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작곡가‧프로듀서 '미친 감성'

조성진 기자 2024. 2. 13.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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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씨더맥스, 플라이투더스카이, 환희, 슈퍼주니어
휘성, 인피니트, 브아걸, 알리, 프로미스나인 등
많은 스타 가수와 작업
13만 구독 K팝 유튜브 채널 인플루언서이자
작곡 레슨 온라인 음악회사 CEO
K팝 신작 관련 발 빠른 리뷰 주목
트렌드를 읽는 남다른 안목
유튜브 통해 RBW 전속작곡가 뽑는 오디션 개최
일단 결정하면 거기에 ‘올인’ 스타일
R&B 기반 감성적 발라드 좋아해
향후 기획사 설립까지 ‘K팝 대군단’ 이루는 게 꿈
사진=조성진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미친감성'이란 예명으로 잘 알려진 조준영(40)은 엠씨더맥스, 플라이투더스카이, 환희, 휘성, 슈퍼주니어, 인피니트, 브라운아이드걸스, 알리, 버즈,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F(X), 프로미스나인 등 여러 스타 가수의 곡을 쓴 작곡가프로듀서다. 저작권협회에 134곡이 등록돼 있다.

현역 유명 작곡가로서 '미친 감성'이란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며 13만 명에 가까운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직원 12. 프로듀서까지 합치면 30. 연 매출 30억의 '감성사운드' CEO이기도 하다.

'미친 감성'이 마마무 소속사 RBW(알비더블유)와 함께 작곡가를 뽑는 오디션을 개최한다. 합격하면 RBW 전속작곡가로 활동하게 된다.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킨 김도훈이라는 당대의 작곡가가 대표 프로듀서로 있는 RBW는 마마무 소속사이기도 하다. 국내 굴지의 기획사가 자사 소속 작곡가를 뽑는 오디션을 '미친 감성'이라는 유튜브 채널과 함께 진행한다는 점에서 조준영의 남다른 존재감을 엿볼 수 있다.

RBW 소속 작곡가를 뽑는 오디션은 2월부터 촬영에 돌입해 3월부터 본격 심사에 들어간다. 오디션을 통해 약 4~5명이 채용되며 이를 위해 이상호 등 RBW 소속 유명 작곡가들이 심사위원으로 함께 한다.

K팝 아이돌 가수가 신보를 내면 발 빠르게 리뷰하고 작곡가프로듀서의 시각에서 전문적으로 특장점을 리뷰하며 주목받고 있는 '미친감성'은 개설 초기엔 구독자가 2000명 규모였다. 그러던 중 있지(ITZY) '달라달라' 리뷰 영상으로 구독자가 1만 명대로 폭증했고, '레드컵' 문제 제기로 하루평균 구독자가 1만 명씩 늘어났다. 피프티피프티 사건으로 다시 한번 화제가 됐는데, 숏컷은 100, 본편 영상도 80만 이상일만큼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물론 현재 '미친감성' 채널은 BTS 팬들이 많다고 한다. 이번 스포츠한국'조성진의 가창신공'에선 미친감성(조준영)을 만났다.

RBW 소속 작곡가를 뽑는 오디션에선 어떠한 인재를 원하는 걸까?

"첫째는 트렌드에 민감한 참신한 인재로 무엇보다 (나이)어린 재원을 찾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잘하는 사람을 찾는 게 아닙니다. 기술적인 건 이미 기존의 RBW 작곡가들이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요. 이들과 달리 '똘끼'로 충만한, 예를 들어 같은 멜로디라도 가사를 특이하게 쓴다거나 뮤직비디오 콘셉트를 색다르게 짠다거나 등등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젊은 재원을 찾고 있죠. 둘째는 인성이 좋아야 합니다."

미친감성은 K팝을 리뷰하는 '미친 감성', 작곡 레슨 전문의 '감성사운드' 등 두 개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미친 감성'이 지인 작곡가들과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제자를 양성해보자는 의도로 개설한 게 '감성 사운드'. K팝 리뷰 유튜브 병행하며 시작했는데, 이걸 보고 배우고 싶다는 학생들이 많아 초반부터 성공 가도를 달렸다. 미친감성 혼자 감당하기엔 학생 수가 너무 많아지자 지인 작곡가들에게도 강의 의뢰를 하며 지금의 현역 작곡가 중심으로 구성된 '감성사운드'로 틀이 갖춰지기에 이른다.

