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키나와에서 열린 일본의 농구 축제’ 2024 B.리그 올스타게임 위켄드 취재기

조영두 2024. 2. 1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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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조영두 기자] 1월 12일부터 14일까지 일본 오키나와현 오키나와시 오키나와 아레나에서 ‘2024 B.리그 올스타게임 위켄드 in 오키나와’가 열렸다. B.리그는 해당 기간 팬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13일에는 아시아 올스타와 일본 라이징 스타의 이벤트 경기가 열렸다. 코리안리거 이대성(미카와), 양재민(센다이), 장민국(나가사키)은 한 팀이 되어 코트를 누볐다. 14일 올스타게임은 무려 7357명의 만원 관중 속에 성황리에 치러졌다. B.리그 올스타게임 현장 분위기는 어땠을지 점프볼이 직접 다녀왔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오키나와에서 뭉친 코리안리거, 이대성·양재민·장민국
13일 B.리그는 아시아쿼터 선수로 구성된 아시아 올스타와 일본 내 유망주들이 소속된 라이징 스타의 맞대결을 편성했다. 현재 B.리그에서 뛰고 있는 코리안리거 3인방 이대성, 양재민, 장민국은 처음으로 같은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서 호흡을 맞췄다. 아시아 올스타는 대부분 필리핀 선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 팬들에게 알려진 카이 소토(요코하마), 칼 타마요(류큐), 써디 라베나(산-엔) 등이 포함됐다. 지난 시즌 울산 현대모비스 소속으로 KBL 신인상을 수상했던 론제이 아바리엔토스(신슈)도 선발됐고, 미남 스타 드와이트 라모스(홋카이도)가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다.

라이징스타는 일본 국적의 젊은 피들로 구성됐다. 유망주 오쿠라 소타(치바), 와타나베 휴(류큐), 이노우에 소이치로(코시가야) 등이 이름을 올렸다. NBA에서 뛰고 있는 하치무라 루이(레이커스)의 동생 하치무라 알렌(군마) 역시 라이징스타 소속으로 코트를 누볐다. 주장은 카와마타 코야(시가)가 맡았다.

이벤트 경기인 만큼 승패는 크게 의미가 없었다. 아시아 올스타는 일본 라이징 스타에 127-115로 승리했다. 한국인 B.리거 중에서 가장 돋보인 이는 이대성이었다. 11분 6초를 뛰며 11점 8리바운드 1어시스트로 활약했다. 3점슛 5개를 던져 3개를 적중시켰고, 적극적인 플레이로 연이어 리바운드를 걷어냈다. 선발 출전한 양재민은 15분 26초 동안 4점 4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장민국은 6분 9초를 뛰며 3점슛 1개를 성공시켰고, 리바운드 2개를 걷어냈다.

이대성은 경기 후 3점슛 콘테스트에 출전했다. 3점슛 콘테스트는 60초 동안 5개 지점에서 5개씩 총 25개의 3점슛을 던진다. 일반공은 1점, 컬러볼은 2점으로 집계된다. 60초 안에 25개를 모두 던진다면 추가로 5초가 부여되며, 로고샷을 시도할 수 있다. 로고샷은 넣으면 한번에 3점을 올릴 수 있다. 이대성을 비롯해 기보 순야(류큐), 키시모토 류이치(류큐), 카네치가 렌(치바), 하시모토 타쿠야(오사카), 니시다 유다이(미카와), 쓰지 나오토(군마), 사이토 타쿠미(나고야)가 참가해 치열한 맞대결을 펼쳤다. 이대성이 3점슛 콘테스트에 출전한 건 프로 커리어에서 두 번째다. 그는 전주 KCC(현 부산 KCC) 시절이었던 2019-2020시즌 KBL 올스타게임 3점슛 콘테스트에 출전해 예선 탈락한 바 있다.

5번째 순서로 나선 이대성은 긴장한 듯 영점 조준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중반을 넘어서며 슛 감을 잡았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25개의 3점슛을 다 던지지 못했고, 13점으로 아쉽게 마무리했다. 8명 중 공동 6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우승은 21점을 올린 키시모토가 차지했다.

