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야수가 나를 바라보니까” 키움 김시앙이 말하는 포수의 매력 [MK인터뷰]
그가 살던 곳은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다. 야구를 보러가기 위해서는 버스로 한참을 가야했다. 그런 상황도 그의 야구를 향한 열정은 꺾지를 못했다.
그렇게 찾은 무등경기장. 그날 광주를 찾은 팀은 SK와이번스였고, 그곳에서 그는 빨간색 유니폼에 등번호 26번을 단 선수에게 완전히 빠져들었다.
“그때 박경완(52, LG트윈스 배터리 코치) 선배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이후로 포수의 꿈을 키워왔고, 등번호도 26번을 달았다.”
지금까지 순탄한 커리어는 아니었다. 2021년 2차 드래프트 5라운드에 키움에 지명된 그는 박동원, 김재현, 이지영 등 다른 포수들에 밀려 쉽게 기회를 잡지 못했다. 2022년 8월에는 코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한 타석도 기회다”라며 말을 이은 그는 “그런 것도 내게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그러다 2군으로 내려가고 하며 자극이 됐고 더 열심히 했던 거 같다”며 지금까지 자신의 모습을 돌아봤다.
이번 시즌은 그에게 기회다. 이지영이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통해 SSG랜더스로 이적하며 더 많은 기회를 노릴 수 있게된 것.
이 기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여부는 그에게 달린 문제다. 그는 “그 기회를 잡아야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잘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덤덤하게 준비를 잘하자는 생각분”이라며 생각을 전했다.
KBO리그는 2024시즌부터 일명 ‘로봇심판’이라 불리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을 사용한다.
ABS의 도입은 프레이밍의 종말을 의미한다. 포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볼인데 스트라이크를 만들었을 때 느낌”이 좋다고 말한 그는 “프레이밍은 내 장점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아쉽다”고 말하면서도 “생각해보면 꼭 필요없는 부분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몸에 베어 있는 습관이니까 저절로 나올 것이다. 프레이밍을 안하면 투수들이 ‘내 공이 떨어졌나’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해줄 수 있는 것은 해줘야한다”며 프레이밍의 필요성에 대해 말했다.
포수가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현대 야구의 추세다. 홈 충돌이 금지됐고, ABS는 프레이밍의 종말을 불러 올 것이다. 여기에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는 포수의 손가락 신호가 아닌 버튼 조작을 통해 투수와 사인을 교환하고 있다.
좋게 보면 일이 쉬워지는 것이지만, 나쁘게 보면 그만큼 희소성이 사라짐을 의미한다. 포수들에게 절대 좋은 일은 아니다.
그가 생각하는 ‘포수의 매력’은 무엇일까? “할 일이 많아 힘들다, 그런 부분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야수들이 나만 보고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투수를 리드하는 방법도 알아야한다. 그런 부분에서 사람들이 포수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그의 말대로, 포수는 그라운드의 모든 동료들을 바라볼 수 있는 포지션이다. 이런 이유로 포수 출신으로 성공적인 감독이 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포수 출신 감독이기도 했던 마이크 매시니는 “포수는 막중한 책임감이 따르는 자리다. 투수뿐만 아니라 수비 전체를 봐야 한다”며 포수가 감독으로서 가져야 하는 책임감을 기르기 좋은 포지션이라고 말했다.
이제 이십대 초반인 김시앙에게 감독은 아직 너무 먼 미래다. 대신에 그에게 어떤 포수로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해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한 뒤 이렇게 말했다.
“투수들에게 인정받는 포수가 되고싶다. 투수들이 ‘저 포수가 앉으면 경기가 쉽게 풀린다’ 이렇게 편안한 생각을 하는 포수가 되고싶다.”
[스코츠데일(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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