오픈 당시엔 수강생이 70명이었지만 코로나 때 온라인 교육이 늘어나며 학생 수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현재 정규 수업을 받는 학생이 600명 이상으로 동종업계에선 1위를 달리고 있다. 실시간 강의로 학생과 함께 곡을 같이 쓰기도 하는데, 이런 형태의 강의방식은 국내에선 유일하다.

강사진도 화려하다. '감성사운드' 강사 PD 중엔 신사동호랭이도 있다. 신사동호랭이는 주 2회 수업을 한다. RBW 김도훈 대표도 특강을 한다.

'감성사운드'가 돋보이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작곡가들이 작업한 히트곡 프로젝트 파일을 수강생에게 공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파일은 해당 곡을 어떻게 제작했는지 그 작곡가만의 곡 쓰는 기술과 스타일 등 모든 비밀이 담겨 있는 귀중한 레시피, 일종의 '영업비밀' 같은 것이다. 그래서 공개를 꺼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미친감성은 감성사운드 채널을 통해 이러한 히트 작곡가들의 프로젝트 파일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있는 것.

학생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폭발적이다. 프로젝트 파일을 통해 온라인 레슨으로도 짧은 시간에 실력이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못하던 (재능 없는)학생이 8개월 만에 데뷔하기도 했다. "이게 가능했던 게, 제가 작업했던 슈퍼주니어 등 일련의 작업 프로젝트를 주며 공부하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 학생은 이걸 토대로 공부해 불과 8개월 만에 괴물로 성장할 수 있었어요. 이때 프로젝트의 학습 효과를 깨닫게 된 겁니다."

"아직 히트곡의 프로젝트 파일을 공유하는 회사는 감성사운드밖에 없습니다."

물론 유명 작곡가들에게 프로젝트 파일 공개 제안을 하고 있지만 거절당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미친감성'은 끊임없이 공개 제안을 하는 중이다.

국내 성공에 이어 몇 개월 전 일본에도 진출했다. 아직 오픈한 지 몇 개월 안 됐지만 벌써 학생 수가 60명을 넘어섰다. 한국의 경우 수강생의 과제 제출률이 50%가 안되지만 일본은 5주 동안 거의 100%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학생들의 열의가 얼마나 대단하고 진지한지 알 수 있는 예다.

"일본의 K팝 교육을 접수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성장시켜 한국의 작곡가와 함께하면 또 다른 시너지가 나올 것 같아요. 물론 일본 학생들에게도 한국과 동등하게 히트곡 프로젝트 파일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본에 이어 중국에서 제일 큰 규모의 실용음악아카데미와 MOU를 체결했다. 곧 중국에서도 감성사운드 레슨을 접할 수 있으며 영국과 미국 등 영어권까지 연내 진출을 목표로 잡은 상태다.

국내 레슨도 600명이 넘는 규모인데 여기에 일본 채널과 중국, 영어권 채널까지 작업하다 보니 매일 직원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인터뷰하다 보니 왜 '미친감성'이란 이름을 사용하고 있나 궁금했다. 이걸 알기 위해선 그의 과거 스토리를 알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간 유명 가수들의 곡을 쓸 때 예명을 여러 차례 바꿨어요. 큐베이스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작곡가 중에선 곡을 가장 잘 쓰는 사람이란 의미에서 '큐베이스제이', 멜로디를 잘 쓰는 작곡가라는 '멜로딘 준영' 등등. 그러다가 미친감성이란 예명까지 오게 된 거죠."

조준영은 '멜로디준영'으로 활동할 때까지 별다른 히트곡이 없었다. 그래서 당시 '큐브' 엔터테인먼트에서 활동하던 김도훈(RBW 대표) 작곡가를 찾아가 30여 분 고민 상담을 했다. 이때가 29살 때였다.

