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창의와 혁신] 〈7〉반복 속에 버려진 창의를 찾자

2024. 2. 1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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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혁신과 공존의 신세계 디지털' 저자)

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것이 반복이다. 거기도 창의가 있을까. 2005년 미국에 태풍 카트리나가 왔을 때 해수면보다 낮은 도시 뉴올리언스가 위험했다. 국토안보부 재난책임자는 반복적인 태풍에 성공적인 대처 경험이 있는 최고 전문가였다. 초기 다양한 경로에서 제방붕괴, 홍수위험 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붕괴된 제방이 없다는 육군공병대 보고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재난관리청 보고, 유명 뉴스채널의 뉴올리언스 축제 보도 등을 믿었다. 그 결과 국가 긴급대응에 필요한 골든타임을 놓쳤다. 그는 다른 태풍과 같이 취급해 초기 보고를 예전처럼 과잉 보고로 불신했다. 평소대로 육군공병대, 재난관리청, 유명 뉴스채널 보도를 믿었다. 유능한 자의 치명적 오판이고 최악의 참사를 막지 못했다. 성공적이었던 과거 업무방식을 반복하다가 새로운 태풍 양상을 간과하고 창의적인 사고와 판단을 하지 못했다.

1890년대 작가 기 드 모파상은 파리 에펠탑 안에 있는 식당을 즐겨 찾았다. 누군가 에펠탑을 좋아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의 대답은 반대였다. “여기선 에펠탑을 보지 않아도 되니까”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 개최를 기념해 구스타브 에펠이 세운 에펠탑은 혹평을 받았다. 무게 7천 톤, 높이 320미터의 철골구조물은 석조건물의 도시 파리와 어울리지 않았다. 통신, 방송 중계 송신탑 등 산업 용도를 인정받아 수많은 철거위기를 넘겼다. 석조건물의 반복에서 툭 튀어나와 산업시대를 처음으로 알린 철조건물의 승리였다. 세계적 기념물이 되면서 에펠의 창의는 인정을 받았다.

그림작가 이소연 作

경험, 관행과 지속적인 개선에 따른 반복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숙련도를 높여 불량과 오류를 줄이고 업무처리 속도를 높인다. 문제점은 발견 즉시 제거된다. 업무매뉴얼과 높은 수준의 업무패턴을 요구한다. 반복은 산업시대에 큰 역할을 했다. 공장에서 분업과 협업에 따라 각자 맡은 반복적인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해 성과를 냈다. 그러나 반복은 동일화, 규격화를 요구하면서 차이를 발견해 다르게 생각할 기회를 줄여 창의를 막았다. 미래는 패러다임 변화가 급격한 시대다. 어제 옳았던 방법이 오늘은 옳지 않을 수 있다. 지난 날 성공에 취하여 업무마다 그대로 적용해 반복하지만 따분한 '되풀이'가 될 뿐 경쟁을 이기는 창의를 낳지 못한다.

반복에 감춰진 창의를 찾아야 한다. 화가 클로드 모네는 루앙 성당을 반복하여 그렸다. 날씨와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대상과 빛의 움직임을 40장의 그림으로 옮겼다. 같은 성당을 그렸지만 빛의 모양이 다르니 같은 그림일 수 없다. 차이가 있는 40장의 다른 그림이다. 대상을 재현하지 않고 빛의 움직임을 파악해 그리는 인상주의의 시작이다. 기존의 반복된 화풍과 달라 혹평을 받았지만 대표적 미술사조가 되었다.

창의를 얻으려면 반복에 안주하지 말고 차이를 찾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반복이 오래될수록 불량과 오류는 찾기 쉽지만 차이는 버려지기 싶다. 차이를 불량, 오류와 구별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반복에서 불량, 오류나 다른 것이 나올 때 다시 들여다보자. 동료들과 토론하자. 뒷날을 위해 기록하고 관리하자. 불량도 모아두자. 지금은 불량이지만 언젠가 창의의 단서가 될 수 있다. 나중에 다시 꺼내 연구하고 실험하자. 다른 것과 결합해 보고 떼어내 보기도 하자. 발견된 차이를 반복해 보자. 차이를 다른 차이에 결합하고 힘을 주는 강도를 달리해보자. 업무환경을 바꾸는 것도 좋다. 변화는 생각을 다르게 한다. 때론 현안에 집중하지 말고 한 걸음 떨어지자.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자. 그 다른 사람이 나보다 똑똑할 필요도 없다. 다르게 봐줄 수 있으면 된다.

수많은 차이가 반복의 감옥에서 나와 세상과 어울리면 창의가 숨쉬는 생활환경이 된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혁신과 공존의 신세계 디지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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