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마트폰으로 소변검사 1분 내 끝내요”

유병훈 기자 2024. 2.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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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진단 키트 업체 큐에스택 이동훈 대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커지는 자가진단 키트 시장
간편함과 정확도 앞세워 ‘생활 진단’ 노려
일동제약 비대면 의료 정보 플랫폼 ‘후다닥’과 제휴
이동훈 큐에스택 대표 /일동제약 제공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진단은 어느 나라나 동일합니다. 이 점을 잘만 활용하면 세계 시장에서 자리잡을 수도 있고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스마트폰 연동 자가검사 키트 개발 회사인 큐에스택(QSTAG) 이동훈 대표는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회의실에서 기자와 만나 “코로나19 때 진단키트가 널리 사용되면서 개인 진단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다”며 “개인 의료기기 시장이 성장하면서 자가검사 키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국내외 안팎에선 자가검사 키트 시장이 열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 브릿지에 따르면 세계 자가진단 시장이 2029년까지 약 400억 달러(약 53조 1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개인 진단키트 시장은 아직 코로나19 검사 키트나 임신·배란 테스트기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큐에스택이 개발한 소변 효소 검사 키트는 포도당·잠혈·PH·단백질 등 기초건강관리 수준을 가늠하는 자가검사 키트다. 1초 정도 소변에 검사지를 적신 뒤 1분 가량 기다리면 검사지의 색깔이 바뀌는데 이를 스마트폰으로 QR코드와 함께 사진을 찍어 보내면 앱(응용 프로그램)이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진단 결과는 1분 안에 확인할 수 있지만, 의료 지침을 세우는 것은 의사의 몫이다. 소변 키트 가격은 1만원 안팎이다. 검사키트에서 양성이 나오면, 무료로 제품을 한 번 더 보내 검사를 받게 한다.

이 대표는 “진단키트의 정밀도는 일선 병원에서 사용하는 키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고, 정확도 역시 97% 수준으로 사실상 병원에서 사용하는 키트와 차이가 없다”며 “나아가 우리 제품을 사용한 수만 명의 사용자 경험(UX)을 축적해 오차를 자동으로 교정한다”고 말했다.

큐에스택은 최근 일동제약의 비대면 의료 정보 제공 앱인 ‘후다닥’을 활용한 비대면 소변 검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가 큐에스택이 개발한 기초건강관리 소변검사 키트로 검사를 시행한 후 ‘후다닥’ 앱을 통해 비대면 방식으로 손쉽게 판독 결과를 확인하고, 검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의료적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이 대표는 “건강기능식품이나 헬스케어 업체의 마케팅과도 연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큐에스택이 일동제약의 후다닥과 제휴해 공급하는 비대면 소변검사키트 /일동제약 제공

이 대표는 명지대 통신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나노공학사 석사를 마친 후 반도체패키징 업체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에서 일했다. 이후 성균관대 전기전자시스템공학부 박사에 입학했고, 과정을 밟던 지난 2016년 큐에스택을 창업했다.

지금까지 기초건강관리, 당뇨 합병증 관리, 종합건강관리를 제공하는 소변 효소 검사 키트 12종을 개발했다. 현재는 배란·임신 관리나 폐경 여부를 진단하는 소변 면역 검사 키트, 간·혈관·신장 질환을 관리하는 혈액효소·면역검사 키트를 개발하고 있다. 혈액 효소와 면역 검사 키트는 연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갑상선 호르몬 질환이나 파킨슨병을 진단하는 키트도 구상하고 있다”며 “아직은 병원의 진단을 보조하는 키트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는 중국 진단키트업체 원포와 아프리카에 에이즈 검사 키트를 협력하는 파트너십을 맺었다. 원포가 제조한 검사 키트의 데이터를 큐에스택이 중앙 통제·관리하는 클라우드 솔루션에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아프리카는 의료 인프라가 열악하기 때문에 비대면 자가 진단의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말라리아·뎅기열 같은 전염병은 물론 산모나 만성질환자 관리까지 서비스를 점차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부의 비대면 진료 활성화 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정부의 계획이 실현되면, 자가검사 키트로 집에서 진단하고, 의사와 비대면 진료를 하는 방식도 도입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검사 키트 시장이 이원화될 것으로 봤다. 대학병원에서 받는 진단은 예측·예방·관리를 위한 고정밀·고성능 진단으로 발전하고, 동네병원에서 받는 진단은 저렴한 가격에 범용으로 이원화되고, 가정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정용 기초 검사 키트가 활성화되면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는 자가 검진 키트 만으로 건강 관리가 가능하다. 병원에 가지 않고 비대면 진료로 의사에게 관리받을 수 있다. 요양병원에서도 전문 인력의 방문 진단 없이 병원 내에서 환자들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다.

이 대표는 “기초 진단은 지금보다 일상에서 더 많이 이뤄질 수 있다”며 “진단키트의 접근성을 높여 진단 횟수를 늘리면 새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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