조준영은 자신의 데모곡을 김도훈 작곡가에게 들려주며 뭐가 문제인지 알려달라고 했다. 곡을 들은 김도훈은 "이건 나도 쓸 수 있는 건데"라고 말했다. 그리고 김도훈 작곡가는 "내 색깔이 너무 많이 나오는 곡인데이렇게 되면 굳이 네 곡을 쓸 이유가 없다. 국내에서 내가 절대로 쫓아가지 못하는 작곡가가 4명 있는데 신사동호랭이, 이민수, 전해성, 한상원이 그들이다. 이들은 나와 결이 너무 다른 곡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준영에게 김도훈은 롤모델이었다. 그래서 김도훈이 쓴 많은 곡을 분석하며 연구했다. 하지만 결국 이런 게 김도훈 작곡가에겐 '짝퉁 김도훈'으로 보였던 것.

조준영은 이전에도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SM 작곡가로 활동하던 시절, 어느 날은 미디엄을 줬다가 또 어느 날은 댄스를 줬다가 또 발라드를 주는 등 다양한 장르를 써서 준 것이다. 그래서 SM A&R 담당자가 조준영에게 "너무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쓰는 것 같다""준영 씨의 색깔이 없다. 유영진 작곡가님은 유영진만의 색깔이 있는데 저는 아직 준영 씨의 색깔이 뭔질 모르겠어요"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조준영은 이 말의 맥락을 오해했다. 남들이 못하는 다양한 장르의 곡을 자신이 쓰고 있으니 "나야말로 다재다능한 작곡가"라고 해석했던 것.

김도훈 작곡가로부터 "하나만 파라. 너의 장르를. 확실하게 하나를 파고 그 이후 하나씩 늘려가는 방식을 취하라"는 의미의 지적을 받은 조준영은 둔기로 강하게 한 방 맞은 듯 멍한 상태로 당분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김도훈과의 만남 이후 곡을 쓰지 않고 거의 6개월간 방황했다. 지리산 등 이곳저곳으로 혼자 여행을 다녔다. 지인들과 한잔할 땐 자신의 장단점이 뭔지 물어보며 다시 한번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기 색깔이 뭔지 찾고자 했다.

"결국 내 색깔이란 건 어렸을 때의 내 내면이 표출되는 것이라고 결론 내리게 됐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좋아한 음악이 결국 나의 색깔이란. 그런 시각에서 보니 20대엔 신사동호랭이나 SG워너비 등 당시 히트한 곡들을 따라갔던 것 같아요. 하지만 성공한 뮤지션을 보면 따라가지 않았죠. 20대 때 녹음실에서 다아나믹듀오를 본 적이 있어요. 그때만 해도 다이나믹듀오는 무명의 인디 음악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다이나믹듀오는 오로지 계속 힙합만 했어요. 당시엔 힙합이 대세가 아니었음에도. 그렇게 하나만 열심히 파다가 '쇼미더머니' 등 힙합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옴과 동시에 자기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죠. 이처럼 성공한 가수들을 보면 유행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걸 계속하면서 자신의 시대를 만나게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는 어릴 때 하프 소리 나오고 왈츠 패턴으로 진행되는 디즈니랜드 스타일의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다가 H.O.T 열혈 팬이 됐어요. H.O.T. 백댄서를 꿈꾸며 춤을 연습했지만 춤엔 소질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H.O.T.가 부를 곡을 써야겠다고 생각해 작곡가가 되고자 했습니다. 제겐 작곡가의 길이 '팬심'에서 출발한 것이죠."

그간 자신이 쓴 곡을 들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 걸 알았다. "나도 울리지 못하는데 어찌 다른 사람을 울게 만들 수 있느냐"라고 회의에 빠지기도 했다.

"당시 저는 성공하고 싶은 욕구만 가득했을 뿐 진심이 없는 곡을 쓴 것 같아요. 이렇게 다시 마음을 잡고 곡을 쓰기 시작했고 어느 날 제가 쓴 곡을 차에서 듣는데 갑자기 울음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작업한 곡을 폴더에 담아서 폴더명을 '미친감성'으로 표기해 보관했습니다. 어느 날 먼데이키즈 멤버들이 '미친 감성'이라는 폴더명을 보곤 '너무 좋다'고 해 이후 줄곧 이 이름을 사용하게 된 겁니다."

