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루네오 가구를 아나요? 코리안 빈티지 가구 수집가, 잔잔바릐

리빙센스 2024. 2. 1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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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 RETRO RENAISSANCE
새로운 오래된 것들에 대하여

Part 1.

시대의 가치를 소유한 사람들

지나간 것들에서 지금은 사라져버린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레트로 아이템을 소장한다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소유한다는 개념을 넘어 그들이 지향하는 시대적 가치를 빌리는 행위에 가깝다. 가구, 오디오, 올드카까지. 각기 다른 빈티지 물건을 소유한 안목 좋은 이들과의 인터뷰에서 과거가 남긴 찬란한 유산을 들여다보자.

코리안 빈티지 매력에 푹 빠진,

잔잔바릐@ZANZANBARI_STORY

 한국의 빈티지 가구를 사랑하는 아내 장윤정 씨와 남편 백영민씨.

1980년대 보루네오 가구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많은 이들에게 널리 전파 중인 인플루언서 부부 잔잔바릐. 아내 장윤정 씨는 국내에서 가구 디자인을 전공한 후 더 깊게 가구를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을 정도로 이 분야에 조예가 깊지만, 국내산 가구의 우수성을 깨달은 건 가구를 본격적으로 공부한 지 10년이 지난 결혼한 시점부터였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부부는 한마음으로 그들의 집과 작업실 '아뜰리에 호미'에서 코리안 빈티지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1980년대에 출간된 홈 패션 잡지

어떤 계기로 많은 이가 선호하는 북유럽 빈티지 가구가 아닌 '보루네오'라는 한국 브랜드의 빈티지 가구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셨나요?

신혼 초에 저희 부부가 지닌 예산 내에서 쓸만한 제품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그 당시에는 북유럽 빈티지 가구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 브랜드의 빈티지 가구로 눈을 돌리게 됐어요. 그렇게 출시 당시 100만원대로 굉장히 고가에 속했던 보루네오의 식탁에 의자까지 4만원에 구매하게 됐죠. 막상 손에 넣고 보니 유럽 가구에 비해 가구의 치수도 동양인의 체형에 최적화돼 있어 사용하기 굉장히 편리했어요. 일본 가구 제조 공장에서 품질 검사 업무를 1년간 맡기도 했던 터라 제품이 겉만 그럴싸하게 만들었는지, 좋은 재료로 꼼꼼하게 마감했는지 눈으로 보면 금세 감이 오거든요. 그런 제가 보기에도 보루네오의 가구는 여러 면에서 빠지는 부분이 없었죠. 또 당시 보루네오 내에 디자인팀 직원만 100명이 넘었대요. 국내 가구 산업의 호황기였던 만큼 디자인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는 게 제품을 보다 보면 더 생생히 티가 나요. 가구를 공부하러 일본까지 갔었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좋은 가구가 있었다는 깨달음을 그제야 얻은 거예요. 이후에는 새로운 가구가 필요한 시기마다 자연스레 보르네오 가구를 찾게 됐죠.

가구 산업에 직접적으로 몸담아본 이로서 빈티지 가구의 장점을 더 꼽아주신다면요?

일하면서 늘 정성껏 만든 가구들이 쉽게 버려져 대형 쓰레기로 처분되는 것이 안타까웠거든요. 특히 요즘에는 가구를 패션 아이템처럼 유행에 따라 몇 년 쓰다 버리는 이들이 많아졌잖아요. 저희 부모님 시절에는 오래 쓰고 대를 물려주는 삶의 동반자와 같은 태도로 가구를 대했어요. 그런 생각이 받쳐줬던 1980년대에 생산된 보루네오 가구들은 오래 사용하겠다는 전제로 만들어진 덕분에 당연히 튼튼할 수밖에 없죠.

가지고 계신 보루네오 소장품을 조금 더 자랑해 주세요.

2인용 식탁은 우레탄 도장으로 처리해 방수가 뛰어나고 오염에 강하고 변색이 적어요. 2인용 식탁과 함께 배치한 의자의 경우에는 셰이커 가구를 리디자인한 제품이에요. 실용적이며 간결한 디자인이 특징인 셰이커 가구 특유의 아름다움은 살리면서도 현대의 생활양식에 맞도록 형태를 재구성한 면이 눈에 띄죠. 보루네오 6단 서랍장은 잠금장치부터 공들여 만든 게 티가 나요. 요즘에는 이런 서랍장을 제작할 때 겉에 시트지를 바르는 게 대부분인데, 1980년대에 만든 이 서랍장의 경우는 원목을 얇게 켜서 합판 위에 바른 터라 나무의 결이 제대로 살아 있어요.

책상은 보루네오, 의자는 삼익가구의 것.
보루네오의 4단, 6단 서랍장.

지금 사용하는 가구들을 언젠가는 아이들에게도 물려줄 계획인가요?

벌써 우리 부부가 식탁으로 쓰던 2인용 테이블을 아이들이 책상으로 쓰고 있는걸요. 가구를 대물려주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오래 사용할 만한 좋은 품질의 가구를 구매하는 게 중요한데, 예산이 부족한 분들은 저희 부부처럼 빈티지 가구를 구입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제대로 된 제품을 집에 들이면 싸구려 제품을 쓰고 버리는 것보다 결과적으로 지출을 줄일 수 있죠.

가구 비전문가들도 윤정 님처럼 좋은 품질의 빈티지 가구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그럼요.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가구를 실물로 자주 접하며 안목을 키우는 게 중요해요. 요즘에는 더콘란샵과 같이 일상 가까이에서 오리지널 가구를 접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아졌어요. 그런 곳을 평소에도 자주 방문해 보세요.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 언젠가 가구가 필요한 시기에 저처럼 보물 같은 나만의 빈티지 가구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지금 작업실에 놓인 삼익가구의 의자도 '당근마켓'에 올라와 있던 걸 우연히 발견해 데려온 거거든요. 한 가지 팁을 드린다면 고급 아파트 주변에 버려지는 가구들을 살펴보세요. 안목만 있다면 좋은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어요.

코리안 빈티지 가구에 관심이 생긴 이들에게 보루네오 외에 또 다른 국내 가구 브랜드를 추천해 준다면요.

보루네오와 결을 같이 하는 클래식한 분위기인 삼익가구도 추천합니다. 실제 저희 작업실에도 삼익가구의 의자가 놓여 있어요. 이외에도 선퍼니처, 동서가구, 마론핸즈 등 국내에도 좋은 브랜드가 많으니 참고하세요.

CREDIT INFO

editor이승민·권새봄

photographer 김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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