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록] 가락삼익맨숀 재건축 현대건설 '유력'

정영희 기자 2024. 2. 1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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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재건축 대비 공사비 낮아… 시공사 선정 복병되나

[편집자주][편집자주][정비록]은 '도시정비사업 기록'의 줄임말입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해당 조합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도시정비계획은 신규 분양을 위한 사업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장을 직접 찾아 낡은 집을 새집으로 바꿔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올해로 준공 40년이 된 송파구 송파동 가락삼익맨숀 단지 내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붙인 축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 단지는 지난해 말 송파구청에서 사업시행계획을 인가받고 이달 시공사 선정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사진=머니S 정영희 기자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하나인 송파 내 구축 아파트가 천지개벽을 하고 있다. 정통 부촌으로 꼽혔던 잠실과 대규모 주거단지인 오금동·풍납동도 여러 단지들이 재건축을 위한 물밑 작업에 나섰다. 강남·사당 등 경기권으로 통하는 대중교통 환승지와 가깝고 한강도 근접한 데다 대부분 도보 10분 이내에 지하철역이 있는 역세권이라는 점이 송파 재건축 단지의 메리트다.
송파구 송파동에 위치한 가락삼익맨숀은 올해 입주 40년 차를 맞는 936가구 대단지로 다음 달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두고 있다. 서울 지하철 3·5호선 오금역과 방이역을 걸어서 갈 수 있는 '더블 역세권'이다. 잠실 상권까지 차로 15분이면 이동한다.


'정비사업 해제' 문턱 넘어 시공사 선정


지난 5일 방문한 가락삼익맨숀은 한눈에 봐도 연식을 가늠할 수 있는 노후 단지였다. 정문 바로 앞 상가는 절반이 공실이었다. 지하주차장이 없어 평일 낮인데도 빈 주차공간을 찾기가 어려워 퇴근 시간에는 주차 대란이 예상됐다. 이날 단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하나같이 녹물이나 외풍 등 문제를 호소했다.
단지에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GS건설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형건설업체들이 '사업시행계획 인가 통과'를 축하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재건축 신호탄인 '안전진단 통과'나 시공사 선정 전 단계인 사업시행인가 통과를 축하하는 현수막은 건설업체들의 사업 참여에 대한 관심으로 해석된다.
가락삼익맨숀은 936가구의 대단지로 재건축 시 지하 3층~지상 30층 총 16개동 1531가구(임대 173가구)로 탈바꿈한다./사진=머니S 정영희 기자
가락삼익맨숀은 연면적 25만5961㎡에 건폐율 18.67%, 용적률 299.97%를 적용해 지하 3층~지상 30층 총 16개동 1531가구(임대 173가구)로 재탄생한다. 전용면적 59㎡에서 129㎡로 구성된다.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가락삼익 조합')은 지난해 12월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게시했다.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금호건설 등 8개 업체가 참여했다. 오는 16일 입찰 마감을 앞둔 가운데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입찰참여 의향서를 제출했다.

조합원들은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아파트 브랜드 명가 두 곳이 관심을 보인 데 대해 기대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가락삼익 조합은 2022년 서울시가 정비구역 지정 해제를 예고함에 따라 사업이 한 번 좌초될 뻔한 위기를 넘겼다.

가락삼익맨숀은 2017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뒤 2018년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 2019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지만 이후 3년 동안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못했다. 교육환경평가와 교통영향평가 승인이 우선돼야 했고 인근에 비행장이 있어 고도제한을 받는 등 크고 작은 걸림돌이 많았다.
가락삼익맨숀은 2017년 정비구역으로 지정, 2년 후 조합설립인가까지 받았으나 이후 3년 동안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지 못해 정비계획에서 해제될 위기에 놓였다./사진=머니S 정영희 기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정비구역 지정 후 2년 이내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거나 조합설립인가 신청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조합 설립 후 3년 내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 등에 시·도지사가 직권으로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다.
다만 조합원 30% 이상이 동의하면 기한 도래 전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 가락삼익맨숀도 일몰 기한이 닥치기 전 조합원 동의를 받아 기사회생했다. 이후 재건축에 속도가 붙으면서 조건부 건축심의를 통과한 지 약 2년 만인 지난해 11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다.