오키나와 아레나에는 이대성의 티셔츠를 입고 있는 팬이 눈에 띄었다. 일본 팬 사사키 모토코 씨였다. 사사키 씨는 “나고야에서 왔다. 그전까지는 이대성이라는 선수가 있는지 잘 몰랐다. 올 시즌 이대성 선수가 미카와로 오면서 팬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씨호스즈 미카와로 이적한 이대성은 단숨에 팀의 주축 멤버로 자리 잡았다. KBL과 비교해 평균 득점이 줄었지만 적극적인 수비와 리바운드에 최선을 다하며 에너지를 쏟고 있다. 사사키 씨 역시 이대성의 열정을 높이 샀다. “수비를 정말 열심히 하고 리바운드도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팀을 위한 궂은일을 열심히 하는 게 인상적이다. 이대성 선수를 보기 위해 거의 매번 미카와 경기를 직관하고 있다.” 사사키 씨의 말이다.

현재 B.리그에는 한국선수 이대성, 양재민, 장민국을 비롯해 필리핀, 중국, 대만 등 다양한 아시아 선수들이 아시아쿼터 제도를 통해 뛰고 있다. 이들은 일본 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사사키 씨는 “아시아쿼터는 굉장히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몰랐던 선수의 플레이를 볼 수 있다. 또한 농구를 보는 시야가 더욱 넓어지는 느낌이다”는 의견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사사키 씨는 “이대성 선수의 등번호 43번이 새겨진 티셔츠가 집에 있는데 최근에 하나 더 샀다.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경기 중에 좀 더 웃는 얼굴을 보여줬으면 한다”며 이대성에게 한 마디를 남겼다.

‘7357명 만원 관중’ 성황리에 치러진 올스타게임
올스타게임이 열린 오키나와 아레나는 2021년 개관한 아시아 최초의 NBA식 체육관이다. 최신식 시설과 더불어 최대 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큰 규모를 자랑한다. 오키나와 아레나를 사용하는 류큐 골든 킹스의 홈경기에는 매번 7000명 이상의 관중들이 몰린다. 올스타게임을 향한 일본 농구팬들의 관심은 놀라웠다. 인터넷 티켓 예매가 오픈된지 몇 분 만에 매진이 됐다. 서버가 다운되어 예매를 시도하지 못한 팬들도 있었다고 한다. B.리그는 입석 판매까지 진행해 최대한 많은 팬들이 올스타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14일 펼쳐진 올스타게임은 7357명 만원 관중 앞에서 성대하게 치러졌다.
경기 시작 4시간 전부터 오키나와 아레나 근처에 팬들이 서성였다. 구단 용품점에는 올스타게임 굿즈를 사기 위한 행렬이 줄을 이었다. 카와무라 유키(요코하마), 히에지마 마코토(우츠노미야) 등 인기선수들의 굿즈는 일찌감치 품절되어 구할 수 없었다. 어센틱 유니폼은 1만 8000엔(약 16만 원)의 고가였지만 팬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현장에서 만난 B.리그 관계자는 “인기 많은 선수들의 상품은 정말 빠르게 팔린다. 하지만 몇몇 상품들은 재고가 남는다. 그래도 가격이 비싼 편이라 수익이 꽤 된다”고 이야기했다.
경기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코트에서는 오프닝 공연이 펼쳐졌다. 화려한 조명과 사운드가 체육관을 가득 채웠다. 밴드 10-Feet가 스페셜 게스트로 깜짝 등장해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OST로 잘 알려진 ‘Dai Zero Kan(0번째 감)’을 불렀다. 슬램덩크의 나라답게 일본 팬들의 환호성이 쏟아졌고, 함께 떼창하며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었다.

경기에서는 접전 끝에 B.WHITE가 B.BLACK에 128-123으로 승리했다. 페린 뷰포드(19점 9리바운드 6어시스트), 토가시 유키(17점 2리바운드 3어시스트) 등 무려 9명이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리며 고른 활약을 펼쳤다. B.BLACK은 키시모토(24점 2리바운드 4어시스트)와 조쉬 호킨슨(15점 11리바운드 2어시스트)이 패배 속에서도 돋보였다.

