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마, 먹지마, 아무것도 하지마"…디플레 늪에 빠진 중국인들
중국 베이징에 사는 리오 리우(38)씨는 새 자동차를 구입하려던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전기차 업체들이 가격할인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중고차 시세가 급락해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타던 차를 팔아 새 차를 사야 하는데 말이 안 될 정도로 중고차 값이 빠졌다"며 "중고차 시세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신차 구매를 미룰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직장인 콘스탄스 저우(31)씨는 의류 구입에 이어 식비까지 줄였다. 저우씨는 "스테이크를 워낙 좋아해 예전엔 2~3일마다 먹었지만 최근엔 한 달에 한 번 날짜를 정해 놓고 식당을 찾는다"며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 모두가 허리띠 졸라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에서 거의 모든 소비재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소비 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통적인 '소비 대목'으로 여겨지는 춘제(설날)를 앞두고도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 올 1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8% 하락해 지난 2009년 9월 이후 15년 만에 낙폭이 가장 컸다. 중국 CPI는 지난해 7월 2년 5개월 만에 처음 마이너스로 전환한 이후 완만한 내림 곡선을 그려왔는데 올 들어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돼지고기 -17.3%, 채소 -12.7% 등 식료품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명절 필수음식인 돼지고기 소비량이 줄어 가격이 급락한 것은 중국의 심각한 경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의류·화장품·전자제품 등 필수 소비재 대부분이 1년 내내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데도 매출은 늘지 않고 있다. 20여년 만에 가장 활발한 가격 인하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자동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중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업체인 비야디(BYD)는 연간 300만대 이상 판매 기록을 세운 인기 제품 '탕'의 가격을 1만 위안, 테슬라는 '모델3' 가격을 1만5500위안 각각 낮췄지만 판매량은 오히려 줄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루이스 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론적으로는 제품 가격이 낮아지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져야 하지만 중국에선 그렇지 않다"며 "중국 경제가 이미 디플레이션에 직면했으며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중국인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줄어드는 수입을 어떻게 충당할지 혹은 추가 수입을 어떻게 지출할지에 대한 기준이 훨씬 엄격해졌다"며 "중국은 더 이상 판매자 중심의 시장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모건스탠리가 최근 발표한 소비자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6%가 지난 6개월간 최소 1개 이상 카테고리에서 지출을 줄였다고 답했다. 또 모든 카테고리에 걸쳐 더 저렴한 브랜드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다고 응답했다. 향후 6개월간 가계 재정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한 응답자는 45%로 최근 1년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디플레이션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FT는 지적했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5.2%로 목표치(5%)를 초과 달성했는데 이를 뒷받침한 것이 소매 판매(7.4% 성장)였다. 이들 지표에는 3년여간 팬데믹 봉쇄가 풀린 데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됐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지금과 같은 소비 추세가 지속된다면 경제성장률은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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