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 37개월 아기 감기…비대면진료 덕분에 무사히 넘겨"

오현아 2024. 2. 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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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크리스마스에 경기도 양평에 갔는데 37개월 아들이 감기에 걸렸어요. 근처 문을 연 소아과가 없어서 걱정이었는데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고 문 연 약국을 찾아 약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두 아이 아빠로서 비대면진료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습니다. 
조O호님(30대 남성, 직장인, 자녀 2명 양육, 부산시 거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개선안이 시행되자, 의료 접근성이 늘어났다는 이용자들의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비대면진료가 늘어나면서, 의료 소비자들의 불편이 크게 줄었다는 평가다. 

 비대면진료 이용자 수 7배 증가...
이용자들 "주말 응급실 방문 안해도 돼...만족"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8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확대로 인한 효과 및 국민 체감사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제도가 개선된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지난 2일까지, 50일 간 플랫폼 4개사(굿닥·나만의닥터·닥터나우·솔닥)에 접수된 비대면진료 요청 건수는 총 17만7713건이다. 제도 확대 직전 50일 간 접수된 2만1293건과 비교하면 7.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비대면진료 신청이 실제 진료로 연결되는 ‘진료 전환율’도 크게 개선됐다. 제도 확대 이전에는 23.7%에 불과하였던 진료 전환율이 75.8%까지 증가했다. 원산협은 이에 대해 "대상 환자 확인 절차가 간소화됨에 따라 비대면 진료에 참여하는 의료인 숫자의 증가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을 통한 전체 비대면진료 중 94.6%가 야간•휴일에 해당하는 평일 18시 이후(토요일 13시 이후), 주말 및 공휴일에 이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용자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인천시에 거주사는 40대 여성 이모씨는 "감기에 걸렸는데 개인사업자라 평일에 병원을 갈 수 없었는데 토요일이 되자 감기가 갑자기 심해졌다"며 "응급실 말고는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었는데 비대면진료를 이용해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2월에 제도가 바뀐거라던데 정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비대면진료 약 30%가 소아청소년과 진료
...'소아과 대란' 해소 도움될까

자료=원격의료산업협의회 제공


 비대면진료 확대 후 이용률이 가장 크게 증가한 진료과목은 소아청소년과다. 진료 과목 기준으로 소아청소년과 진료 비중은 4개사 평균 28.8%에 달했다. 솔닥의 경우 전체 진료의 54%가 소아청소년 진료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에 거주하며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30대 주부 서모씨는 "두 아이들이 자주 아픈데 소아과는 멀고 대기는 길어서 비대면진료를 이용하게 됐다"며 "만족도가 매우 높다. 아직 약 수령이 쉽진 않지만 아이들 데리고 병원가서 기다리는 것보단 나았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일과시간 중 병원 방문이 어려운 직장인, 자영업자 등은 물론 소아청소년과 대란, 일과 육아 병행으로 자녀 병원 진료에 어려움을 겪는 맞벌이 부부 등이 체감하는 제도 완화 효과가 매우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있는 요양기관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요양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50대 김모씨는 "기관의 일손이 부족해 어르신들의 병원을 모시고 가는데 제약이 있을 때도 있다"며 "비대면진료확대는 어르신들과 요양기관 종사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약 배송 원칙적 금지' 제도 여전...
尹도 "약 배송 안돼 불편하다" 지적

다만 약배송이 불가한 것에 대한 불만은 여전했다. 코로나 대유행 당시에는 비대면진료 이후 재택까지 약 배송이 가능했다. 그러나 시범사업 과정에서는 일부 섬·벽지 거주자, 거동이 불편한 노인, 감염병 환자 등을 제외하고는 약 배송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보완방안에서도 이 원칙은 유지됐다. 이에 비대면진료 이용자들은 주말에 비대면진료를 받고도 처방약이 없어서 여러 곳의 약국을 돌아다녀야 하는 일명 '약국 뺑뺑이'를 돌며 불편함을 겪고 있다.

처방약 제조 거부 사례도 이어졌다. 경기도 광주에 거주하는 20대 직장인 강모씨는 "주말에 비대면 진료를 받은 뒤에 열댓번 넘게 약국에 일일이 전화해서 조제 가능한지 확인했어야 했다"며 "처방전은 팩스로 받지 않는다고 거부하는 곳이 많아 정말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제2테크노밸리기업지원허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일곱번째, 상생의 디지털, 국민권익 보호'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한경DB
다만 제도가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의 목소리도 있다.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제7차 민생토론회에서 "정부가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진료를 이어가고 있지만 원격 약품 배송이 제한되는 등 불편함과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많은 국민들이 법 제도가 시대에 역행한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개정을 통해 비대면진료를 법제화한다는 게획이다. 이에 비대면진료가 시범사업에서 법제화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약배송도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시범사업 보완방안이 자리잡는 게 우선"이라며 "약 배송에 대한 향후 계획이 나와있진 않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를 총괄한 이슬 원산협 회장은  “비대면진료 이용자 대다수가 약 수령 절차 개선 등 보다 적극적인 제도 개선을 기대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의료 소비자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 기울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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