대우건설 입찰 포기… 현대건설 유찰 예상


최근 강남과 용산 등 고가주택 밀집지역에선 시공사들의 하이엔드 브랜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하이엔드는 자재와 설계 등에서 고가 제품과 하이 퀄리티를 추구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분양가 역시 높게 책정된다.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 적용 여부가 시공사 선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가락삼익맨숀이 서울 주요 도심까지 우수한 교통 접근성을 보유하했고 교육 여건과 인프라가 뛰어나다"며 "향후 1500가구 대단지로 재건축되면 일대 랜드마크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유망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정비사업에서 4조6122억원의 수주고를 올리며 5년 연속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서울 중심부보다 경기·인천 등과 지방에 사업이 집중됐다는 평가다. 서울 주요 입지의 경우 사업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현대건설은 올해 서울에 집중해 브랜드 입지와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정비사업 수주 담당과 사업 담당 부서를 분리해 수주 전문성을 강화했다.
가락삼익맨숀 단지 내 현대건설이 붙인 홍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업시행계획인가 완료를 축하하는 내용이다./사진=머니S 정영희 기자
당초 수주를 고민했던 대우건설은 입찰에서 손을 뗐다. 현대건설이 오래전부터 가락삼익맨숀 시공권에 공을 들인 만큼 불필요한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경쟁 입찰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 유찰되고 2회 유찰시 단독 입찰을 허용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사업 참여를 검토했으나 내부 심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려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수주에서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하는 만큼 심의 기준에 부합하는 사업장에 선택과 집중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우건설의 정비사업 신규 수주액은 1조6858억원으로 5위에 올랐다. 서울에서 여의도 공작아파트를 포함해 1조4057억원의 굵직한 사업 3건을 따냈다. 올해는 선별 수주를 기반으로 3조원의 정비 실적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3.3㎡당 공사비 1000만원 시대… 조합 부담 커져


올해 재건축 성패를 가르는 열쇠는 여전히 공사비다. 가락삼익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 예정가격은 6340억9200만원. 3.3㎡당 공사비 입찰 상한액이 809만원 수준이다.
최근 서울 주요 지역뿐 아니라 부산 등에서도 3.3㎡당 공사비 1000만원을 넘는 사례가 나오면서 공사비가 복병이 될 전망이다. 고금리 여파가 지속되며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한꺼번에 오른 탓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53.26(잠정치)으로 지난 1년 동안 3.2% 올랐다.
가락삼익맨숀 재건축정비사업조합 사무실./사진=머니S 정영희 기자
이 같은 상승세는 지난 3년 동안 이어져 2021년 14.0%, 2022년 7.0% 만큼 뛰었다. 2020년 말(121.80) 대비 지난해 지수는 25.8% 상승했다. 해당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12.3%였음을 고려하면 물가보다 공사비가 두 배 이상 빨리 오른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외국인 근로자가 대거 빠져나가며 인건비도 상승폭을 키웠다. 2020년 건설업 종사자 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4.7%로 2021년 3.9%, 2022년 5.5%씩 올랐고 지난해 6.7%를 기록했다.

공사비 증액을 놓고 시공사와 조합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는 사업장도 늘고 있다. 송파 잠실진주아파트는 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로 구성된 시공사업단과 조합이 공사비 증액을 두고 충돌했다. 시공사업단은 지난해 10월 조합에 공사비를 3.3㎡당 889만원으로 인상을 요구한 공문을 보냈다. 이는 2018년 최초 계약 당시 공사비(3.3㎡당 510만원)보다 약 74% 오른 금액이다.

조합은 시공사의 이 같은 요구가 무리하다고 주장했다. 2021년 공사비를 3.3㎡당 660만원으로 인상하는 데 합의했음에도 다시 추가 인상을 요구했다는 것. 시공사업단은 원자재 가격 인상과 설계변경 등으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현재 당초 제시 금액보다 약간 낮춘 810만원 수준에서 공사비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공사비 문제로 시공계약을 해지한 사례도 있다. 부산시민공원 촉진2-1구역은 시공사 GS건설이 3.3㎡당 공사비를 987만2000원으로 인상하려다가 지난해 6월 계약 해지 당했다. 이후 조합은 3.3㎡당 891만원을 제시한 포스코이앤씨와 시공계약을 다시 체결했다.
가락삼익맨숀 단지 전경./사진=머니S 정영희 기자
가락삼익맨숀의 공사비 상한선이 높다고는 볼 수 없다. 지방에서 3.3㎡당 900만원대가 제시되는 상황이다 보니 강남권의 경우 1000만원대도 종종 눈에 띄기 때문이다. 해당 단지와 비슷한 시기에 시공사 선정을 진행하는 신반포27차 재건축의 경우 3.3㎡당 예정 공사비를 907만원으로 내놨다.

국토교통부는 공사비 분쟁을 막기 위해 정비사업 표준계약서를 배포했다. 시공사는 계약 전 공사비 세부산출내역서를 첨부하고 설계변경 시 추가되는 자잿값과 신규 자재 여부를 표시해 단가 산정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조합과 시공사가 상호 협의해 공사금액을 조정하는 현재 관행을 법적으로 막아둔 셈이다.

업계에선 공사비 증액분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권고사항이라는 맹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박선구 한국주택학회 이사는 "(표준계약서는) 강제성이 없어 민간공사에서 공사비 분쟁을 풀어내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분쟁을 막기 위해 현재의 수주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물가 변동 등 시공사의 귀책 사유 없이 늘어난 공사비에 대해 발주자가 부담하는 구조로 계약이 체결되면 문제가 없지만 출혈 경쟁 구조의 수주 시장에선 이 같은 방안이 도입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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