'미친 감성' 조준영은 1983년 서울에서 2남 중 첫째로 태어났다. 어릴 때 꿈은 화가. 그림에 소질이 있어 상도 여러 차례 받았는데, 초교 3학년 때엔 전국 미술대회에서 큰 상을 받기도 했다. 부상으로 미국에서 그림을 공부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졌고 100만 원 비행깃값만 본인이 부담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부모는 100만 원을 마련할 만큼 재정적인 여유가 없어 포기해야 했다. 어린 조준영은 이게 상처가 돼 이날 이후 미술을 포기했다.

H.O.T.를 좋아해 작곡가가 되려고 17살 때 처음으로 피아노를 배웠다. 물론 음악을 하겠다는 아들의 결심에 부모 반대가 심했다. 특히 아버지가 결사적으로 못 하게 나섰다. 싸우다 지친 조준영은 아버지에게 장문의 편지를 썼다. 2년 안에 음악적 성과를 낼 수 있으며 만일 그러지 못하면 머리 밀고 절에 들어가거나 고등학교를 자퇴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자퇴라는 말에 충격받은 아버지는 음악을 하되 학교는 다니라는 선에서 아들과 타협했다.

자신감에 차 아버지에게 선전포고한 조준영은 고3 때 자신의 역량을 증명해 보였다. 3'SBS넷가요제'에 후배인 고1(보컬)과 듀오로 출전해 3위를 한 것이다. 조준영은 건반과 작곡 등을 맡았다. 'SBS넷가요제'1회때 나얼, 2회엔 JK김동욱이 우승한 당시 유명 경연이었다. 이 가요제 사상 최연소 입상이란 기록도 세웠다.

미친감성은 고3 때 강남역 인근 'SMS 실용음악입시학원'에 다녔다. 실용음악 피아노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다. 어느 날 학원 피아노 선생이 비틀스 'Let it be'를 카피해 오라고 숙제를 냈다. 그래서 비틀즈 악보를 사 그걸 보면서 학원 선생 앞에서 연주했다. 그러자 선생은 "듣고 따오랬지 언제 악보 보고 연주하라고 했냐"며 노발대발했다. 미친감성은 그 말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어떻게 음악을 들으며 그 음을 딸 수 있느냐며 오히려 선생에게 되물을 정도로.

당시 'SMS 실용음악입시학원' 피아노 선생이 안준영(현 성시경 밴드마스터)이었다. 안준영은 음악에 대한 기초가 전혀 없고 엉뚱한 '미친 감성' 조준영에게 "대학교 가지 마라. 너는 좀 다른 스타일이니 너만의 음악성을 잘 다지는 쪽으로 정진하라"고 조언했다. 당시 조준영은 cm7 코드도 몰랐다. 200명의 학원 수강생 중 음악 성적은 198등이었다. 이미 다른 학생들은 중고교 시절부터 예체능계 학교에서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피아노 실력도 조준영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잘 쳤다. 실력 차이가 큰 게 싫었고 창피해 손에 붕대를 감고 학원에 나오기도 했다. 손을 다쳐 피아노를 치지 못한다는 핑계와 함께. 조준영의 엉뚱함은 MIDI(미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당시 학원에선 MIDI를 배우던 학생이 단 두 명이었을 정도로 비인기 종목이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그는 미디를 공부했고 이런 노력은 2002SBS넷가요제 3등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회식 자리에서 심사위원들이 "음악을 잘해서 뽑은 게 아니라 어린 학생이 MIDI를 하는 게 신선했다. MIDI로 곡을 쓰고 부른다는 게 돋보였기 때문"이라고 3위로 합격시킨 이유를 밝힌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미 그는 작곡가로서의 필수적인 소양을 쌓아가고 있던 것이다.

'SBS넷가요제' 심사위원이던 윤치웅 작곡가가 조준영을 좋게 보고 '보조' 형태로 자신의 작업실에서 일하게 했다. 200220살 때의 일이다.

