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더, 더…" 끊이지 않는 공사비 증액, 분양가도 치솟는다

김효정 기자 2024. 2. 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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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천정부지' 아파트 高분양가, 어디까지②
[편집자주] [편집자주]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고 있다. 현실은 국민평형 분양가가 10억원을 넘지 않는 곳이 드물고, '분양가 상한제' 지역에는 차익을 기대하는 수요가 쏠린다. 다른 한편에서는 높은 분양가 탓에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아 결국 미달나는 단지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분양가는 왜, 얼마나 올랐나 그리고 언제까지 오를 것인가. 부동산 시장의 '키' 분양가를 파헤쳐본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공사비 증액은 높은 분양가로 이어진다. 공사비 인상과 설계변경으로 조합원 분양가가 1억, 2억원씩 오르는 단지도 있다.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조합이 집행부를 해임하거나 시공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서울 노원구 상계2구역 주택개발정비사업 시공사(대우건설·동부건설)는 최근 조합에 기존 472만원이던 공사비가 설계변경시 670만원까지 인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조합과 시공사는 2020년 입찰 당시 공사비(3.3㎡당 472만원)보다 123만원 오른 3.3㎡당 595만원에 공사비를 합의했다. 공사비 인상으로 조합원 예상 분양가는 1억원 넘게 뛰었다. 전용 59㎡와 전용 84㎡가 각각 5억5000만원, 7억7000만원에서 6억8000만원, 9억2000만원으로 올랐다.

분양가가 높아지자 조합 총회에서 공사비 인상이 반영된 관리처분계획안이 부결됐다. 만약 시공사가 제시한 추가 공사비까지 분양가에 전가된다면 예상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약 9억4550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 예상 분양가보다 최대 1억7550만원이 비싸지는 셈이다.
평당 510만원→890만원...70%씩 뛰는 공사비
공사비 증액으로 갈등을 빚는 사업장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조합)도 시공사(삼성물산·HDC 현대산업개발)와 공사비 증액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시공사는 지난해 10월 조합에 공사비를 3.3㎡당 889만원으로 올려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2018년 최초 계약 당시 공사비(3.3㎡당 510만원)보다 약 74% 인상된 금액이다. 조합과 시공사는 지난 2021년 공사비를 3.3㎡당 660만원으로 인상하는 데 합의했지만 시공사는 원자재 가격인상, 설계변경 등으로 인한 추가 인상을 요구했다. 시공사는 당초 인상안보다 낮은 810만원 수준에서 공사비를 협의 중이다.

지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건설은 지난 1일 부산 진구 범천1-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에 공사비를 3.3㎡당 539만9000원에서 926만원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기존 도급계약 대비 약 72% 오른 금액이다.

공사비 증액에 시공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도 있다. 부산 촉진2-1구역은 시공사 GS건설이 3.3㎡당 공사비를 987만2000원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하자 지난해 6월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3.3㎡당 891만원을 제시한 포스코이앤씨와 시공계약을 다시 맺었다.
공사비 인상에 분양가는 '신기록 행진'
공사비 인상의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 및 자재값 상승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주거용건물 건설공사비지수는 152.47이다. 2020년 12월(121.46)과 비교하면 25.5% 상승했다 .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자재 지수도 2020년 12월 106.4에서 2023년 12월 144.2로 35.6% 늘었다. 주요 건설자재인 철근과 시멘트가 자재값 상승에 한몫했다. 코로나19 펜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 차질이 이어지면서 철근 가격은 3년간 누적 64.6%, 시멘트 가격은 54.6% 상승했다.

공사비 상승은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진다. 서초구 신반포4지구(메이플자이) 시공사 GS건설은 지난해 최초 공사비 9352억원을 1조4000억원으로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 공사 중단 우려가 커지자 조합은 1980억원을 올리는 데 합의했다. 메이플자이 분양가는 역대 최고인 3.3㎡당 평균 6691만원으로 책정됐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 속도내는 정부…현실은 "글쎄"
공사비 증액 문제는 정부의 정비사업 제도 개선에도 걸림돌이다. 규제를 완화해 사업기간을 단축하겠다는 취지지만 비용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면 오히려 사업이 둔화될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비사업은 주거환경 개선 목적도 있지만 사업성도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며 "규제 완화로 초기 사업 추진은 많이 시도하겠지만 과정에서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가면 사업이 완료되기까지 험난한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시공사의 일방적인 공사비 증액을 규제할 방법도 없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자재값, 인건비 등 모든 비용이 올라가면서 공사비가 급증한 것"이라며 "사인간 체결된 도급계약을 정부가 나서서 규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신규 사업장에서는 정부가 배포한 '정비사업표준공사계약서'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최근 공사비 분쟁이 발생하는 사업지는 대부분 급격한 인플레이션 이전 도급계약이 체결된 곳이다. 표준공사계약서에 따라 시공사는 계약 전 공사비 세부산출내역서를 첨부해야 한다. 설계변경시 추가되는 자재값 또는 신규자재 여부를 표시해 단가 산정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조합과 시공사간 상호협의로 공사금액이 조정되는 현재 관행을 막기 위한 조치다.

박용선 국토교통부 주택정비과장은 "이번 표준계약서 도입으로 "분쟁이 많았던 계약사항들로 인한 분쟁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대한상사중재원 등을 통해 재판상 화해 효력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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