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잘 미끄러지는 게 안전… 아우디 ‘아이스 익스피리언스’ 가보니

무오니오(핀란드)=박진우 기자 2024. 2.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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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아이스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얼음 트랙 위 코너를 드리프트로 빠져나가는 RS4 스포츠백. /무오니오(핀란드)=박진우 기자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는 서쪽으로는 스웨덴, 북쪽으로는 노르웨이, 동쪽으로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면적은 10만3666㎡로 한국과 거의 비슷하지만, 인구는 2019년 기준 약 18만명에 불과하다. 모든 것이 꽁꽁 언 동토(凍土)여서 도무지 사람 사는 곳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우디 아이스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무오니오(핀란드)=박진우 기자

이 라플란드에 속해 있는 무오니오는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30분을 이동한 뒤, 다시 차를 타고 1시간 30분을 달려야 도달할 수 있다. 북극권(北極圈)에 들어가 겨울에는 기온이 영하 40℃까지 떨어져 거대 호수도 1.5m 이상의 얼음으로 뒤덮인다. 스키 리조트가 밀집해 있어 겨울이면 스키를 타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주위는 온통 눈과 얼음밖에 없지만, 무오니오는 자동차 마니아의 성지로 불린다. 매년 얼음 위에서 자동차 운전법을 배우는 아우디 아이스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Ice Driving Experience)가 열리기 때문이다.

아우디 아이스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트랙을 돌기 위해 RS4 스포츠백이 대기 중이다. /무오니오(핀란드)=박진우 기자

차가 빙판길에 미끄러지는 극한의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는 운전 기술을 배우기 위해 겨울 한 달간 전 세계에서 수백 명이 이곳을 찾는다. 아우디뿐 아니라 BMW,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셰, 볼보차 등도 비슷한 행사를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에서 연다. 지난달 28~30일 핀란드 무오니오에서 자동차로 하는 아이스 댄싱을 경험했다.

첫 일정은 이론 교육으로 시작한다. 교육 기간 중 참가자를 안내한 교관은 아우디에서만 10년 넘게 이 행사를 진행한 얀 베커(Becker) 씨다.

아우디 아이스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인스트럭터 얀 베커. 그는 이 행사를 10년 넘게 진행한 베테랑이다./무오니오(핀란드)=박진우 기자

베커 씨는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안전하게 타는 것’이라고 말했다. 얼음길에서는 운전대를 돌려도 원하는 만큼 차가 돌지 않는 ‘언더 스티어(under steer)’와 운전대를 돌린 것보다 차가 더 회전하는 ‘오버 스티어(over steer)’가 반복되는 만큼 침착하게 차를 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베커 씨는 교육 중 아우디의 네바퀴굴림 시스템 콰트로를 계속 강조했다. 1980년 아우디 콰르토가 탄생한 곳이 바로 무오니오다. 베커 씨는 “1981년부터 콰트로 시스템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이곳에서 아이스 드라이브 익스피리언스를 진행하고 있다”며 “기계식이지만 반응 속도는 전자식보다 빠른 콰트로의 기술력을 온전히 경험하기에 무오니오는 최적의 지역”이라고 했다.

아우디 아이스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인스트럭터인 얀 베커씨가 직접 얼음 위 운전을 시범 중이다. /무오니오(핀란드)=박진우 기자

이론 교육이 끝나고 곧바로 차에 올랐다. 차종은 아우디 고성능 모델 중 가장 역동적인 움직임을 자랑하는 RS4 스포츠백이다. 2명이 1대에 나눠타고 얼음 트랙 위에 올랐다. 오전 10시가 넘었지만, 아직 해가 뜨지 않았다. 극야(極夜·겨울 동안 어두워지는 현상)가 이어지는 곳이라 해가 뜨는 시간은 하루 세 시간 남짓이다.

베커 씨의 수신호에 맞춰 한 대씩 코스에 진입했다. 핀란드 북부는 겨울철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징(스터드)이 박힌 타이어를 장착하도록 법으로 정했다. RS4 스포츠백 역시 징 박힌 타이어가 장착돼 있었지만, 얼음 위에서는 타이어와 지면이 맞닿을 때 생기는 접지력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아우디 아이스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무오니오(핀란드)=박진우 기자

익숙지 않은 주행 환경에 차는 좌우로 미끄러졌고 힘이 잘못 전달돼 차가 두 바퀴쯤 도는 상황이 흔하게 벌어졌다. 트랙 가장자리로 밀어 놓은 눈더미에 차가 처박히는 일도 흔하다. 무전기로 견인을 도와줄 트랙터를 부르면 차를 빼준다.

차 안에서 운전대와 가속·제동 페달을 조작하고 있으면 베커 씨는 무전기로 ‘속도를 줄여라’, ‘가속페달을 밟아라’, ‘속도가 너무 날 때 브레이크를 밟아라’ 등의 지시를 계속 내린다. 참가자들의 차가 미끄러지는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코너를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아우디 아이스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차가 미끄러져 트랙 양쪽의 눈더미에 파묻히면 트랙터가 달려와 구해준다. /무오니오(핀란드)=박진우 기자

아우디가 마련한 6개의 코스를 반복하면 점점 운전에 자신감이 붙는다. 참가자 중에는 첫날 오후 얼음 위에서 드리프트(차를 일부러 미끄러트려 코너를 탈출하는 운전 기술)를 능숙하게 해내는 사람도 있었다. 운전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는 사람은 베커 씨가 일대일 교육을 해준다. 베커 씨는 얼음길도 일반 도로처럼 달린다.

일정 중 전기차인 RS e-트론 GT로도 얼음 트랙을 돌아볼 기회가 생겼다.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무거운 전기차는 얼음 위에서 더 안정적으로 미끄러졌다. 베커 씨는 “전기차도 콰트로 시스템을 만나 더욱 정교한 운전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아우디 아이스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얼음 트랙 위는 오직 콰트로를 장착한 차만 통행이 가능하다는 표지판. /무오니오(핀란드)=박진우 기자

핀란드에서는 운전면허에 합격하려면 드리프트를 할 줄 알아야 한다. 할머니도 마트에 갈 때 드리프트를 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일정이 끝날 때쯤이면 대부분 ‘U’자 모양 코너를 드리프트로 빠져나가는 실력이 생긴다.

이 행사는 아우디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도 참가할 수 있다. 일반인 2명이 일정을 함께 했는데, 모두 아우디를 타지 않았다. 한 참가자는 “얼음 위에서 차를 마음껏 탈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기회”라며 “오늘 배운 운전기술로 안전하게 차를 제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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