팬 투표로 진행된 MVP는 키시모토가 차지했다. 키시모토는 무려 85%의 높은 지지를 받으며 카와무라, 호킨슨, 뷰포드를 제쳤다. 키시모토에게는 상금 100만 엔(약 900만 원)이 수여됐다. 홈에서 열린 올스타게임에서 MVP를 수상했기에 그 의미가 더욱 남달랐다. 올스타게임인 만큼 승패는 큰 의미가 없었다. 올스타 선수들은 다양한 퍼포먼스와 세리머니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농구에 진심인 나라답게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했고, 7357명 만원 관중 속에 성대하게 마무리됐다.

B.리그가 올스타게임에 아시아 취재진을 초청한 이유는?
올스타게임 위켄드에 B.리그는 한국, 중국, 대만, 필리핀 취재진 약 20여명을 초청했다. 해외 시장에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서다. B.리그는 새롭게 호스피탈리티 티켓(Hospitality Ticket)을 선보였다. 호스피탈리티 티켓은 해외 팬들을 위해 B.리그가 마련한 프리미엄 서비스다. 아시아 올스타와 일본 라이징스타가 맞대결을 펼친 13일은 3만 엔(약 27만 원), 올스타게임 본 경기가 열린 14일은 3만 5000엔(약 32만 원)에 판매됐다. 굉장히 고가이지만 그만큼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 B.리그는 아시아 취재진에게 호스피탈리티 프로그램을 체험하도록 했다.

B.리그 관계자는 “관광청에서 스포츠를 메인으로 한 여행 상품을 많이 기획하고 있다. 그래서 처음으로 호스피탈리티 티켓을 선보이게 됐다. 일본에 큰 체육관이 계속 생기고 있는데 자국 팬들로는 다 채울 수가 없어서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문제점도 있다. 판매 기간이 너무 촉박했다. 때문에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티켓을 구매하고 못 오신 해외 팬들도 있다. 원래 해외 팬들이 대상이었는데 불가피하게 일본 팬들에게도 판매했다. 다음엔 이런 것들을 더 고려해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호스피탈리티 티켓을 구매한 팬들은 가장 먼저 체육관에 입장할 수 있다. 입장 시에는 출입증 목걸이, 에코백, 물병 등이 사은품으로 증정된다. 또한 1층 라운지에서는 치킨, 핫도그 등 음식과 주스, 주류 등 음료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음식과 음료는 라운지 또는 체육관 좌석에서 자유롭게 취식 할 수 있다. 라운지 인테리어도 돋보였다. 테이블을 백보드, 림을 활용해 만들었고, 곳곳에 농구공도 보였다. 누가 봐도 농구장 라운지라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라운지 곳곳에는 TV를 설치해 팬들이 음식과 음료를 취식하며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했다.

13일과 14일에는 호스피탈리티 티켓 구매자를 위한 특별한 토크쇼가 진행됐다. 13일에는 양재민, 소토, 사도하라 료(나고야)가 등장했고, 14일은 이대성, 아바리엔토스, 하치무라가 함께 했다. 이들은 추첨을 통해 팬들에게 사인이 새겨진 유니폼을 선물로 증정하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체육관 좌석은 코트와 가까운 1층으로 배정됐다. 별다른 장애물 없이 경기가 잘 보였고, 선수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B.리그 관계자가 수시로 관중석을 방문해 호스피탈리티 티켓 구매자들을 체크하는 모습이었다. B.리그가 호스피탈리티 티켓을 출시한 궁극적인 목적은 해외 시장 공략이다. 호스피탈리티 티켓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B.리그 올스타게임 관람이 포함된 관광 상품을 국내에서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왜 그들이 단기간에 비약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현지에서 만난 일본 농구의 미래 카와무라·카네치카
현재 일본에서 가장 뜨거운 농구선수는 카와무라다. 지난 시즌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MVP, 신인상, MIP, 베스트5, 어시스트상까지 5관왕을 차지하며 단숨에 일본 최고 가드로 자리 잡았다. 2023년 FIBA 농구 월드컵에서도 맹활약, 일본의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끌며 스타로 떠올랐다. 카와무라는 뛰어난 실력과 더불어 훈훈한 외모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 결과 이번 올스타 팬 투표 1위를 차지했다. 13일 열린 스킬 챌린지에서는 빠른 스피드를 선보이며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카와무라는 “B.리그 경기에 많은 팬들이 보러 오신다. 아마 월드컵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앞으로도 좋은 플레이를 보여서 팬들한테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카와무라의 신장은 172cm에 불과하다. 대신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와 정확한 슛을 장착하고 있다.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폭발적인 득점력도 장점이다. 또한 시야가 넓어 동료들을 살려주는 플레이에도 능하다. 그를 보면 자연스럽게 또 다른 일본의 단신 가드 토가시가 떠오른다. “신장은 하나의 능력,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장보다 중요한 것은 강한 마음이다. NBA 스타 앨런 아이버슨(은퇴)이 말했듯이 신장보다 심장이 더 중요하다. 할 수 있다는 마인드를 갖고 플레이를 해야 된다. 어릴 때부터 토가시를 동경해왔다. 지금 이렇게 그와 함께 뛸 수 있어서 영광이다.” 카와무라의 말이다.

