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 수학도… 그에겐 음악과 같다
멀리는 작곡가 모차르트·멘델스존부터 가까이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임윤찬까지. 클래식 음악사는 일찍부터 재능을 드러낸 신동과 영재들의 탄생 신화로 가득하다. 하지만 대만계 미국 피아니스트 키트 암스트롱(31)의 이력은 남다른 구석이 있다. 다섯 살 때 백과사전을 스스로 찾아보면서 독학으로 작곡을 시작한 일화는 그야말로 시작일 뿐. 아홉 살에 유타 주립대에 정식 입학해서 과학과 음악을 공부했다. 그 비결이 궁금해서 오는 22일 프랑스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48)과 내한 연주회를 앞둔 그와 최근 영상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다섯 살 때는 기억에 남아 있지 않고, 열 살 무렵부터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어릴 적 꿈은 크고 멋져 보이는 트럭 운전사였다”며 웃었다.
겸양 섞인 답변이지만 그 뒤로 암스트롱은 과학과 수학, 음악을 넘나들면서 재능을 발산했다. 11세에는 커티스 음악원에서 피아노를, 펜실베이니아대에서 화학과 수학을 각각 공부했다. 16세에 영국 왕립음악원을 졸업했고, 4년 뒤에는 파리 6대학에서 수학 석사를 마쳤다. 당시 전공은 정수론(整數論)과 위상 수학. 그는 “우리 눈에 보이는 사물뿐 아니라 숫자와 개념에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형상이 존재할 수 있다. 수학은 철학의 연장(延長)이며 세상을 더욱 깊고 폭넓게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과학과 음악의 차이에 대한 질문에 그는 “보편성과 객관성을 추구하는 과학은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전체를 이해할 수 있지만 음악은 설령 디테일을 놓치더라도 작품 전체를 연주하는 과정에서 대담한 도약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열두 살 때부터 베토벤과 슈베르트 해석으로 명망 높은 피아노의 거장 알프레트 브렌델(93)을 사사했다. 브렌델과 공부하면서 피아노뿐 아니라 바로크 건축물과 표현주의 회화, 영시(英詩)의 아름다움에 눈떴다고 했다. 암스트롱은 “브렌델 선생님은 특정한 해석을 주입하는 대신에 예술에 대한 사랑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가르쳐주셨다”며 “선생님이 시를 낭송하면 저는 곁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듀오 음악회도 자주 열었다”고 했다.
암스트롱은 조성진의 소속 음반사로도 유명한 명문 도이치그라모폰(DG)을 통해서 음반을 발표하는 피아니스트다. 동시에 교향곡·협주곡·실내악 등 40여 곡을 꾸준하게 발표한 작곡가이기도 하다. 그가 존경하는 음악가는 ‘동물의 사육제’와 ‘오르간’ 교향곡의 프랑스 작곡가 생상스(1835~1921). 생상스 역시 열 살 때 파리에서 데뷔 연주회를 가졌던 신동 출신으로 천문학자이자 여행가이기도 하다. 그제서야 다재다능한 암스트롱의 음악적 지향점이 조금은 이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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