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스트레스에 이혼?···파경 때 부동산 함부로 넘기다간 세폭탄 [알부세]

권구찬 선임기자 2024. 2. 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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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혼세’를 아시나요
위자료·양육비를 부동산으로 지급 때
'대물변제'로 간주해 양도세 부과
재산분할은 소유권의 '환원'->비과세
이혼 직전 증여, '이월과세' 폭탄도
[서울경제]

아는 만큼 세금을 줄일 수 있습니다. 복잡한 부동산 세금,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 주

⑬대물변제 양도세

이 땅의 수많은 며느리들이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합니다. 남들은 명절에 여행간다는데, 제수상 준비에 독박을 쓰거나 시댁 식구들의 이런 저런 간섭과 훈계도 짜증 지수를 올립니다. 시댁만 고집하고 장모댁에는 가지 않는 남편은 또 어떻고요. 이런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이면 이혼까지 결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설과 추석 명절 이후 이혼이 다소 늘어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명절 스트레스 하나 만으로는 이혼 사유가 되는지는 법률적으로 논란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혼으로 인해 재산을 나눌 때는 세금이 부과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혼하는 데 세금이 웬말이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현금이 아닌 부동산을 넘겨줄 때는 ‘대물변제’라고 해서 양도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⑬회에서는 이혼으로 재산을 분할하거나 위자료와 양육비 명목으로 부동산을 넘길 때, 또 이전받은 부동산을 처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양도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023년 3월 통계청이 세종정부청사에서 2022년도 결혼·이혼 통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등기이전 원인에 따라 과세와 비과세 엇갈려

이혼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면 등기의 원인에 따라 양도소득세 납세의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민법상 규정(제839조의 2)된 재산분할 청구로 인해 부동산 명의가 바뀌면 양도세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자료의 지급을 부동산으로 대신하면 양도세가 부과됩니다.

위자료는 이혼에 따른 정신적 고통이나 피해에 대한 배상금을 의미합니다. 일종의 채무인 것이죠. 통상 이혼의 원인을 제공한 유책 배우자가 상대 배우자에게 지급합니다. 위자료를 현금으로 지급한다면 당연히 과세 대상이 아닙니다. 채무의 상환에 불과한 것이죠. 그런데 현금이 아닌 부동산으로 대신했다면 ‘대물변제’로 보고 과세를 하는 것입니다. 대물변제는 쉽게 말하면 돈 대신 물건으로 빚을 갚다는 의미입니다. 양육비 지급을 부동산으로 갈음할 때도 위자료처럼 대물변제로 간주합니다. 양도세 의무가 발생하는 양도의 범위는 자산의 매매 외에도 교환, 법인에 대한 현물출자, 부담부증여(채무를 동반한 증여)의 채무액, 대물변제 등이 해당됩니다.

이와는 달리 민법상 재산분할은 명의만 배우자의 이름으로 돼 있을 뿐 원래 내 재산을 내 명의로 돌려놓기 때문에 양도의 개념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부부 공동의 노력으로 만든 공동 재산을 이혼으로 인해 당초 취득할 때의 자기 지분을 되돌려 받는 것으로 보기에 양도세가 부과되지 않는 것입니다. 또 증여로도 보지 않기 때문에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재산분할로 APT 넘겨받으면···취득시점, 이혼일 아닌 배우자 최초 취득일
서울 강남소재 부동산중개업소 칸막이 창에 양도소득세율표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주의해야 할 것은 등기 이전 사유에 따라 부동산 취득 시점도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취득 시점은 양수자(부동산을 넘겨 받은 사람)가 넘겨 받은 부동산을 팔 때 비과세 요건과 맞물립니다. 다시 말해 과세와 비과세의 길이 엇갈리는 것입니다.

위자료를 부동산으로 대신 받았다면 취득 시점은 이혼일이 기준이지만 재산 분할의 경우는 배우자의 최초 취득일입니다. 예컨대 2020년 10월 남편이 취득한 아파트를 아내 B가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로 2024년 3월 넘겨 받기로 했다고 가정합시다. 이때 B의 아파트 취득 시점은 2020년 10월로 리셋됩니다. 만약 B가 무주택자라면 해당 아파트를 이혼 즉시 팔아도 1주택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 조정대상지역에서만 적용되는 2년 거주 비과세 요건도 남편의 최초 취득 시점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2년 거주 요건은 2017년 8월 3일 이후 조정대상지역 취득분부터 적용됩니다. 앞서 ⑥회(1세대1주택 비과세 완전 정복)에서 설명했듯 2년 거주 요건은 양도 시점이 아닌 취득 시점에 조정대상지역이었다면 무조건 적용됩니다. 부부가 공동 소유한 주택을 재산분할로 배우자 한 쪽으로 이전할 때도 소유·거주 기간이 똑같이 리셋됩니다.