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친 카와무라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 일본 무대는 그에게 좁다. 과거 토가시가 그랬듯 해외 도전을 생각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와무라는 “국제대회에서 활약할 수 있는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어려운 환경에서 도전이 필요하다. 그래야 내가 더 성장한다. 타이밍이 맞는다면 해외 도전도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카와무라와 함께 일본 농구의 미래로 평가받고 있는 이는 카네치카다. 196cm의 큰 신장에 정확한 3점슛이 장점이다. 뛰어난 운동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자유자재로 덩크슛이 가능하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그는 U16, U19 등 연령별 대표팀에 꾸준히 승선했다. 지난해 7월에는 성인 대표팀에 발탁되어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과의 평가전에 출전하기도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치바에 입단한 카네치카는 데뷔 시즌부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카네치카는 “내가 팀에서 가장 많은 3점슛을 넣고 있다. 이 부분을 감독님이 좋게 봐주셨다. 그래서 꾸준히 출전 시간을 보장받고 있는 것 같다”며 데뷔 시즌 활약의 비결을 이야기했다. 지난 시즌 준우승팀 치바는 B.리그와 더불어 EASL(동아시아 슈퍼리그) 2023-2024시즌 일정을 병행하고 있다. 카네치카는 지난해 12월 안양 정관장을 상대로 3점슛 5방을 적중시키는 등 17점 2리바운드 1어시스트로 활약했다. 1월 10일에는 다시 만난 정관장전에서 3점슛 5개 포함 23점 3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팀에는 좋은 슈터들이 굉장히 많다. 정관장은 자국선수들과 외국선수들의 호흡이 굉장히 잘 맞더라. 직접 붙어보니 좋은 선수들이 많고, 수준이 높은 리그라는 걸 느꼈다.” 카네치카의 말이다.

카네치카는 2003년생으로 아직 대학생들과 같은 나이다. 지금과 같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준다면 미래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카네치카는 “일본 농구를 이끌어가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도록 하겠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이대성·양재민·장민국이 말하는 일본 생활
1월 12일 B.리그는 한국 취재진들에게 이대성, 양재민, 장민국과 인터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줬다. 낯선 해외에서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은 오랜만에 한국 취재진과 한국어로 대화를 나눴다. 장민국은 “한국어 쓰니까 너무 좋네요”라며 수줍은 웃음을 지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말하는 일본 생활은 어떨까.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이대성

일본 생활은 어떤지?
많이 편해졌다. 생활, 농구 모두 처음보다 편해졌다. 한국과 완전히 달라서 처음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경기가 주말에 몰려 있어서 큰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운 것들이더라. 한국에서의 익숙함, 편안함과 달리 힘든 점이 많았다. 토요일, 일요일에 에너지를 다 몰아서 쓰고 평일에 회복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피로에서 벗어나는데 2, 3일이 걸렸다. 지금은 적응이 돼서 괜찮지만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

