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적 갱신 직후 계약해지 통보…대법 “통지 후 3개월 지나면 효력 발생”

2024. 2. 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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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적갱신 직후 마음 바꾼 세입자
갱신된 임대차계약 시작하기도 전에 계약 해지 통보
대법 “그래도 3개월 지나면 계약 해지”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임대차계약이 묵시적 갱신된 경우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언제든지 계약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통지한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계약이 해지된다. 그런데 세입자가 마음을 바꾸는 바람에 갱신된 임대차계약 기간이 시작되기도 전에 계약 해지를 통지했다면 어떨까.

대법원은 “이런 경우에도 통지 후 3개월이 지나면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며 “갱신된 임대차 계약기간이 시작되길 기다려 그때부터 3개월이 지나야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기존엔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대법원이 관련 법리를 정리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임차인 A씨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취지로 낸 소송에서 A씨 측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원심(2심)은 임대인 B씨 승소로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와 B씨는 2017년 3월,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 대해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50만원 조건이었다. 이후 양측은 2019년 3월, 월세를 168만원으로 올리는 조건으로 계약을 2년 더 연장했다. 양측의 갈등은 계약 기간이 끝나갈 무렵인 2021년 1월부터 발생했다.

집주인은 이번엔 월세를 250만원으로 올리지 않으면 계약 연장이 어렵다고 했다. 그러자 임차인 A씨는 2021년 1월, 계약 갱신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에대해 임대인 측에선 갱신 요구 거절에 대한 정당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고, 결국 임대차계약이 2021년 3월부터 묵시적 갱신됐다.

상황은 복잡하게 꼬였다. 임차인 A씨가 돌연 마음을 바꿔 2021년 1월말,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전월세계약이 묵시적 갱신된 경우 임차인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 3개월 뒤 계약이 종료된다. 문제는 A씨가 갱신된 임대차계약 기간이 시작되기도 전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점이었다.

‘언제 계약이 해지됐느냐’를 두고 양측은 주장은 달랐다. A씨는 “계약 해지를 통보한 2021년 1월말부터 3개월이 지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B씨의 입장은 달랐다. B씨는 “2021년 3월부터 3개월이 지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통지 시점이 아니라 갱신된 계약 기간이 시작된 뒤부터 계산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계약 해지 시점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따라서 A씨가 B씨에게 지급해야 할 월세가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B씨 주장대로라면 A씨는 약 2개월치 월세를 지급하지 않은 셈이 됐다. 실제로 B씨는 A씨에게 돌려줘야 할 보증금에서 이를 공제하고 지급했다. 그러자 A씨는 “미즈급된 보증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하급심(1·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임차인 A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임대인 B씨의 주장이 맞다고 봤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17민사부(부장 김성원)는 2022년 9월, “피고(B씨)가 원고(A씨)에게 약 320만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임차인은 계약 갱신일 이전이라도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반면 2심은 B씨가 A씨에게 돌려줘야 할 보증금이 없다고 봤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15민사부(부장 윤강열)는 지난해 6월, 임대인 B씨 측 승소 취지로 판결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계약해지의 효력은 갱신된 임대차계약의 시작일인 2021년 3월부터 3개월이 지난 2021년 6월에 발생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계약 해지일을 B씨 주장대로 보는 게 맞다고 했다.

그 이유로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후 곧바로 철회할 수 있다고 한다면 임대인은 예상하지 못한 불이익을 부담하게 된다”며 “관련 규정상 계약기간 개시 전후를 불문하고 임차인에게 언제든지 계약종료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볼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급심에서 판결이 엇갈리자, 대법원이 교통 정리에 나섰다. 대법원은 1심 판결대로 임차인 A씨 측 승소 취지로 판단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볼호법 규정을 종합하면, 임대차계약에 갱신의 효력이 발생한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계약의 해지를 통지할 수 있다”며 “해지통지 후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법리는 계약해지의 통지가 갱신된 임대차계약이 시작되기 전에 임대인에게 도달했더라도 마찬가지”라며 “원심(2심)은 임대차계약 해지 통지의 효력 발생 시점 등에 대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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