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때 떠나보낸 父…끝내 恨 풀어낸 73세 딸
"제 나이 73세인데 하루도 아버지를 생각하며 울지 않고 지낸 날이 없습니다."
숨진 아버지의 군인사망보상금을 지급해달라며 국방부 직할부대인 국군재정관리단을 상대로 소송을 건 70대 여성이 1심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인정되는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는 망인의 유족(딸)"이라며 "망인의 군인 사망 보상금(사망급여금)을 지급 받을 권리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군인 사망 보상금은 약 1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1951년 9월25일 경북 상주시 외서면에서 고(故) 박경복·황두분씨의 첫째 딸로 태어났다. 1952년 11월쯤 초가지붕을 이고 있던 아버지에게 징집관이 찾아왔다. 아버지는 입대해야 한다며 집을 떠났다.
1953년 2월 초 군에서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박씨 어머니와 사촌형제들이 시신을 인수하려 논산 훈련소로 찾아갔다. 훈련소 관계자들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대전 육군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대전에서는 다시 논산으로 가라는 말뿐이었다고 한다. 결국 유족들은 시신을 넘겨받지도 못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박씨는 "며칠 후 면사무소 직원이 군인 2명과 화장한 아버지 유골을 사과궤짝에 담아서 가져왔다"며 "사망 원인도 경위도 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남편을 잃은 박씨 어머니는 재산 문제로 다툼이 일어나 시댁에서 쫓겨났다. 고아가 된 박씨는 5촌 당숙의 양자로 입양됐고 3살이던 1954년에 출생신고와 함께 호적에 올랐다.
전쟁이 끝난 후 이장이 찾아와 '죽은 사람이 호적에 그대로 있으니 집에서 죽은 걸로 신고하자'며 유족을 설득했다. 제적등본(호적제도 하에서의 출생·사망 등을 기록한 서류)에는 박씨 아버지가 1951년 12월 17일 외서면 집에서 사망한 것으로 기록됐다.
박씨는 2021년에서야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진상위)로부터 "박경복님이 군 복무중 영양실조로 사망했다"는 조사결과를 받았다. 국방부는 박경복 이병의 순직을 인정했다. 박씨는 고향 뒷산에 모셨던 아버지 묘를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이장했다.
결국 박씨는 지난해 5월 국방부를 상대로 사망보상금 지급불가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청구했다. 7개월 만인 지난 6일 승소했다. 그러나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그는 머니투데이와 한 전화통화에서 "매일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다가 짐이 조금 가벼워진 느낌"이라면서도 "춤이라도 추고 싶었는데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고 했다. 이어 "설날을 앞두고 판결을 받으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아버지는 저를 그렇게 예뻐해 가지고 저울에 매일 달아보고 기둥에 세워보고 하셨다고 들었다"고 했다.
한편 국방부 관계자는 "패소 사실을 인지했으며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법률적 검토를 거쳐 향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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