KBL과 달리 수비에서의 역할이 커졌는데?
KBL과 지금 역할이 많이 다른 건 사실이다. 팀 승리를 위해 에너지를 사용할 뿐이다. 솔직히 선수로서 아쉬움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팀 성적이 최근 12경기에서 10승을 하면서 상승세를 탔다. 여러 팀과 경기를 해봤지만 B.리그 최고의 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강팀에서 뛰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처음 일본 진출할 때 스스로 발전해야 된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농구는 큰 차이가 없다. 외국선수가 2명이 뛰니까 좀 더 비중을 차지하긴 한다. 이걸 제외하면 큰 문제는 없다. 내가 여기 온 이유는 라이언 리치먼 감독님 때문이다. 농구에서 정말 많이 배운다. B.리그는 24개팀 감독님들이 각양각색이다. 국적도, 나이도 다르기 때문에 구사하는 전술이 너무나 다양하다. 정말 큰 경험을 하고 있다. 발전하는 느낌이 들어서 만족한다. 선수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지만 새로운 걸 배우고 있다는 게 미래에 큰 자양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야투 성공률과 경기력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데?
나도 상당히 큰 충격이다. 핑계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시행착오라고 스스로 위안을 해보지만 이게 내 객관적인 실력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직접 뛰어 보니 이 정도 수준의 성적이다. KBL에서도 인정받기까지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중요한 건 뒤로 물러서지 않고 한발씩 나아가고 있다. 야투 성공률과 경기력은 무조건 개선이 되어야 한다.

한동안 수염을 기르다가 다시 잘랐는데?
더 기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경기력이 안 나와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수염이라도 길러보자고 생각했다. 근데 관리하기가 너무 어렵다. 다운펌을 셀프로 했다. 계속 하니까 나중에는 물미역처럼 흘러내리더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잘랐다.

아시아 올스타에 선발된 소감?
작년에는 팀 이대성의 주장으로 올스타게임을 뛰었는데 올해는 들러리다(웃음). 그래서 크게 기쁜 마음은 없다. 그래도 들러리 역할을 잘해야 주인공이 빛날 수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겠다.

장민국, 양재민과 친분은 있는지?
(양)재민이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편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장)민국이 형은 내 상무 후임이다. 남자들은 다 알겠지만 군대 이야기 하면 시간이 금방 가지 않나. 오랜만에 봤는데 추억 이야기 좀 해야 될 것 같다.

일본 팬들은 많이 생겼는지?
잘 모르겠다. 미카와 팬들이 한국 피켓을 많이 들고 계신다. 체육관에 플래카드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2주 전에 하나 생겼더라. 너무 감사하다. 홈팬들이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일본에서 계속 커리어를 이어갈 생각이 있는지?
1년 계약했으니 현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른 생각할 여유가 없다. 우선 순위는 농구다. 농구선수로서 내 실력을 펼쳐서 더 성장하고 싶다.

양재민

센다이 생활은 어떤지?
이전 팀과 비교해 출전시간이 상대적으로 늘어서 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센다이가 대도시라서 생활적인 면에서도 만족스럽다. 사람이 많고, 건물도 높고, 집 앞에 지하철역도 바로 있다. 큰 불편함은 없지만 아직 의사소통에 조금 어려움이 있다.

일본에서 커리어를 이어가며 스스로 성장했다고 생각하는지?
당연하다. 처음 일본에 왔을 때는 리그의 규모와 스타일에 대해 잘 몰랐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그러지 못했다. 리그 스타일상 내 역할에 한계가 있어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지금은 벌써 세 번째 팀이라 감독님 스타일에 맞춰 적응하는 시간도 짧아졌다.

팀에서 어떤 역할을 요구하는지?
우리 팀 경기를 보시면 내가 코너에 가만히 서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움직임이 없지 않냐고 지적하시는데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투맨 게임을 하는 선수들은 정해져있고, 나머지는 주로 코너에 위치해 있는다. 반면, 한국은 5명이 다 움직이는 걸 선호한다. 하지만 내가 함부로 움직임을 가져가면 스페이싱이 깨질 수 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 코너에서 스페이싱을 넓게 가져갈 수 있도록 훈련을 많이 했다. 코너에서 파생되는 찬스를 보면서 플레이를 하려고 한다.

