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설날의 유래’와 ‘세배’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2024. 2. 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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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극영(1903 ∼ 1988) 선생은 동요 작곡가로 유명하다. ‘반달’, ‘설날’, ‘따오기’ 등 우리 귀에 익숙한 곡이 참으로 많다. 그 중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라는 노래는 아직까지도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동요다. 그 노래에 섣달 그믐을 ‘까치설’이라고 하였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냥 설 전날을 까치설이라고 하는가 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까치설’이라는 말은 우리말이 전해오면서 변형된 것이다. 원래는 ‘아치설’, 혹은 ‘아찬설’ 등으로 불려왔다. ‘아찬’의 뜻은 한자로 ‘早’(이를 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이른설’이라는 말이다. ‘아찬설’은 묵은세배를 하는 날이다. 그래서 밤새도록 자지 않고 1년 동안 은혜를 입은 어른들을 찾아다니면서 세배를 하는 날이다.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된다고 하여 밤새도록 어른들을 찾아뵙고 절을 하라고 한 것이다. ‘아찬설>아치설>까치설’로 변한 것이다. 마치 ‘간자탕(間子湯)’이 감자탕으로, ‘간막이살(횡격막)’이 갈매기살로 변한 것과 같다.
한편 설날은 원일(元日)·원단(元旦)·정조(正朝)·세수(歲首)·세초(歲初)·세시(歲時)·연두(年頭)·연시(年始)·신일(愼日) 등으로 부른다. 주로 처음이라는 의미와 ‘삼가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대부분이 ‘시작하다’와 관련된 글자가 많다. ‘설날’이라는 말은 단어의 어원이 어떻게 되는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다. 한 살 더 먹기 때문에 ‘살’에서 유래했다고 보는 학자도 있다. 우리말은 모음의 변화로 의미를 바꾼 것이 많다. ‘남다’와 ‘넘다’, ‘늙다’와 ‘낡다’ 등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모음을 바꿔서 의미를 조금 다르게 사용하는 것이다. <월인석보>라는 책에도 예전에 나이를 셀 때 ‘설’로 발음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니까 ‘살’과 ‘설’은 어원이 같다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선날(새로 일어선 날)’에서 유래했다고 보는 학자도 있고, ‘낯설다’에서 유래해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그간 낡은 것에게 작별하고 낯선 날을 맞이하는 것”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말은 세월을 흐르면서 새로운 의미를 담고 정리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것이 옳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 필자가 보기에는 ‘살’과 ‘설’의 어원이 같은 것에서 유추하여 나이와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설날’이 되면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세배를 한다. TV에 유명인들이 나와서 시청자들을 향해 덕담을 하면서 큰절을 한다. 대부분이 양 손을 벌리고 절한다. 그러나 이것은 예법에 맞지 않는 것이다. 보통 세배를 할 때, 남자는 왼손이 위로 올라가고,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올라가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살아 있는 사람이나 축하하는 경우에 하는 예법이고 상사나 애통한 경우에는 손의 위치를 반대로 한다.(남자는 오른손이, 여자는 왼손이 위로 올라가도록 하는 것이 상가에서 절하는 예법이다.) 절을 할 때도 “할아버지, 세배 받으세요.”라고 하는 손주들이 많은데, 원래는 이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 명령형이기 때문이다. “앉으세요.”나 “절 받으세요.” 등의 표현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예전에는 “인사 올리겠습니다”, 혹은 “인사드리겠습니다”와 같은 높임법을 썼다. 훈장님께 인사할 때는 “좀 뵙겠습니다.”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물론 이와 같은 표현은 시대에 어울리지 않을 수 있어 바꿔야겠지만, 아직은 ‘명령형’을 사용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절하는 사람이 제자나 친구의 자녀, 연하자일지라도 이들이 성년일 경우에는 답배를 하는 것이 기본이다. 큰절은 어른이 답배를 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의 높은 분께 하는 절이다. 과거에 공자(孔子)가 十年長則肩背而後之(십년장즉 견배이후지 : 나이 차이가 10년이면 친구처럼 하되 약간 뒤에 간다)라고 했듯이 10년은 친구, 그 이상은 어른으로 대우하면 별 탈이 없다. 그리고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것이 손의 방향이다. 손은 공손하게 맞잡고(공수(拱手), 손끝이 상대방을 향해서는 안 된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실수하는 것 중 하나가 누워계신 분이나 아픈 분께 절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절대 절을 해서는 안 된다.

설날이 되면 즐거운 일도 많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다. 즐겁게 하루를 보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명절 후에 이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니 이제는 명절 행사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본은 지키고 조금씩 변하는 과정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요즘은 유림에서도 제사 지내는 방법을 바꾸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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