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처럼 ‘좀비 축구’하던 코트디부아르, 감독 바꾸고 우승했다

김동훈 기자 2024. 2. 1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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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네이션컵 조별리그 부진
감독 경질 뒤 16강부터 극적 승리
코트디부아르 선수들이 12일(한국시각)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의 에빔페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2023 아프리카축구연맹(CAF)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결승전에서 나이지리아에 2-1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아비장/AP 연합뉴스

아시안컵과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각각 출전한 한국과 코트디부아르의 같은 행보, 다른 결과가 눈길을 끈다.

대회 4강까지의 과정은 데칼코마니처럼 닮았다. 코트디부아르는 2022년부터 프랑스 출신 장루이 가세 감독이 팀을 이끌었다. 한국은 지난해 3월부터 독일 출신 위르겐 클린스만이 팀을 지휘했다.

출발은 둘 다 좋았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한국이 바레인에 3-1 승리를 거뒀듯이 코트디부아르도 기니비사우를 2-0으로 물리쳤다. 그러나 똑같이 2, 3차전이 문제였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팀. 그런데 87위 요르단과 2-2, 130위 말레이시아와 3-3으로 비겨 승점 1점씩 챙기는 데 그쳤다. 선제골을 넣었다가 역전당하며 끌려갔다. 한번만 더 졌다면 조별리그 3위가 될 뻔했다.

피파 랭킹 49위 코트디부아르도 비슷했다. 조별리그 2차전에서 랭킹이 7계단 높은 나이지리아(42위)에 0-1로 진 것까지는 이해할 만했다. 그러나 3차전에서 랭킹 88위 적도기니에 0-4로 크게 졌다. 1승2패 조 3위가 됐다. 승점 3에 그쳐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놓였다.

여론은 들끓었다. 게다가 코트디부아르는 개최국이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6개 조 3위 팀 중 4위로 16강행 막차를 탔다. 천우신조였다.

두 감독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코트디부아르는 칠순의 가세 감독이 경질되고 마흔살 에메르스 파에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았다. 반면 올해 환갑을 맞는 한국의 클린스만 감독은 지휘봉을 놓지 않았다.

코트디부아르 에메르스 파에 감독대행(왼쪽)과 나이지리아의 호세 페세이로 감독이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결승전에 앞서 포옹하고 있다. 아비장/AP 연합뉴스

16강 토너먼트부터는 한국과 코트디부아르 똑같이 ‘좀비’라는 별명이 생겼다. 코트디부아르는 세네갈과 16강전에서 후반 41분 프랑크 얀니크 케시에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고, 승부차기에서 5-4로 이겨 8강에 올랐다. 사우디아라비아에 0-1로 끌려가다가 후반 54분 조규성(미트윌란)의 기적같은 동점골에 이어 승부차기에 4-2 승리를 거둔 한국과 똑같았다.

코트디부아르는 말리와 8강전에서도 후반 45분 시몬 아딩그라의 동점골과 연장 후반 17분 우마르 디아키테의 역전골로 2-1 승리를 거뒀다. 한국과 호주의 8강전을 보는 듯했다. 한국은 0-1로 끌려가다 후반 51분 황희찬(울버햄프턴)의 페널티킥 동점골과 연장 전반 14분 손흥민(토트넘)의 환상적인 프리킥 역전 결승골로 2-1로 이겨 4강에 올랐다.

그러나 두 팀의 이후 행보는 천양지차였다. 코트디부아르의 ‘불사조 축구’는 계속됐다. 준결승에서 콩고민주공화국을 1-0으로 꺾고 결승에 오른 코트디부아르는 결승에서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또다시 역전 드라마를 썼다. 전반 38분 윌리엄 트루스트에콩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갔지만 후반 17분 케시에의 동점골, 후반 36분 세바스티앵 알레의 역전골로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조별리그에서 0-1로 졌던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설욕에 성공했다. 반면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간신히 2-2 무승부를 기록했던 요르단을 상대로 4강전에서 시원한 승리는커녕 졸전 끝에 0-2로 완패했다.

한국은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경질 요구로 시끄럽다. 반면 코트디부아르는 파에 감독대행에 대한 칭송으로 술렁거린다. 파에 감독대행은 선수 시절이던 2006년 이집트 대회 결승전에서 졌던 아쉬움의 한을 감독대행으로 풀었다.

고환암을 이겨내고 결승골을 넣은 세바스티앵 알레. 아비장/EPA 연합뉴스

결승골의 주인공 알레의 인간 승리도 화제다. 그는 독일 도르트문트 소속 골잡이였지만 2022년 7월부터 두 차례 고환암 수술을 받고 네 차례 항암 치료를 받았다. 그 탓에 민머리로 지난해 초 발롱도르 시상식에 참석해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알레는 암을 이겨내고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지난해 2월4일, 9개월 만의 복귀골도 터트렸다. 그리고 이번엔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결승전 결승 골을 책임졌다.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독일 데페아(dpa) 통신은 “다시 살아난 코끼리들(코트디부아르 대표팀 별명)이 에메르스 파에 대표팀 코치가 팀을 이끈 뒤 좀비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전했다. 파에 감독대행은 우승이 확정된 뒤 “대회 초반 우리는 팀도 아니었다. 우리가 그동안 잘못한 것을 모두 바꿨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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