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딸기 고래밥’과 ‘할머니 손만두’가 전한 감동

노도현 기자 2024. 2. 10.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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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이 환아를 위해 수작업으로 만든 딸기 고래밥. 오리온 제공

‘딸기 고래밥’은 오리온이 2022년 봄에 내놓은 시즌 한정판이다. 분홍색 딸기맛 가루를 뿌려 새콤달콤한 맛을 냈다. 한정 출시돼 생산이 중단된 지 오래다. 그런데 딸기 고래밥의 맛을 잊지 못하는 소비자가 있었다. 부산대어린이병원 소아집중치료실에 입원한 만 3세 환아였다. 며칠간의 금식을 끝낸 뒤 먹고 싶은 음식으로 딸기 고래밥을 꼽았다.

지난해 말 소아집중치료실에서 일하는 최다정 간호사는 오리온 누리집에 ‘딸기 고래밥을 구할 수 없겠냐’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원료 확보부터 난관인 상황. 사연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오리온은 환아를 위해 특별한 고래밥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연구원들이 힘을 모아 원료를 구하고 ‘수작업’으로 과자를 만들었다. 위생이 중요한 만큼 미생물 검사까지 진행했다.

딸기 고래밥은 다른 과자 상자들과 함께 이 아동과 환아들에게 전달됐다. 지난달 특별한 고래밥에 얽힌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면서 훈훈한 감동을 줬다.

오리온 관계자는 “딸기 고래밥은 2년 전 단종된 시즌 한정판 제품으로 재출시 계획은 없다”면서도 “고래밥을 재해석한 제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지난 1일 고래밥에 치즈크림을 입히고 달콤한 맛을 낸 ‘달콤치즈맛 고래밥’을 출시했다.

때때로 시장논리로만 설명할 수 없는 제품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곤 한다. 울림을 주는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 제고도 뒤따른다.

지난 3일 CJ제일제당 자사몰 CJ더마켓에서 ‘할머니 손만두’ 한정 수량 2000개가 8분 만에 완판됐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돌아가신 할머니의 만두 레시피를 복원해달라는 사연을 통해 기획된 제품이다. 냉동실에 남은 할머니의 만두는 12알.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 연구원들이 4주에 걸쳐 이 만두를 구현해냈다. 할머니 고향인 강원도 정선에서 주로 사용하는 청갓과 배추를 절여 넣어 아삭한 식감을 살리고, 고춧가루와 고추장으로 칼칼함을 더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돌아가신 할머니의 만두 레시피를 복원해달라는 사연을 통해 기획된 ‘할머니 손만두’. CJ제일제당 제공

방송 후 만두를 먹어보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요청에 판매에 나섰다. 판매금 전액은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에 기부할 계획이다. 재판매 계획은 없지만 복원된 만두 요리법이 남았다. <놀면 뭐하니?>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신생아 6만명 중 1명꼴로 태어나는 페닐케톤뇨증(PKU) 등 선천성대사이상 질환을 앓는 환우들을 위해 저단백밥도 만들고 있다. 환우들은 체내에 필수 영양소를 분해하는 특정 효소가 부족하거나 만들어지지 않아 쌀밥에 포함된 단백질조차 자유롭게 먹지 못한다.

단백질 함유량을 일반 햇반의 10분의 1로 낮춘 저단백밥은 2009년 이 질환을 가진 자녀를 둔 직원의 건의로 탄생했다. 일반 햇반보다 생산 시간이 10배 이상 걸리는 등 수익성과는 거리가 멀지만 지난해에만 약 16만개를 생산했다. 누적 생산량은 230만개 이상이다.

선천성대사이상 환아들을 위한 매일유업 특수분유. 매일유업 제공

매일유업은 1999년부터 25년째 선천성대사이상 환아들이 먹는 특수분유 8종 12개를 공급하고 있다. 1년에 두 차례 일반 분유 생산 공정을 멈추고 특수분유를 만든다. 고 김복용 창업주가 한 병원에서 환아들을 만난 뒤 특수분유 생산을 지시하면서 특별한 분유 생산이 시작됐다고 한다.

남양유업 역시 2002년부터 소수 난치성 뇌전증 환아를 위한 특수분유를 생산·보급 하고 있다.

이른둥이용 초소형 기저귀를 무상으로 공급하는 곳도 있다. 유한킴벌리는 2017년 이른둥이(37주 이전이나 2.5kg 이하로 태어난 신생아)의 피부와 신체 특성을 반영한 기저귀를 처음 선보인 뒤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이 있는 종합병원과 대학병원 30여곳에 무상 공급 중이다. 병원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자사몰 맘큐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다.

유한킴벌리 하기스 이른둥이용 초소형 기저귀. 유한킴벌리 제공

2011년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 간호사로부터 ‘더 작은 기저귀가 필요하다’는 메일을 받으면서 제품 개발이 시작됐다. 시장성이 낮아 이른둥이 전용 제품은 다양하지도 않고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른둥이 기저귀는 핸드폰 사이즈 정도로 매우 작다. 지난해 11월 누적 기부 500만매를 넘어섰다. 도움의 손길을 거쳐간 이른둥이들은 3만3000여명에 달한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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