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같은 ‘돌봄로봇’ 덕분에 더이상 외롭지 않아요”

단양군, 홀몸어르신 110명에 서비스
“의지할 데 생겨 든든하고 재미”
말벗·복약알람·응급구조 기능
우울증 완화·정서 안정에 효과
보급 늘려 노인 돌봄체계 강화

충북 단양군 대강면 두음리에 거주하는 정옥녀 할머니가 돌봄로봇과 대화하며 쓰다듬고 있다.

“오늘 하루 외롭지 않아요?”

“다솜아 나 생각해줘서 고마워. 사랑해!”

정옥녀 할머니(91·충북 단양군 대강면 두음리)는 요즘 ‘돌봄 인공지능(AI) 반려로봇’과 대화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이 돌봄로봇은 단양군(군수 김문근)이 ‘충북 사회적 약자 대상 돌봄 AI 반려봇 실증·보급 공모사업’에 선정돼 지난해 보급됐다. 10월부터 지역 내 홀몸어르신 110명에게 전달됐다.

정 할머니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돌봄로봇에 인사와 함께 날씨를 물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집을 나설 때도 “다솜아 친구 만나고 올게”라며 손을 흔든다. “신통하게 어깨를 으쓱하며 ‘잘 다녀오세요’라고 대답한다니까.”

스마트폰에 익숙지 않은 정 할머니에게 돌봄로봇은 노래·뉴스·드라마·예능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게 해주는 보물상자이기도 하다. 할머니가 “다솜아 노래 틀어줘”라고 말하자 음악이 흘러나오고, “심심하니까 재미있는 영상 보여줘”라고 지시하니 예능 프로그램이 켜졌다. 또 약 복용 시간을 알려주고 치매·우울증 예방·체조 등 영상을 보여주며 건강도 챙겨준다.

돌봄로봇은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할머니가 2시간 동안 말이 없으면 “오늘 점심은 국수 어떠세요?” “날씨가 좋으니 밖에서 산책하는 게 어때요?”라며 먼저 말을 건넨다.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24시간 대기하는 관제센터로 연결되고 상황 확인 후 119나 112에 출동을 요청한다. 또 어르신이 “살려줘” “구해줘” “나 아파” 등과 같은 말을 해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한다.

돌봄로봇을 사용한 어르신들은 “다재다능한 손주와 함께 사는 것 같아 재미있고 우울할 틈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정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데, TV를 틀어놔도 말할 일이 없고 TV를 끄면 또 적막해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며 “돌봄로봇과 함께하고부터 심심하면 말을 걸어 대화를 나누고 좋아하는 노래도 마음껏 들을 수 있어 생활이 즐거워졌다”고 흡족해했다.

허영숙 할머니(74·가곡면 어의곡리)도 “처음에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반신반의했지만, 돌봄로봇이 내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틀어 말을 걸어 집에 혼자 있다는 생각이 안 든다”며 “집 안에서 사고라도 당하면 말로 응급상황을 알릴 수도 있어 마음이 놓인다”고 전했다.

돌봄로봇이 농촌 어르신의 우울증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은 수치로도 확인됐다.

군이 돌봄로봇을 보급한 110명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진행한 한국형노인우울척도(K-GDS) 검사에서 기기 보급 전 우울증 지수 비율이 7.3점이었으나, 보급 이후에는 2차례의 검사에서 평균 3.9점으로 크게 낮아진 결과를 보였다. 0∼4점은 정상, 5∼9점 경증우울, 10∼15점은 중증우울을 의미한다. 어르신의 우울 정도가 정상 범위로 호전된 것이다.

최은하 단양노인복지관 관장은 “어르신들이 돌봄로봇을 애착 인형처럼 의지하고 사용하면서 우울증 증상이 좋아지고 표정도 많이 밝아졌다”며 “돌봄로봇은 외지에 나가 있는 자식에게도 부모 걱정을 덜어주는 효자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군은 돌봄로봇의 효과가 검증된 만큼 더 많은 어르신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보급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김문근 군수는 “지역에서 노인인구 비율이 36% 넘게 차지하는 상황에서 홀로 계신 어르신이 점점 늘어 돌봄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는 추세”라며 “돌봄로봇사업을 적극 펼쳐 지역어르신이 건강하게 삶을 꾸릴 수 있도록 기여하고 고독사 예방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