가요제 수상으로 고무된 부모는 20021000만 원 넘는 돈을 써가며 조준영에게 모듈, 랙 등 본격적으로 음악 작업할 수 있는 장비를 사주었다. 이렇게 해서 그는 1년간 30곡 넘는 데모를 만들어 JYP, SM 등 여러 기획사에 보냈다. 물론 연락은 오지 않았다.

2005년 유명 작곡가 황세준이 자신의 싸이월드에 "전혜빈 데모 받습니다"라는 공지 글을 올렸고 이걸 본 조준영도 응모했다. 데모 CD를 보낸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황세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만나고 싶다고.

들뜬 마음으로 한걸음에 황세준이 일하던 기획사로 뛰어갔고 그곳에서 조준영은 또 한번 놀라고 말았다. 소속사 사장 조규만, 그리고 부사장 황세준이 있었고 그 옆에 가수 '환희'가 앉아 있던 것이다. 조준영의 10대 시절 꿈이 H.O.T.에게 곡을 주는 것이었지만 H.O.T. 해체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대 땐 플라이투더스카이에게 곡을 주는 게 꿈이었다. 그 당사자인 환희가 자기 앞에 있던 것이다.

황세준 작곡가는 즉석에서 환희에게 조준영이 만든 데모를 들려줬다. 환희는 곡을 들으며 조준영을 향해 엄지척을 아끼지 않았다. 조규만 사장 또한 데모를 들으며 "어린놈이 비트 참 특이하게 잘 쓰는구나!"라며 "너 혹시 소속된 곳이 없으면 저 끝에 방이 하나 남으니까 거기 와서 작업해라"고 했다. '피플' 엔터테인먼트 전속작곡가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 데모 테입이 바로 전혜빈 '2AM' 앨범에 있는 '클럽'이란 곡이다. 이후 조준영은 전혜빈 'Bin-go'도 쓰게 된다.

작업실에서 열심히 작곡에 몰입하던 2006년 어느 날, 갑자기 작업실 문을 열고 누가 들어왔는데 그게 환희였다. 환희와는 1년 전 전혜빈 데모 테입 합격 이후 두 번째 만남이었다. 환희는 "혹시 우리(플라이투더스카이) 노래 쓴 게 있느냐"고 물었고 조준영은 "흑인 R&B 곡을 써놓은 건 있지만 아직 가이드보컬이 없다"고 했다. 환희는 들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환희는 피아노 인트로 두 마디만 듣더니 ", 이거 좋다. 이런 걸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곤 자기가 가이드보컬을 해주겠다고 나섰고 조준영은 음치로 멜로디 일부를 잠깐 입으로 흉내 냈는데, 환희는 잠깐 들은 것만으로 소름 돋을 만큼 가이드보컬을 잘 소화해냈다.

"이전에 여러 가이드보컬을 맡긴 적이 있었지만, 그들과는 '어나더 레벨'이었어요. 그들 또한 나름대로 노래 잘 부르는 사람들이었지만 무려 8시간이나 걸려 녹음했거든요. 그런데 환희 님은 원테이크로 끝내는 것이었어요. 저는 작곡가로서 50을 기대했는데 환희의 노래는 200이 나올 만큼 탁월하게 잘 소화했던 겁니다. 당시 환희는 'Missing You'로 대박을 터트리며 그 회사로 들어갈 때였죠. 이처럼 시대를 씹어먹는 가수는 완전 다른 차원의 세계구나라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이런 비하인드스토리가 담긴 이 곡이 바로 플라이투더스카이 '심장'이다.

작곡가로서 조준영의 감성과 역량을 높이 산 환희는 SM엔터테인먼트에 그를 소개해 줬다. 그래서 조준영은 SM과 인연을 맺게 됐고 이렇게 해서 처음 작사·작곡한 곡이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그 사람욕하지 마요'. 이어 슈퍼주니어, 에프엑스 등 여러 곡을 썼다.

SM을 비롯한 몇몇 기획사 외에도 '' 엔터테인먼트 작곡가로도 활동했다.

