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목격자들⑧] 3월에서 1월로‥'봄의 전령' 고로쇠 물도 한겨울 채취

양소연 2024. 2. 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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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기자 ▶

예로부터 만물이 깨어난다는 절기 '경칩'에는 그 무렵 채취한 고로쇠 수액을 마시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올해 경칩은 3월 5일인데요.

하지만 기후 변화로 고로쇠 수액 채취 시기는 훨씬 빨라졌습니다.

대표적인 고로쇠나무 군락지인 이곳 전남 광양 백운산에서 기후 위기를 목격하고 있는 임업인을 만났습니다.

◀ 리포트 ▶

백운산 남동쪽 고도 300m 지점.

계곡 주변으로 고로쇠 나무가 빽빽합니다.

지난달 12일부터 이곳에서는 고로쇠 수액 채취가 시작됐습니다.

경칩보다 한참 앞선 1월 중순, 한겨울부터 채취된 겁니다.

3대째 고로쇠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51살 정영석 씨.

당황스러울 정도로 채취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정영석/임업인] "저 초등학교 중학교 때 이때는 3월 1일부터 첫 채취를 들어갔어요. 2월 25일 정도 해서 산에 올라가서 준비하고…"

시기만 달라진 게 아닙니다.

정 씨가 쓴 고로쇠나무 30주의 기록.

지난달 첫 채취 이후 26일 동안 30주 전부 수액이 나온 날은 6일에 불과합니다.

생산량을 예측하기는 더 힘들어진 겁니다.

이게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관인데요.

수액이 잘 나올 때는 이렇게 관을 뽑으면 수액이 흘러나와야 하는데 지금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고로쇠 수액이 나올 수 있는 기온이 맞지 않고 어제까지 비가 와서입니다.

고로쇠 수액이 잘 나오려면 최저 기온은 영하 2도 아래, 최고 기온은 영상 8도 이상이고 날씨도 맑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겨울은 봄 같은 날씨와 북극 한파가 번갈아 나타났고 비도 많이 왔습니다.

해마다 종잡을 수 없게 된 날씨.

고로쇠 뿐 아니라 다른 임산물 채취 일정도 어긋나고 있다고 합니다.

[정영석/임업인] "2월, 3월에 고로쇠를 하고, 4월에 두릅 하고, 그다음에 고사리 꺾고, 5월 말에서 매실 채취하고, 9월에 밤을 하고, 그다음에 감하고 곶감해서 1년을 돌렸거든요. 근데 지금은 중간중간에 많이 빠지는 거죠."

관계기관들도 고민에 빠졌습니다.

[김석주/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임업연구사] "고로쇠 수액을 항상 안정적으로 많은 양을 획득하기 위한 적정한 채취 시기, 그리고 출수량을 예측할 수 있는 그런 기온 조건, 그런 것들을 수학적으로 분석을 해서…"

초등학생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산을 오르며 고로쇠 물을 지고 날랐다는 정 씨.

대를 이은 임업인도 지금의 기후 변화 앞에선 앞날을 가늠하기 힘듭니다.

[정영석/임업인] "(채취가 앞당겨져) 12월 사업이 되면 과연 이 고로쇠 수액이 제맛을 낼 수 있을지도 문제지만 채취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광양 하면 고로쇠'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이 자부심을 내려놓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MBC뉴스 양소연입니다.

영상취재: 김승우 / 영상편집: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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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김승우 / 영상편집: 김민지

양소연 기자(say@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570394_365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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