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독수리·단풍나무·캥거루·필하모닉의 공통점은…시장 규모만 연간 20조원?

강은선 2024. 2. 11.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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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독수리·단풍나무·캥거루·필하모닉….’

제시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모두 ‘예술형 기념주화(Bullion coin)’ 디자인이다.

판다는 중국, 독수리는 미국, 단풍나무는 캐나다, 캥거루는 호주, 필하모닉은 오스트리아의 국가 대표 상징물이자 이들 국가가 발행하는 예술형 주화 디자인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예술형 주화를 발행하지 않고 있다.

예술형 주화는 액면금액이 표시된 법정주화로 금·은 등 귀금속을 소재로 발행되는 화폐이다. 국가적 대표 상징물을 소재로 매년 발행하고, 귀금속 시세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기념주화와 차이가 있다. 미국과 중국, 캐나다, 오스트리아, 영국, 호주 등이 발행하고 있다.

◆한국도 예술형 주화 발행 시동

한국조폐공사는 올해 예술형 주화 발행에 시동을 걸고 있다.

예술형 주화가 국가 브랜드 이미지 홍보와 수출 활성화 등 문화산업 발전을 이끄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조폐공사는 이달 초엔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화폐박람회에 참가해 선진 발행국의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예술형 주화 국내 도입을 위한 학술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엔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예술형 주화 발행을 위한 행보에 돌입했다.

해외는 미국, 캐나다, 오스트리아, 호주 등에서 예술형 주화 시장이 활성화 돼 있다. 2022년 기준 글로벌 최대 발행국 미국은 연간 4조8000억원의 매출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뒤를 이어 중국 4조3000억원, 캐나다·오스트리아 3조원, 영국 2조6000억원, 호주 2조1000억원 등이다. 해외 주요 6개국의 예술형 주화 시장 규모는 20조원 수준에 달한다.

예술형 주화 매출액 비중은 전체 주화사업의 70∼92%를 차지하고 있다.

국가적으로는 국부 창출과 국가 이미지 제고 수단이 되고, 수집가들에게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순도와 무게를 공식적으로 보증하는 법정화폐로 재테크 수단이 되고 있다. 
해외주요국 예술형 주화 사례. 한국조폐공사 제공
◆남태평양에서 김연아 기념주화를?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주화는 기념주화와 예술형 주화가 있다.

기념주화는 수량제한을 둬 소량으로 발행해 희소성이 크다. 액면 금액 범위 내 제조비를 들여 판매가격은 고정돼있다. 반면 예술형 주화는 수량제한이 없지만 액면금액과 제조비가 무관하고 금·은 등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귀금속 가격 시세에 따라 판매가격이 달라진다.

해외는 유통주화보다 비교적 자유롭게 예술형 주화를 발행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국가를 상징하는 시리즈 형태의 예술형 주화를 출시해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선다. 중국은 판다를 주제로 예술형 주화 시리즈를 디자인적으로 차별화해 매년 제작한다. 고객 수요에 맞춘 소재, 디자인 다양화로 글로벌 고객에게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심는 것이다.

스페인도 2021년부터 예술형 주화를 발행하고 있다. 스페인은 국내외 시장 요구를 반영해 스페인의 대표 동물인 시라소니, 수소 등을 디자인했다. 일본은 예술형 주화를 발행하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예술형 주화가 발행되지 못해 외국 예술형 주화를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관련 주제의 기념주화가 해외에서 제작돼 세계로 유통되고 국내로 역수입된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2010년엔 남태평양 투발루에서 김연아 선수를 모델로 한 기념주화가 발행됐다. 전해엔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고 김수환 추기경 기념주화가 발행돼 국내로 역수입됐다. 이유는 국내에 특정 인물을 위한 주화 발행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해외 주화 평균 수입 규모는 349억원에 달한다.

◆호랑이·한글·봉황…한국 상징물은

전문가들은 예술형 주화 미발행으로 △부가가치 창출 기회 상실 △외화 유출 △외환 리스크 대응력 약화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출 및 산업 생태계 형성을 통한 국가 경제발전 기여, 문화산업 육성을 통한 국가 위상 제고, 외환 리스크 대비책 등을 예술형 주화 도입 효과로 제시했다.

유슬기 산업연구원 박사는 “예술형 주화가 부가가치 창출과 문화홍보를 통한 국가 이미제 제고에 활용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와 같이 비산금국인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의 사례 분석을 통해 예술형 주화 도입은 산금국(금 생산국)의 여부가 중요하기보다 예술형 주화에 대한 역사·문화적 콘텐츠가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 박사는 이어 “해외 주화시장에서 십이지신과 같은 동양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증대하고 있는 반면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중국만 예술형 주화를 발행하는 등 경쟁자가 한정돼 있다”며 “무역 분쟁으로 중국의 주화 수출에 차질이 생길 경우, 한국에게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 각국의 기념주화를 국내로 수입, 유통하고 있는 풍산화동양행 이제철 대표는 “우리나라는 한류문화의 세계적 위상에 힘입어 예술형 주화를 문화산업으로 발전시킬 잠재력이 크다”면서 “해외의 경우처럼 예술형 주화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액면발행 기념주화 발행 체계의 한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예술형 주화를 발행하는 경우 국가 상징물을 무엇으로 정할 지에 대한 논의가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예술형 주화 발행에 앞서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국가 문화산업과 연계한 국가 상징물을 발굴해야 하는 게 우선 과제다.

한국 문화유산을 비롯, 호랑이, 한글, 봉황 등이 영구적인 디자인으로 언급된다.

성창훈 조폐공사 사장은 “우리나라는 예술형 주화를 문화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과 잠재력이 있는데도 오히려 외국 예술형 주화를 역수입해 들여오는 실정”이라면서 “케이(K)팝이나 K-컬처, 유구한 역사 등 경제 대국이자 문화 강국으로서 예술형 주화 잠재력이 큰 만큼 산업 생태계 구축으로 발생할 경제적·문화적 효과 등에서 발행을 심도있게 검토해야한다”고 말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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