에서 승용차나 시외버스 편으로 태백을 오갔는데 작년 가을 부산에서 태백으로 영동선 기차를 타고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태백역이 아닌 태백의 철암역으로 부산의 부전역에서 영동선이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태백에서 처음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돌아가던 날 창밖으로 펼쳐진 전경은 경이 그 자체였다. 기대하지 않았던 백두대간 협곡의 멋진 전경을 보게 된 것이다. 예전에 잡지에서 본 뒤 가보고 싶어 했던 그 낙동강 강변의 그림 같은 전경이 뜻밖에도 나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었다. 기차는 강을 이리저리 가로질러 달리니 카메라를 든 나도 바뀌는 강변 전경을 좇아 이쪽저쪽으로 옮겨 다니며 셔터를 누르기에 바빴다. 백두대간협곡 관광열차와 일반 열차는 똑같은 철로를 따라 달리는 것이었다.

이 지역에 매료된 나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 지역 여행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나는 부산에서 봉화의 세평 하늘길 트레킹과 낙동정맥트레일 2구간을 1박2일 만에 할 수 있는 여행코스로 고안해 냈다. 숙박은 철암역에서 멀지 않은 태백고원자연휴양림을 이용하기로 했기에 근교 산만큼이나 쉽게 들락거릴 수 있게 되었다.

낙동정맥트레일 2구간 : 집중 호우 이후

마침내 작년 가을 부산의 부전역에서 출발하는 무궁화기차를 타고 13시 56분 봉화의 양원역에 내려 낙동강변 트레킹 구간인 '하늘도 세 평, 땅도 세 평'이라는 뜻의 '세평 하늘길'에 처음으로 발을 내디뎠다. 양원역에서 승부역까지는 5.6km로 놀멍쉬멍 가도 3시간이면 충분하다. 고요히 흐르던 강물은 큰 바위 틈에서는 급류로 바뀌고 다시 호수처럼 잔잔한 웅덩이를 연출하기도 한다.

강변의 기암절벽은 백두대간 협곡이란 명칭이 결코 무색하지 않게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나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한 마리의 연어가 된 기분으로 강변을 거슬러 올라갔다. 지나가는 기차 승객과 손을 맞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철로변 콘크리트길이 있는가 하면 바닷가 백사장 같은 모래밭길을 만나고, 자갈길인가 하면 키 큰 나무가 늘어선 숲길이 나타나고, 가파른 벼랑에 매달린 잔도가 있는 변화무쌍함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기 바빴다. 혼자 걸어도 지겨울 틈이 없고, 걸어도 걸어도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절로 나오는 콧노래는 주체할 수 없었다. 이게 바로 진정한 힐링이로구나! 강변 너럭바위에 주저앉아 마시는 한 잔의 커피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향기롭고 맛있는 먹거리였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감이었다.

지난해 7월 봉화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나면서 배바위고개로 오르는 산판길 곳곳이 무너져 내린 돌덩이들로 인해 길이 너덜로 바뀌어 버렸다. 편안하게 하이킹으로 다니며 가을이면 멋진 단풍과 맑은 계곡물에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던 이 멋진 산판길이 이제는 지나가기에 매우 위험한 곳이 됐다. 다음 표에는 2023년 6~7월 봉화지역 강우량 현황으로 20mm 이상의 비가 내린 날만 모아 보았다.

6월 말부터 7월 중순 사이에 50mm 이상의 비가 내린 날은 총 6일이며, 100mm 이상 내린 날도 3일이나 된다. 사진 1은 2023년 7월 7일 산판길의 모습이다. 그러니까 집중호우의 중반기쯤 되는 날로 20.3mm의 강우량을 기록한 날이다. 나와 함께 간 동료(길 가장자리의 초록색 배낭을 멘 이)가 무너져 내린 돌덩이 가장자리로 올라가는 모습이다. 벌목한 목재를 싣고 트럭이 오르내리던 산판길이 산사태로 무너져 내린 돌덩이로 뒤덮여 너덜지대와 물길로 변해버렸다.

이 길은 영원히 옛 모습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이 지역의 수해 피해가 워낙 심각해 산꾼을 위한 등산로 수준으로의 복구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023년 12월 22일 봉화군청 산림과에 전화해 보니 아직 복구는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고, 현재 이 길은 통행금지 상태라고 했다.

세평 하늘길도 마찬가지다. 지난 10월 태백산 단풍 산행을 위해 가던 길에 이곳을 들렀다. 승용차를 양원역에 주차해 두고 승부역까지 왕복 트레킹을 목표로 출발했다. 강변길을 30분쯤 따라가니 강물 가운데에 계단처럼 생긴 큰 구조물 덩어리가 거꾸로 처박혀 있었다. 설마 했는데 좀 더 가다 보니 콘크리트 벽에 설치해 둔 잔도가 떨어져 나가버린 바람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금 전 본 구조물은 잔도의 잔해물이었던 것이다. 영동선 기찻길의 상황은 매우 삼각했다. 모 언론사에 실린 당시 사진에는 건축물이 무너지고 철로 노반이 유실되는 바람에 철길이 마치 출렁다리처럼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철도경제신문> 기사에 의하면 그 당시 영동선 봉화 관내 3개소에서 동시에 노반이 유실되어 열차 운행이 전면 중지되었다고 한다. 요원할 것 같았던 복구 공사는 이제 완료되어 지난 1월 8일 철길이 다시 열렸단다. 세평 하늘길도 2월에는 복구 완료될 예정이란다. 올 봄에는 또 다시 낙동강의 화사한 봄 내음에 흠뻑 빠져들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온 몸에 전율처럼 파고 든다.

2023년 6월 낙동정맥트레일 등반 도중 배바위산 정상에 오른 필자.

월간산 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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