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업 살려달라" 아우성인데… 정쟁에만 매몰된 국회

이한듬 기자 2024. 2. 14.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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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자와 만난 한 중소기업 대표 A씨의 하소연이다.

대기업은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20%를 할증해서다.

상당수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제대로 된 대응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가가 기업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고 보호주의라는 비판에도 자국 기업 우선 정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우리 국회는 정쟁에 매몰돼 다툼만 반복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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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국회 본희의장 전경. / 사진=뉴스1
"제 나이가 70이 넘었는데 자식들에게 가업을 물려주고 싶어도 세금부담 때문에 은퇴를 못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세율 때문에 세금을 납부하려면 결국 주식을 팔아야 하는데 경영권은 어쩌란 말입니까?"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중소기업 대표 A씨의 하소연이다. A씨가 보유한 주식의 평가액은 180여억원. 현행 상속법상 30억원이 초과하는 지분을 자식들에게 상속하려면 50%의 세율이 붙기 때문에 이중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산술적으로 자식들에게 주어지는 지분은 부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대기업의 사정은 더하다. 대기업은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20%를 할증해서다. 지분을 지키려면 결국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하고 금융권으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차입해야 하는데 이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일부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아예 승계를 포기하고 폐업하는 사례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와 여당이 상속세 개편에 군불을 지피고 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어 법률이 개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당이 상속세 완화를 부자감세라며 반대하고 있어 향후 논의 과정에서 지리한 다툼이 예상된다. 기업들이 과도한 세금으로 성장과 생존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기싸움으로 아까운 시간만 흘러간다.

상속세뿐만이 아니다. 국회의 정쟁으로 기업들의 염원이 좌절된 사례는 빈번하다. 최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개정안이 여야 정쟁 끝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지난 1월 27일부터 업종에 상관없이 5~49인을 상시 채용하는 모든 사업자에게도 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제도 확대 시행의 적용을 받는 5~49인 사업장은 83만7000곳이다. 해당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만 800만명에 달한다. 상당수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제대로 된 대응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계는 "현장에서는 감옥에 갈 위험을 안고 사업하느니 차라리 폐업하고 말겠다는 절규가 터져 나온다"며 2년 유예를 호소했지만 여야의 정쟁에 밀려 결국 법안 통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여야는 법안 통과 무산이 상대에게 있다며 '네 탓' 공방에 열만 올린다.

법인세를 비롯한 각종 세제나 투자를 늘리기 위한 세액공제 정책도 부자감세냐 아니냐의 다툼 끝에 당초 발의된 법안보다 축소되거나 아예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국회에 계류된 사례도 여럿이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 같은 일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모두 각자에 유리한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는 데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장기화와 저성장 고착화로 한국 경제는 올해도 녹록지 않은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1.4%에 그친 경제성장률은 올해 2%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활력을 제고하려면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가가 기업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고 보호주의라는 비판에도 자국 기업 우선 정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우리 국회는 정쟁에 매몰돼 다툼만 반복하는 형국이다.

2019년 한 경제단체장이 "우리 경제는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이다. 경제 현안에 대한 논의는 실종 상태"라고 여야를 직격한 일화가 있다. 기업경영 환경이 날로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경제현안 처리는 뒷전인 국회를 꼬집은 것이다. 당시 이 발언이 국회에서 회자 됐다는데 5년이 지난 지금도 변한 것은 없다. 대체 언제까지 기업의 목소리를 외면할 것인가. 불필요한 정쟁은 걷어치우고 위기 극복과 경제 회복을 위해 힘을 합칠 때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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