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판 라면 다 먹어봤다” 1인분 통념 깨고 메가 히트상품 만든 GS25 기획자

최효정 기자 2024. 2.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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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문Z답] GS25 최대 히트작 ‘점보라면’ 만든 김대종 MD
전세계 라면 섭렵… 총 450여 종류 시식
1인분 사발면 통념 깨자 연일 완판… ‘함께 먹는 즐거움’ 인기 요인
PB 상품으론 역대 최초 가공식품 카테고리 판매액 1위

지난해 GS25를 강타한 점보라면은 1탄 점보 도시락과 2탄 공간춘을 합쳐 현재까지 누적 약 1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판매량만 200만 개에 달한다. GS25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는 역대 처음으로 판매액 기준 라면뿐만 아니라 가공식품 전체에서 1위를 차지한 ‘메가 히트작’이다.

점보라면은 1인분 사발면이란 틀을 깬 ‘발상의 전환’으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먹방 트렌드를 잡으면서 동시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캠핑이나 모임 등에서 여러 명이 나눠 먹을 수 있는 감성도 인기에 작용했다.

조선비즈는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에서 점보라면을 탄생시킨 김대종(36) GS리테일 상품기획자(MD)를 만났다.

GS25의 작년 최대 히트작인 점보 라면을 기획한 김대종 상품기획자(MD)./최효정 기자

◇시판 라면 다 먹어봤다… 1인분 틀 깬 발상의 전환

입사 10년 차인 김 MD는 지난 2022년 라면 기획 업무를 배정받고 나서 하루에 평균 4개의 라면을 먹었다. 연구 목적으로 국내 출시된 모든 시판 라면을 시식했다. 한국뿐 아니라 450여 개에 달하는 전 세계 라면을 구해서 먹고 또 먹었다. 이 탓에 업무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체중이 10kg이나 늘었다.

밤낮으로 라면을 고민하던 김 MD를 강타한 것은 ‘1인분 사발면’의 틀을 깨자는 생각이었다. 맛이나 협업 등 라면을 다양화 할 수 있는 요소는 이미 충분히 시도됐지만, 용기당 1인분이라는 규칙은 깨진 적이 없었다. 당시 유튜브 먹방 콘텐츠에서 대형(점보) 음식을 먹는 것이 유행하는 것에서 착안했다.

일본식 라면 가게 등에서 이벤트성으로 마련한 ‘점보라면’ 먹기 도전(챌린지)에 먹방 유튜버들이 도전하는 것이 인기를 끌자, 편의점에서도 이런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영감이 찾아왔다. 직접 점보라면을 판매하는 곳을 방문해 챌린지에 도전하기도 했다.

이 아이디어는 곧바로 사내 신상품 경진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후 계획을 현실화하기 위해 협력사 선정 작업, 샘플상품 제작, 내부 보고 등을 거쳤다. 최종 계획을 허연수 부회장이 인가하면서 바로 제작 단계에 돌입했다.

김 MD는 “트렌드를 읽기 위해 유튜브를 자주 보는데 점보라면 챌린지가 유행했다. 거기서 편의점에서도 저런 제품을 판매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제품 기획을 처음 시작한 게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이 시작된 때라 캠핑 등 모임에서도 컵라면 형태를 유지하면서 양이 많은 제품을 많이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용기·스프·면 제조사 찾아 전국 돌며 조합

하지만 막상 점보 라면을 실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도시락의 사각 용기를 활용한 PB 상품을 팔도에 제안했지만 설득이 어려웠다. 기존 라면 회사들도 모두 김 MD의 협업 제안을 거절했다. 일반 라면 기준 8.5인분의 양이 들어가는 거대한 용기나 양념스프, 건더기 스프 등을 만들 역량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김 MD는 안전한 용기와 대량 조리에도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면을 만들기 위해 전국의 제조업체들을 돌고 또 돌았다. 8인분 컵라면의 특성상 오래 먹어도 불지 않는 면이 필요해 반죽 배합비를 아예 새로 조절했다. 테스트한 면 종류만 여섯 개다.

그렇게 일반 컵라면 면과는 맛에서 차이가 없으면서 불지 않는 면을 만들었다. 시제품을 들고 찾아가자 맛과 품질에 만족한 팔도에서 협업에 동의했다.

김 MD는 “다른 업체들이 점보 라면을 따라 하고 싶어도 따라 할 수 없는 이유”라면서 “안전한 용기를 만드는 기술력을 가진 업체도 유일하고, 공정도 혼합 과정에서 사람이 필요하다. 8.5인분 라면을 제작할 수 있는 비법은 GS25만 알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누적 판매량 200만 개 넘어서… PB 상품 최초 전체 가공식품 1위

지난해 5월 30일. 약 1년 3개월의 개발 과정을 거쳐 마침내 점보라면 1탄인 점보도시락이 출시됐다. 결과는 대히트였다. 초도 물량인 5만 개가 3일 만에 완판됐다. 출시 후 200일 이상 입고 물량이 당일 완판되는 등의 오픈런 현상을 지속했다.

점보라면은 특성상 생산량이 다른 PB 라면보다 많지 않아 여전히 수요보다 공급이 모자란 상황이다. 중고거래 장터나 쿠팡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에서 웃돈이 붙어 거래되기도 한다. 누적 판매량 200만 개를 넘겼는데, 이는 8배 이상의 규모를 고려할 시 일반 용기면 1600만 개 이상을 판매한 효과로 환산된다.

매출도 용기 면을 넘어 가공식품 전체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육개장, 신라면 큰사발 등 내로라하는 NB(식품제조업체 브랜드) 라면을 모두 밀어내고 PB 라면이 매출로 1위를 차지한 것은 GS25 역사상 최초다.

김 MD는 “점보라면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맛이 좋고, 인증용 수요를 넘어서 함께 먹을 수 있는 라면이라는 감성도 있어서 흥행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여러 명이 각각 한 개를 끓여먹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라면을 같이 나눠 먹는 것이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소셜미디어(SNS) 인증용으로 10대 20대가 많이 구매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구매 연령대는 골고루 퍼져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GS25는 기세를 몰아 조만간 점보시리즈 3탄을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5탄까지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점보라면뿐 아니라 GS25에서는 지역 특색을 살린 라면을 만나 볼 수 있을 예정이다.

김 MD는 “점보도시락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함께 구상했던 공간춘도 뒤이어 출시할 수 있었다”며 “점보 3탄은 또 다른 히트작인 오모리와 협업한 점보 오모리 도시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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