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발생한 지진, 미국 지진에 영향 미쳤다’…이 말 맞을까 틀릴까 [교과서로 과학뉴스 읽기]
지난 1월 1일 일본 서부 이시카와현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낡은 목조 주택이 많았던 지역이라 피해는 상당히 컸습니다. 현재까지 230여명이 사망했는데 여전히 복구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일본은 ‘불의 고리’라는 지대에 있는 만큼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국가입니다. 지진은 왜 발생하고, 지진을 막을 방법은 없는지, 교과서를 통해 해당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배우는 과학1의 ‘지구계와 지권의 구조’에서 지구의 내부 구조에 대해 배웁니다. 복숭아를 자른 모습을 보여주며 “지구와 비슷하다”라는 내용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과거에는 P파, S파와 함께 PS시 등 지진파의 종류에 대해서 배운 기억이 나는 데 제가 가지고 있는 ‘천재 교과서’에서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인터넷을 찾아보니 중학교 1학년 때 ‘파동’을 배우는 단원에서 지진파가 등장한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지진파에 관한 내용은 넘어가겠습니다.
고등학교 통합과학 ‘지권의 변화와 그 영향’ 단원에서는 지진과 화산에 관한 내용을 꽤 깊이 있게 배우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는 많은 지진과 화산활동이 일어나고 있는데, 자주 발생하는 곳을 연결해 이를 ‘지진대’라고 부릅니다. 화산이 많이 발생하는 곳은 ‘화산대’입니다.
지구의 가운데에는 ‘내핵’이 있고, 그 밖에 ‘외핵’이, 그리고 ‘맨틀’을 거쳐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지각’이 있습니다. 지구 중심으로 갈수록 뜨거운데, 따라서 맨틀의 아래쪽은 뜨거워 위로 올라가려고 하고, 위쪽은 내려가려고 합니다. 온도가 높은 부분은 밀도가 작아지기 때문입니다. 맨틀이 ‘대류’ 현상으로 움직이면서 그 위에 떠 있는 지각도 움직이는데, 이것이 지진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지각은 커다란 ‘판’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판들이 맨틀의 대류로 인해 움직이며 부딪칠 때 지진이 발생합니다. 판과 판이 멀어지는 곳은 판이 갈라지고, 그 사이로 마그마가 분출하며 지진과 화산활동이 발생합니다. 여기서는 새로운 지각이 만들어지고요. 두 판이 모이는 곳에서는 판과 판이 만나 충돌하며 습곡 산맥과 함께 지진이 발생하게 됩니다.
고등학교 지구과학1의 ‘판구조론’ 단원에서는 통합과학에서 배운 내용보다 깊이 있는 내용을 찾을 수 있습니다. 1929년 영국의 지질학자 홈스가 맨틀 대류와 함께 대륙 이동설을 주장했는데, 당시만 해도 지구 내부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했던 만큼 이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1900년대 두 차례의 큰 전쟁을 거치면서 잠수함과 관련된 탐사 기술이 발달했고 이 과정에서 초음파를 이용한 탐사 기술이 발전하게 됐습니다. 결국 과학자들은 이를 이용해 지구의 내부 구조를 알 수 있었고, 대륙 이동설은 이제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 단원에서는 ‘플롬 구조론’을 배우는데요, 플롬 구조론은 지구 내부에 상승하는 ‘뜨거운 플롬’과 하강하는 ‘차가운 플롬’이 있다는 것입니다. 뜨거운 플룸은 핵과 맨틀의 경계부에서 뜨거워진 물질이 원통형의 통로를 만들어 암석권까지 상승하는 것을 뜻합니다. 뜨거운 플룸이 지표 가까이 상승하면 마그마가 만들어지고 화산활동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곳을 ‘열점’이라고 합니다. 하강하는 차가운 플룸도 지구 곳곳에 존재합니다.
지진 예측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합니다. 땅속이 너무 넓고 깊기 때문입니다. 판의 경계에서는 많은 지진이 발생하고 있는데, 경계에 가까운 곳에 지진계를 설치해 이들의 움직임을 분석하다 보면 분명히 큰 지진이 발생하기 전의 움직임을 알아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 깊이 있고, 또 지각이 너무 넓습니다. 땅속 수십, 수백km를 파서 지진계를 측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심지어 지구 표면의 70%는 바다입니다. 바다를 헤엄쳐 들어가 바다 밑에 도달한 뒤 또 땅을 파야 합니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1975년 2월 4일 오전. 중국 허베이성 지역의 지표에서 ‘라돈’ 가스 방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일이 발생합니다. 지하수 수위가 급변하고 겨울잠을 자던 뱀이 깨어나는 등 동물 이상 행동이 발생했는데, 당시 중국 정부는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대피령을 내립니다. 이후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합니다. 1975년 발생한 허베이성 지진과 대피는 지구상에서 24시간 이내에 지진이 일어날 것을 예측한 유일한 사례로 꼽힙니다. 하지만 이후 지진을 정확히 예측한 사례는 드뭅니다. 대부분 지진이 발생하고 난 뒤 조사를 통해 “아, 앞서 일어났던 일이 지진의 전조현상이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많은 과학자가 지진을 조금이라도 빨리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논문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다양한 GPS 시그널을 분석했더니 강도 7.0의 지진이 발생하기 2시간 전에 미세한 단층의 운동이 발견됐다”는 내용의 논문이 게재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논문이 한 편 나왔다고 당장 지진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연구가 쌓이면서 인간은 조금씩 지진에 대해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게 될 것입니다.
가끔 인터넷상에 “지진운이 나타났다”와 같은 글과 함께 “지진 전조 현상이다!”라는 주장을 보신 적이 있을 텐데 과학적 근거는 희박합니다. 또한 불의 고리 지대를 중심으로 “칠레에서 지진이 났다. 미국에서 지진이 났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 지진이 났다. 따라서 불의 고리가 심상치 않다”라는 주장을 보신 적도 있으실 텐데요, 이렇게 멀리 떨어진 지진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아니, 거의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불의 고리는 원래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곳입니다. 또한 많은 곳에 지진계가 설치되면서 과거보다 더 많은 지진을 관측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연결된 일처럼 보일 뿐입니다.
한반도는 판의 중앙에 존재하는 만큼 예로부터 지진이 자주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포항, 경주 지진에서 볼 수 있듯이 안전지대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지각 내에 힘의 불균형으로 뭉쳐있던 힘이 ‘탁’하고 터지는 순간 지진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합니다. 철근을 줄이는 등 부실 공사로 지은 아파트, 내진 설계 하지 않은 건물, 이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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