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무작정 굶었어요"…명절 연휴가 두려운 '독거 장애인'

김지은 기자 2024. 2. 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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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750만 시대, 또다시 '명절'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전체 장애인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율은 2014년 24.3%, 2017년 26.4%, 2020년 27.2%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편의점에서 누룽지를 사 먹거나 무작정 굶었다"며 "이번 명절에는 배달도 이용하고 식당도 가려고 미리 사전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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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쇤다]④장애인, 이틀 전부터 '공백' 대비…갑작스러운 안전사고는 고민
[편집자주] 1인 가구 750만 시대, 또다시 '명절'이다. 설렘이 사라진 지 오래다. 그렇다고 우울하지도 않다. 대세가 된 1인 가구들은 이미 '자기 스타일대로' 명절을 쇠는 방식을 찾았다. 혼자 사는 취준생, 직장인, 어르신, 장애인, 외국인들의 '2024년 설 연휴'를 기록한다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서 홀로 사는 50대 시각장애인 조모씨는 집 근처에 있는 식당에 홀로 방문해 식사를 했다. 조씨는 4일 간의 설 연휴 기간에도 해당 식당을 이용할 계획이다. /사진=김지은 기자

"거기 명절에도 문 여나요?"

서울 영등포구에서 홀로 사는 50대 시각장애인 조모씨는 8일 오전 분주하게 동네 식당에 전화를 걸었다. 죽집부터 칼국숫집, 순댓국집, 분식집까지. 명절에도 문을 연다고 하면 식당 이름을 몇 번이고 되뇌었다. 배달이 가능한 곳이 있으면 휴대폰 음성 녹음으로 기록했다. 그는 "설 연휴 기간에는 활동지원사가 없어서 이렇게 미리미리 알아둬야 한다"고 말했다.

9일부터 12일까지 4일간의 설 연휴를 앞두고 독거 장애인들은 일찍부터 분주하다. 의식주뿐 아니라 문화생활까지 일상 공백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명절 계획을 짰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전체 장애인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율은 2014년 24.3%, 2017년 26.4%, 2020년 27.2%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장애인 1인 가구 중 고령층 비율은 2011년 56.5%에서 2020년 61.9%로 증가했다.

조씨는 이번 설날에 고향 경북 예천에 내려가지 않는다고 했다. 버스 티켓을 예매하는 것부터 고속버스를 타는 일까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씨가 고향을 내려가려면 이른 아침 택시를 타고 고속버스터미널까지 이동해 버스 정류장을 찾고 3시간 이동 후 홀로 집을 찾아가야 한다. 이동 과정이 쉽지 않다 보니 고향에 안간지 벌써 5년이 넘었다.

조씨는 "고향집에 가도 80세가 넘은 부모님이 음식을 차려주시는 걸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며 "명절에는 전화로 안부만 묻는다. 나중에 부모님이 서울에 올라오면 그때 시간을 함께 보내는 편"이라고 했다.

조씨가 설날 연휴를 앞두고 필요한 물건들을 미리 구매한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조씨는 명절이 되면 음식이 가장 고민이라고 했다. 평소에는 아침, 점심, 저녁에 활동지원사가 집에 방문해 음식을 차려주곤 한다. 하지만 명절에는 근무하지 않아 조씨 혼자서 의식주를 해결해야 한다. 직접 요리를 해볼까 고민도 했지만 집에 불이 날까봐 엄두를 못 낸다.

그는 "예전에는 편의점에서 누룽지를 사 먹거나 무작정 굶었다"며 "이번 명절에는 배달도 이용하고 식당도 가려고 미리 사전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이틀 전에는 활동지원사와 함께 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빨래나 청소, 생필품 주문 등 기본적인 살림도 미리 다 해뒀다.

그럼에도 조씨는 명절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울적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올해는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문화생활 계획도 짰다. 평소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그는 오케스트라 공연 영상을 정주행할 예정이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무료 특선 영화도 알아봤다. 연휴 마지막 날에는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근처에 사는 친구 집에도 놀러 갈 예정이다.

나름대로 철저한 대비를 하긴 했지만 갑작스러운 안전사고는 여전히 두렵다고 했다. 조씨는 "혼자 사는 장애인은 집에 사고가 나도 발 빠르게 도와줄 사람이 없다"며 "그게 지금 가장 큰 걱정"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달 새벽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는데 당시 늦은 밤이라 도와줄 사람이 없어 애를 먹었다.

그는 "119에 전화하면 인근 병원까지만 이송시켜준다"며 "그 외에 진료나 행정 업무는 혼자 해야 한다. 몸도 아픈데 도와줄 사람도 없으니 서럽고 울적했다. 이번 명절은 제발 아프지 않고 넘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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