이대성, 장민국과 맞대결을 펼치기도 했는데?
같이 코트에 섰을 때 신기했다. 지난 시즌까지는 한국선수와 맞대결을 펼친 적이 없었다. 이번 시즌에는 한국에서 기사가 많이 나오고, 관심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반가움이 크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이대성, 장민국과 평소 친분은 있었는지?
사실 형들과 교류는 없었다. 나이 차이가 10살 정도 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국선수가 3명이나 있어서 든든하다. 작년에도 아시아 올스타에 선발됐는데 필리핀 선수들이 많아서 필리핀 대표팀에 내가 끼어든 느낌이었다. 지금은 (이)대성이 형, 민국이 형과 함께 있어서 주눅 들지 않을 것 같다.

3년 연속 아시아 올스타에 선발됐는데?
올스타게임은 페스티벌 개념이 아닌가. 각 구단에서 선수들이 팀을 대표해 출전했다. 비록 메인 올스타는 아니지만 센다이에서 내가 유일하게 올스타게임에 출전한다. 조금 더 책임감을 갖고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본다.

한국에서 뛰고 싶은 마음은 없는지?
한국선수로서 KBL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게 당연하다. 지금 외로움이 큰데 KBL에 가면 친구들과 가족들이 많이 응원을 올 수 있다. 그러나 현재 KBL 제도상 힘든 점이 있다.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하면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군대를 다녀오면 34~35살에 FA다. 제도가 조금만 바뀐다면 한국에서 뛰고 싶다.

장민국

B.리그 수준은 어떤 것 같은지?
많이 높더라. 외국선수 2명이 함께 뛰니 높을 수밖에 없다. 외국선수와 자주 매치업이 되는데 배우는 점이 많다. 배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일본선수들도 신장은 한국선수들보다 작지만 기술이 너무 좋다. 기본기가 탄탄해서 스킬적인 면에서 많이 배우려고 하고 있다.

의사소통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일본어 듣는 건 되는데 말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말을 잘 안 한다(웃음). 공부도 열심히 하진 않는다. 작년에 박사 학위 대학원이 끝나서 1년 동안 쉬고 싶은 마음이다. 부상당했을 때 시간이 많이 남아서 논문도 쓰고, 공부도 열심히 했었다.

혼자 생활하는데 외롭진 않은지?
사실 큰 문제는 없다. 음식은 주로 나가서 사먹는다. 아니면 집에서 샐러드를 만들거나 고기를 구워 먹는다. 청소, 빨래를 만날 해야 되는 게 쉽지 않더라. 최근에 넷플릭스 보면서 (이)관희(LG) 형 때문이 많이 웃었다. 한 달 동안 관희 형 덕분에 행복했다. 따로 연락은 하지 않았다. 연예인 병 걸렸을 거다. 생각만 해도 꼴 보기 싫다(웃음).

바바 유다이가 팀에 오면서 출전시간이 다소 줄었다.
출전시간이 줄었지만 보고 배울점이 정말 많다. 해외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외국선수 수비할 때 여러 가지를 알려준다. 같이 있으면서 정말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일본 팬은 생겼는지?
잘 모르겠다. 한국 팬들은 에너지가 넘치시지 않나. 여기는 팬들이 조용하게 뒤에서 응원을 많이 해주신다. 내 이름이 있는 플래카드도 체육관에 있다.

아시아 올스타에 선발된 소감?
기분이 좋다. 특별한 경기에 초대받아 즐길 수 있어서 기쁘다. 대성이, 재민이와 호흡 맞춰서 잘 즐기도록 하겠다. 시즌 때는 얼굴도 잘 못 보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다.

이대성과 상무에서 군 생활을 같이 했는데?
상무 선임이라 잘해야 된다(웃음). 대성이를 만나면 너무 반가운데 기회가 없다. 일본땅이 생각보다 엄청 넓더라. 가까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래서 경기 때 말고는 본 적이 없었다.

# 사진_B.리그 제공, 조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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