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밥상 간신히 오른 개혁신당…"호남 2당" 전망은?[판읽기]

전남CBS 최창민 기자 2024. 2. 10.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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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 세력들 설 연휴 첫날 전격 통합에 합의
과거 제3지대 성공 사례 보면 호남 민심 중요
이준석 "호남에서 비만 고양이가 정치하고 있다"
선거구 획정, 민주당 공천, 인물론이 남은 변수
편집자 주
전남노컷 '판읽기'는 전남CBS 기자들이 전남동부 지역의 이슈를 파고들어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사안의 맥락을 짚어내고, 깊이 있게 해석해 드리겠습니다.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원칙과상식 조응천 의원,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대표 등이 9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설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2대 총선을 60여 일 앞두고 거대 양당을 비판하며 제3지대 신당을 추진해온 4개의 세력들이 설 연휴 첫날인 9일 전격 통합에 합의하면서 간신히 설 명절 밥상머리 화젯거리로 오르내리게 됐습니다.

개혁신당(이준석 대표), 새로운미래(이낙연 대표), 새로운선택(금태섭 대표), 원칙과상식(이원욱·조응천)은 이날 이준석 대표가 추진해온 '개혁신당' 이름으로 총선을 치르기로 했습니다. 

지도부는 이준석·이낙연 공동대표 체제에 4개의 각 세력에서 1명씩 최고위원을 추천하기로 했다.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낙연 대표가 맡았습니다.

과거 총선과 관련해 제3지대 신당의 성공 사례는 2016년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당시 대선주자급으로 평가받던 안 의원은 전남에서 이른바 '녹색돌풍'을 일으켰고 10석 중 8석을 쓸어 담았습니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호남 홀대론을 자극한데다 거대 양당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중도층을 겨냥했던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번 제3지대 신당 추진 세력들의 전략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거대 양당의 지역적 기반인 호남과 영남에서 민심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밉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 1일 전남 순천을 찾아 "호남에서 2당 위치를 확고히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호남 정치인들을 향해서는 "지역에서 당내 경선에만 몰두하고 경쟁하지 않는다"면서 "호남에서 비만 고양이가 정치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호남에서 개혁신당의 성패를 좌우할 변수가 있다면 국회의 선거구 획정과 터줏대감인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신당이 내세울 인물이 누구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로 선거구 획정을 보면 먼저 총선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정치권은 아직 전남 선거구 획정안을 논의 중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전남 지역 의석수를 10석으로 유지하되 동부권에서 순천시를 갑·을로 분구해 1석을 늘리고 서부권에서 영암·무안·신안 선거구를 인접 선거구에 통폐합하는 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 중앙당에서 서부권은 그대로 유지하고 동부권은 순천과 여수가 통합해 갑·을·병 3개 선거구로 나누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순천과 여수 지역 총선 예비후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순천갑 선거구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예비후보는 "순천은 전남 인구수 1위임에도 국회의원수는 1명에 불과하다"며 "순천의 국회의원 2석은 당연하고 공정한 것이다"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전남 여수을 선거구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당의 순천.여수 갑.을.병 선거구 획정 논의에 반발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회재 제공


여수을 선거구 민주당 김회재 의원은 "순천을 비정상적 선거구로 만들어 놓더니 그 면피를 위해 여수를 제2의 순천 게리멘더링 사태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순천을 정상화하기 위해 그 피해를 여수가 고스란히 받아야 하냐. 여수를 기형적 선거구로 조정하려는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순천갑 이성수 예비후보는 "민주당 중앙당이 국회정개특위에서 또다시 순천시 해룡면을 잘라 여수·순천 갑·을·병 합병 조정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면서 "지난 총선 때도 해룡면을 잘라 광양으로 붙여 순천시민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아 시민들로부터 큰 원성을 사고 사죄했던 민주당이 순천시민에게 또다시 배신과 기만의 만행을 벌이고 있는 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당장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예비후보가 언급한 것처럼 지난 총선에서는 순천 선거구에서 해룡면이 광양쪽으로 떨어져나가면서 동부권 민심이 요동쳤고, 순천갑 선거는 민주당 소병철 의원이 당선되긴 했으나 성난 민심을 달래지 못해 당시 무소속 노관규 후보를 상대로 진땀 승부를 해야 했습니다.

순천 분구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지역 정치권에 대한 지역민의 여론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꼽히는 이윱니다. 

두 번째는 터줏대감격인 민주당의 공천입니다. 

민주당은 전남의 경선지역 발표를 미루고 있습니다. 우선 선거구 획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2월 말이나 3월 초까지도 경선 일정이 늦어질 거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당내 컷오프나 경선 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현역이나 예비후보가 제3지대 신당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호남권 경선을 최대한 늦출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또 텃밭에서 치러지는 민주당 당내 경선이 사실상 본선과 같아 상호 네거티브와 함께 치열하게 치러지면서 경선 후유증에 대한 후광을 개혁신당이 가져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경선으로 인해 당내 갈등이 심해질 경우 현역 의원 또는 민주당 내 일부 세력이 개혁신당 지지로 옮겨올 수 있다는 겁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인물론입니다.

전남 동부권에서는 개혁신당 천하람 최고위원의 순천 출마 여부가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천 최고위원은 지난 총선 때 처음 국민의힘으로 순천에 출마해 낙선한 이후 4년 동안 순천에서 생활하며 정치적 기반을 다져오다 이준석 대표와 함께 탈당했다. 천 최고위원은 "순천 출마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 출마 의사를 명확히하지 않고 있다. 

전남 순천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개혁신당 천하람 최고위원. 천하람 제공


민주당 탈당파를 이끌어온 이낙연 대표의 광주 출마도 변수로 꼽히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광주를 찾아 "호남 정치가 경쟁력을 잃은 것은 경쟁이 없기 때문"이라며 "경쟁하는 호남 정치를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출마할지, 전국 선거를 지원할지, 출마한다면 광주를 포함해 어디에서 출마하는 게 국가와 호남과 당에 도움이 될지 당과 상의하겠다"면서 "만약 출마한다면 광주를 최우선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대표는 "제가 광주와 전남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제대로 갚았을까 하는 채무의식에 늘 눌려 지내왔다"며 "기회가 되고 또 상황이 허락한다면 제 남은 인생을 광주와 전남에 바치고 떠나고 싶다 간절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호남은 여전히 민주당과 이재명 당 대표에 대한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도 신당 바람이나 무소속 돌풍 등 역동적인 변화를 보여온 만큼 이번 총선에서도 거대 양당에 대한 실망감이 판도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개혁신당이 천하람 최고위원이나 이낙연 대표 이외에도 호남에서 참신하고 중량감 있는 인물을 얼마나 내세우느냐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남은 두 달 동안 호남 표심은 어디로 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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