엠씨더맥스 '그 남잔 말야'는 조준영의 첫 번째 히트곡이다. 이 곡의 작사작곡편곡 정보엔 조준영이 아닌 '미친감성'이란 예명으로 등록돼 있다. 노래방 연간차트 1위도 할 만큼 많은 인기를 얻었다.

"아무리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도 결국 작곡이란 건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 스태프라는 걸 깨달았어요."

어릴 때부터 무대에 대한 꿈이 있었다.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해 가수가 아니라 유희열처럼 음악프로 진행도 하고 연주도 하는 등 음악계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작곡가의 삶보다 인플루언서 활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해 유튜브를 시작했다.

'감성 사운드'를 오픈하기 전엔 1년간 솔로앨범을 준비했다. 유희열 토이처럼 객원 보컬을 섭외하고 자신은 프로듀싱을 하는 방식이었다. 박효신, 환희, 에일리 등 당대의 가수들에게 제안했다. 고액의 가창료를 제시했지만 거절당했다. 이때 스타들은 돈에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됐다.

"스타들에겐 명분이 더 중요했습니다. 오히려 명분이 좋으면 돈도 받지 않을 정도로. 한마디로 이들 스타는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미친 감성'의 앨범에 참여해서 노래를 부를 명분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된 겁니다."

"프로 작곡가를 많이 배출하면 그들로 인해 할 수 있는 일도 그만큼 많아집니다. 우리 직원 중 90%가 강의를 듣던 학생들입니다."

여기까지만 읽어도 미친감성이란 캐릭터가 매우 의외의 엉뚱하고, 목표를 정하면 (모든 걸 버리고)거기에 '올인'해 버리는 성향이란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기질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놀라운 얘기를 하나 더 들었다.

그가 쓴 곡은 유명 가수들이 부른 곡이 대부부인데, 이 모든 저작권을 회사 창업을 위해 처분한 것이다.

온라인 음악교육 사업은 반드시 된다는 전제하에 그는 자신의 평생 보험과도 같았던 음악 저작권을 판 2억으로 감성사운드 회사를 설립했다. 아쉬울 법도 한데 전혀 미련이 없다고 했다.

"이렇게 창업한 회사가 4년간 80억 매출을 올렸습니다. 따라서 지금도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3살 연하의 아내 박소영은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연기자 출신으로 현재 감성사운드의 경영 및 직원 관리를 맡고 있다. 슬하에 74살 된 딸이 있다. 애들과 함께 보내는 걸 좋아한다. 육아가 힘들고 스트레스라는 데엔 동의하지 않는다고. 애들과 함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기 때문.

아내 박소영과의 결혼 스토리도 한 편의 영화 같다.

'미친 감성'35살 무렵 아내와 결혼을 결심하고 장인이 될 분을 찾아갔다. 장인에게 결혼을 허락받으러 간 자리에서 미친감성은 "현재 저는 10원도 없는 무일푼"이라며 "따라서 결혼하면 집도 해주셔야 하고 혼수도 해주셔야 합니다. 하지만 무일푼으로 오로지 제 실력으로 저작권도 이렇게 많이 받아봤고 앞으로도 자신 있으니 한번 믿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그간 살아온 음악 이력과 향후 비전 등을 A4용지에 가득 정리해 내밀었다. 불똥이 튈 거라 예상하고 죽기로 각오하고 찾아갔지만, 장인은 즉석에서 OK하고 전셋집을 구해줬다. 사위가 될 남자의 솔직함과 당당함, 비전을 높이 산 것이다.

'감성사운드' 스튜디오가 있는 삼양사거리역 인근이 당시 결혼하며 시작한 신혼집이다.

미친 감성은 이제 곧 아버지가 되므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자신이 잘할 수 있고 100% 가능성을 확신한 음악사업을 위해 저작권을 팔고 회사를 창업한 것이다.

