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얏꽃 오일램프, 김홍도 잔세트…2030 홀리는 ‘전통 굿즈’

고나린 기자 2024. 2. 1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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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오일램프 단품은 전부 품절이고, 세트만 하나 남아서 겨우 샀어요."

지난달 전통 굿즈를 처음 사봤다는 권소영(24)씨는 "김홍도의 그림을 모티브로 하고 차가운 음료를 담으면 잔의 색이 변하는 '취객선비 3인방 변색 잔세트'(2만6000원)를 사기 위해 알람을 맞췄다. 전통 그림을 상품화한 것인데도 가벼워 보이지 않는 게 신기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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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재재단이 지난달 출시한 ‘덕수궁 오얏꽃 오일램프’. 한국문화재재단 KHmall 누리집 갈무리

“덕수궁 오일램프 단품은 전부 품절이고, 세트만 하나 남아서 겨우 샀어요.”

경복궁 야간개장, 창덕궁 달빛기행 등 궁에서 하는 행사는 티케팅까지 해 매번 가볼 정도로 고궁을 좋아하는 이수은(36)씨는 지난달 한국문화재재단이 출시한 ‘덕수궁 굿즈’에 매료됐다. 그는 “궁에 갈 때마다 수저 세트, 자개함 등 비싸고 잘 쓰지 않는 굿즈만 있어 아쉬웠는데, 오일램프처럼 캠핑에서 쓸 수 있는 실용적인 굿즈가 나와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이씨가 산 ‘오얏꽃 오일램프 세트’(8만5000원)를 포함한 5개 상품은 1000개의 물량이 출시 3일 만에 동나 추가 제작에 들어갔다.

전통문화를 새로운 감성으로 풀어낸 상품이 인기를 끌며 ‘힙트래디션’(Hip+Tradition)이라는 신조어도 생긴 가운데, 대표 주자인 국립중앙박물관 굿즈는 1년 새 매출 규모가 3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엔 공예품이나 문구류 등이 대부분이었던 이런 굿즈가 최근 들어 무선이어폰 케이스나 유리잔 등 생활 곳곳에서 자주 쓰는 소품으로 확대된 영향이 컸다.

차가운 음료를 담으면 선비의 얼굴이 붉게 변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취객선비 3인방 변색 잔세트’는 최근 3차 추가 제작에 들어갔을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권소영(24)씨 제공.

인기 많은 굿즈는 출시 시각에 알람까지 맞춰 ‘클릭’해야 겨우 살 수 있다. 지난달 전통 굿즈를 처음 사봤다는 권소영(24)씨는 “김홍도의 그림을 모티브로 하고 차가운 음료를 담으면 잔의 색이 변하는 ‘취객선비 3인방 변색 잔세트’(2만6000원)를 사기 위해 알람을 맞췄다. 전통 그림을 상품화한 것인데도 가벼워 보이지 않는 게 신기하다”라고 했다. 구아무개(39)씨도 “동났던 김홍도 잔세트가 재입고된 지난달 18일에는 급증한 방문자 수에 누리집에 오류가 생길 정도였다. 8시간가량을 기다려 새벽 1시에 겨우 구매에 성공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찾은 국립중앙박물관 기념품점에서도 ‘취객선비 잔세트’는 품절이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고아무개(26)씨는 “김홍도 잔세트와 금동대향로 금색 미니어처는 나올 때마다 동난다. 입고되자마자 연락 달라며 연락처를 주고 돌아가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국보 백제금동대향로를 높이 30㎝ 크기로 줄인 미니어처도 실제 향을 피울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금동대향로 미니어처’를 구매한 하수민(32)씨는 “금동대향로를 볼 때마다 직접 향을 피우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는데, 굿즈가 실제 향로 기능도 할 수 있다고 해서 사봤다”라며 “전시 도록이나 엽서보단 관람했던 박물관 전시를 실생활에서 떠올리게 하는 굿즈가 좋다”고 말했다.

실제 국립중앙박물관의 ‘생활소품’ 굿즈는 전체 굿즈 매출 중 2019년 24.7%에서 점점 늘어 지난해엔 39.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문구사무, 공예품 등이 뒤를 이었다. 김미경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상품기획팀 팀장은 “굿즈 매출이 지난해에만 149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0% 늘었다”며 “특히 무선이어폰 케이스, 유리잔 등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이 신선한 전통 콘텐츠와 결합하면 일상에 소소한 재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 구매를 많이 한다”라고 했다.

비슷한 이유로 전통 굿즈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원데이 클래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서울 종로구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금·토·일마다 열리는 ‘자개 공예 클래스’는 하루에 총 50여명이 참여할 수 있지만 예매 페이지가 열릴 때마다 4시간도 안 돼 매진된다. 돈의문박물관에서 지난해 말 자개 열쇠고리와 전통 매듭 팔찌를 만들었다는 박소현(27)씨는 “전통 굿즈 만들기는 앞으로도 쉽게 하지 못할 경험 같아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주변에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1월23일 찾은 국립중앙박물관의 ‘뮤지엄샵’. 평일 낮 1시30분께 굿즈를 구경하는 30여명의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고나린 기자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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