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여행하는 동물들이 사라져간다
1189종 중 44% 개체 수 감소
어류는 97%가 ‘멸종위기’
서식지 손실·파괴 큰 영향
“온실가스 감축 등 규제 강화”
국경을 넘어 세계 곳곳을 이동하며 먹이를 먹고, 번식하고, 휴식하는 ‘이동성 야생동물’ 중 44%는 개체 수 감소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어류는 거의 전부 멸종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성 야생동물은 생물다양성의 ‘주요 지표’ 중 하나다.
유엔환경계획(UNEP) 산하 이동성 야생동물 보호협약(CMS)은 지난 12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제14차 당사국 총회를 시작하며 이런 내용 등이 담긴 ‘이동성 야생동물의 세계 현황’ 보고서를 냈다. 이번 당사국 총회는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 채택 이후 가장 중요한 세계 생물다양성 국제회의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1983년 처음 시작된 CMS의 당사국은 올해 2월 기준 133개국이다. 한국은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2014년 에콰도르 키토에서 열린 제11차 당사국 총회에서 ‘종 보존 상태 검토 준비’를 최우선으로 하기로 확인한 뒤 약 10년 만에 완성됐다.
보고서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데이터를 이용해 협약 당사국들이 ‘국제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이동성 야생동물 1189종에 관한 분석에 집중했다. 이동성 야생동물은 세계 곳곳을 이동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이들 종은 ‘전반적 환경 건강 지표’로 여겨진다. 해양, 담수, 육상 생태계 간 영양분을 전달하고, 꽃의 수분을 돕거나 탄소 흡수원 서식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보고서에는 이동성 야생동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 등도 담겼다.
연구진이 이동성 야생동물종 보전 현황을 평가한 결과, CMS에 등록된 1189종 중 260종(22%)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었다. 520종(44%)은 개체 수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14종은 상황이 개선됐지만 같은 기간 70종은 더 위험한 범주로 빠졌다. CMS 부속서에 등재되지 않은 멸종위기 이동성 야생동물도 399종에 달했다.
특히 CMS에 등재된 어류는 97%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었다. 1970년 이후 개체 수도 평균적으로 90% 감소했다. CMS 내 어류는 철갑상어를 포함한 상어와 잉엇과, 고등어, 가자미, 장어 등이 포함된다. 돼지코거북 등 파충류도 70%가 멸종위기였다. 지역별로는 아시아의 CMS 등재 종들이 가장 큰 위협을 받아 ‘멸종’을 향해가고 있었다.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에서도 감소 속도가 빨랐다.
CMS에 등재된 종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서식지 손실·분절’로 481종이 영향을 받고 있었다. 댐 등 구조물 건설 때문에 유럽 뱀장어 서식지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연구도 있다. 해초를 먹이로 하는 듀공은 간척, 항구 확장 등으로 개체 수가 줄었다.
남획, 사냥 등 ‘과잉 착취’의 영향을 받는 종도 446종에 달했다. 많은 이동성 야생동물은 예측 가능한 때에 특정 장소로 돌아오는 경향이 있어 과잉 착취에 특히 취약하다. 어획량 자체가 1970년 이후 18배 급증하면서 의도치 않게 그물에 걸려 올라와 ‘혼획’되는 상어·가오리 등도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서식지 변화, 고수온 등의 영향을 받는 종도 298종이었다. 푸른바다거북은 모래 온도 상승으로 암컷 비율이 과도하게 높아져, 어린 거북의 경우 99%가 암컷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빛 공해, 플라스틱 오염 등도 큰 위협이었다.
이동성 야생동물에게 중요한 핵심 서식지로 모니터링하는 지역의 58%가 지속 불가능한 수준의 인위적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보고서는 “야생동물의 이동 경로 중 주요 장소를 식별해 보호하고,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구축·확대해 나가야 한다”며 “협약에 따른 포획 금지 예외 사항을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 약속을 이행하고, 식물과 토양의 탄소 저장량을 증가시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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