'너목보(너의 목소리가 보여)' H.O.T.편에 출연해 어릴 때 우상이던 H.O.T. 멤버인 강타토니를 처음 만나기도 했다. 당시 조준영은 H.O.T.를 좋아한 성공한 덕후로 출연했다. 그는 저작권협회 정회원으로 연간 1회 정회원 모임 때 강타와 만나기도 한다. "이 자리에서 강타 형님이 제게 아는 체를 해주시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일이 너무 많은 관계로 작년까지 그는 새벽까지 일하고 아침 7시에 취침했다. 3시간만 자고 오전 10시에 기상해 회사로 출근하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이 때문에 건강이 나빠졌다. 그래서 지난 12월부터 아무리 바빠도 6시간 이상 자려고 한다. 새벽 4시에 취침해 10시 기상, 12시 전에 회사 출근해서 카톡에 쌓여있는 업무 관련 사항들을 체크하고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온라인 수업을 한다.

"이 업계에선 '조금이라도 쉬면 낙오된다'란 식으로 자신에게 너무 엄격했는데, 일에만 몰두하지 않고 좀 더 즐기면서 일을 하려고 합니다. 일을 마치고 매일 와인 한잔 또는 위스키 한잔 마시며 새벽까지 일하고 있어요. 이제 퇴근길에 양주 한 병 사서 집으로 가는 게 낙입니다.(웃음)"

미친 감성은 다음날 스케줄 때문에 절대 과음은 하지 않는다. 물론 마음먹고 마시면 소주 3병 이상 주량은 된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이렇게 과음하며 자신을 풀어 놓기도.

미친감성은 관계자들 사이에선 여성보다 남성에 잘 어울리는 스타일의 곡을 잘 쓴다고 알려져 있다. 잔잔한 것보다 록발라드처럼 몰아치게 쓰는 걸 선호하기 때문이다. 남자가수에 더 어울리는 셈이랄까. 실제로 그가 쓴 곡 중에선 여자보다 남자 가수가 부른 곡들의 반응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수로 남자는 박효신, 여자는 에일리를 꼽았다. 아이돌그룹을 언급할 땐 (여자)아이들에 엄지척을 아끼지 않았다. 미친감성의 (여자)아이들 관련 평은 추후 다룰 예정이다.

"YMC엔터에서도 2년간 근무한 적이 있어요. 당시 에일리, 휘성, 배치기, 제시 등이 소속돼 있었는데 이중 에일리 곡만 작업을 못 해 봤습니다. 그래서 너무 아쉬워요. 에일리도 태연처럼 댄스, 발라드, 힙합, R&B 등등 모든 장르를 잘하는데 특히 고음을 가장 파괴력 있게 시원하게 잘 뽑아내는 가수죠. 도깨비 OST '첫 눈처럼 너에게 가겠다'에서 에일리가 감기에 걸린 상태로 노래해 언뜻 에일리 같지 않은 톤이 나왔죠. 그런데 이 노래가 매우 쓸쓸한 분위기인데 마침 감기에 걸린 에일리의 톤이 이 분위기에 절묘하게 잘 어우러져 더 많은 인기를 얻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감기가 에일리에겐 신의 한수로 작용한 겁니다."

"이전까진 박효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야생화'를 통해 180도 바뀌었어요. 이 곡엔 성시경의 감미로움과 박효신의 파괴력이 다 있었기 때문이죠. 좋아하지 않던 '쎈 소몰이'는 없어졌지만, 성시경이 힘이 쎄진 느낌이랄까요?"

미친감성은 지금은 너무 바빠 작곡을 못하고 있지만 향후 곡을 쓰게 된다면 멋진 발라드를 써보고 싶다고 했다.

"R&B 기반의 감성적인 발라드를 선호합니다. 샘 스미스, 찰리 푸스 등을 좋아하며 국내의 경우 정국 '골드' 앨범이나 크러쉬, 헤이즈 같은 스타일을 특히 좋아합니다. 향후 기획사를 론칭할 땐 발라드에서 남다른 역량을 발휘하는 가수를 세계 시장에 선보이고 싶어요. 한국판 샘 스미스 같은."

"우리 회사에서 작곡가 지망생들을 잘 성장시켜 향후 기획사 설립 등 다양한 형태로 외연을 넓히고 싶어요. K팝 대군단을 만드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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