재산분할로 2주택 된다면···일시적 2주택 비과세 배제될 수도

그런데 이혼 이전에 남편과 아내가 각각 한 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사정이 복잡해집니다. 재산 분할로 주택 한 채를 받으면 2주택자가 되기에 양도 때 과세 대상이 됩니다. 물론 일시적 2주택 요건을 채우면 비과세 될 수 있지만, 종전 주택과 신규 주택의 기산점이 달라지기 때문에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일시적 2주택 비과세는 ① 종전 주택을 취득한 날로부터 1년 이상 지난 후 신규 주택을 취득해야 하고 ②종전 주택을 신규 주택 취득 후 3년 이내에 처분할 때 비로소 충족됩니다. 그런데 재산 분할로 주택 한 채를 받으면 이혼 이전에 남편이 취득한 시점이 종전 주택의 취득 시점으로 바뀝니다. 가령 남편 A의 주택 취득 시점이 2020년 1월이고, 아내 B의 주택 취득 시점이 2023년 5월인 상태에서 이혼(2024년 2월)으로 남편 주택을 넘겨 받았다고 칩시다. 이때 B는 종전 주택 취득 시점이 2020년 1월이며, 신규 주택은 2023년 2월이므로 남편으로부터 넘겨 받은 주택(종전 주택)을 팔 때 비과세 혜택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만약 주택의 양도 사유가 위자료 지급이라면 2023년 2월 취득분이 종전 주택, 2024년 3월 이혼 때 신규 주택이 됩니다. 이때는 종전 주택을 팔 면 비과세되는 것입니다. 같은 부동산을 배우자에게 넘기는 데도 양도 사유에 따라 과세와 비과세로 엇갈릴 수 있다는 점을 이혼 도장 찍기 전에 고려해야 합니다.

과세 당국은 등기 이전의 원인에 따라 과세 여부를 판단할 뿐 재산 분할과 위자료 지급액 비율까지 따지지는 않습니다. 법원 판결에 의한 이혼의 경우 위자료가 억대를 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습니다만 당사자간 합의에 의한 협의이혼때는 재산분할·위자료·양육비 구분없이 뭉텅그려 넘겨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능한 한 이혼 부부가 합의 하에 재산 분할과 위자료·양육비 지급액의 최적 조합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이혼 직전 부동산 증여는 조세 회피 의심···배우자 세금까지 독박 ‘요주의’
증여 후 양도를 통한 변칙 절세를 막기 위한 양도세 이월과세는 이혼을 해도 적용된다. 사진은 노원·도봉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재산 분할이나 위자료 지급 외에도 배우자에게 이혼 직전 미리 증여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배우자간 증여재산 공제액 6억 원이므로 이에 상당하는 부동산을 넘기면 수증자(부동산을 넘겨 받는 사람)로서는 아무런 세 부담이 없습니다. 양육비와 위자료 명목으로 부동산을 넘기는 증여자도 세 부담이 없으니 얼핏 서로 윈윈하는 거래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수증자로선 추후 10년 내 증여받은 부동산을 처분할 경우 배우자가 내야할 양도세까지 몰아서 낼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앞서 알부세 ④회 ‘양도세 이월과세’편에서 증여 후 양도를 통한 변칙 절세에 차단하기 위해 배우자와 직계비속(자녀)이 부동산을 증여받은 후 10년 내 해당 부동산을 처분하면 취득시점을 증여일로 보지 않고 최초 취득일로 소급해서 적용합니다. 이렇게 되면 배우자(증여자)가 내야할 양도세를 본인(수증자)이 대신 독박을 쓸 수 있습니다. 이월과세는 부동산으로 얻은 자본 이익을 온전히 과세해 공평과세를 실현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입니다. 이월 과세가 무서운 것은 이월과세와 그렇지 않는 경우의 세금을 비교해 세금이 많은 쪽으로 과세한다는 데 있습니다. 또 이월과세로 비과세된다면 이월과세를 적용하지도 않습니다. 이혼을 하더라도 적용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위장 이혼하고 재산분할 후 재혼하면 절세?···가산세까지 추징 가능성도

간혹 부동산 온라인 카페에서는 2주택자의 양도세 절세 방법으로 이혼+부동산 재산분할+재결합 방식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건 절세가 아닌 사실상 탈세 조장입니다. 이런 방법입니다. 주택 두 채를 소유한 남편이 10억 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이혼 때 아내에게 재산분할해 준 뒤 재결합하고, 해당 주택을 처분하는 방식입니다. 아파트를 이혼 때 넘겨 받으면 비과세(재산분할)되고, 이혼 후 다시 결혼하면 5년 이내에 먼저 판 주택은 일시적 1세대 2주택 비과세 특례가 적용되는 것을 활용한 편법인 것이죠,

결혼으로 인한 일시적 2주택 비과세는 재혼때도 적용되긴 합니다. 하지만 세무당국은 결코 녹록하지 않습니다. 양도세 비과세 여부는 위장 이혼인지 실질적 재결합인지가 관건인데요, 세무당국은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면 일단 과세부터 하고 소명 책임을 납세자에게 묻습니다. 이때 가산세가 붙는 것은 물론입니다.

법률상 이혼했다하더라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 혼인으로 인한 일시적 2주택 비과세을 받지 못합니다. 이혼으로 세대를 분리했다 하더라도 생계를 실질적으로 함께 한다면 세법상 하나의 세대로 간주합니다. 배우자 명의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위장 이혼 후 재산 분할은 고전적 탈세 수법이어서 세무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권구찬 선임기자 ch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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