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딱! 소문난 그 떡 찾아 ‘떡지순례’ 떠나볼까

노정연 기자 2024. 2. 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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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은 흡족하게 가졌는데도 더 주어서 그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상태를 ‘밥 위에 떡’이라고 했다. 들여다보면 온갖 좋은 것은 떡에 다 있다. 갖고 싶지만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은 ‘그림의 떡’, 갑자기 찾아온 뜻밖의 행운은 ‘아닌 밤중에 떡’이다. 오죽하면 배고픈 호랑이가 산중에서 마주친 홀어머니의 광주리 속 인절미를 탐내었을까.

사진 서성일 선임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설날엔 떡국, 추석엔 송편. 떡은 명절이나 잔치 등 즐거운 날의 흥을 더하는 일등공신이다. ‘별식’을 넘어 주식으로, 디저트로 떡이 사랑받고 있다. 모양은 물론 맛과 재료까지 새로워지며 젊은층 사이에서 ‘핫템’으로 떠오른 덕분에 ‘떡픈런’(떡+오픈런), ‘떡케팅’(떡+티케팅), ‘떡지순례’(떡+성지순례)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한번 맛보면 자꾸 찾게 될 정도로 입맛을 당기니 마다할 필요가 있을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곁들이기 좋은 요즘 이름난 7가지 떡을 소개한다.

‘프로먹방러’들은 다 먹어본 그 떡, 아직 안 먹어봄?

오복떡집 ‘카카오티라미쑥’과 ‘앙버터찹쌀모나카’ / @5bok_

■오복떡집 / ‘카카오티라미쑥’

유행하는 음식이라면 꼭 먹어보고야 마는 ‘얼리먹방러’ 친구가 이 떡 한번 먹어보라며 내민 짙은 초록색 떡을 잊지 못한다. 간판만 봐서는 여느 동네 떡집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서울 성수동 오복떡집은 자체 개발한 트렌디한 떡으로 명성을 얻으며 성수동 ‘핫플’로 떠오른 떡집이다. 가장 유명한 떡은 ‘카카오티라미쑥’과 ‘얼그레이초코라떼 설기’. 쌉싸름한 쑥설기와 달콤한 카카오가루의 진한 풍미가 예상치 못한 궁합을 선보이며 쫀득한 떡의 식감과 어우러져 입에 착 붙는다. 은은한 홍차 향을 품은 얼그레이초코라떼 설기는 티타임 디저트로도 제격. 작년 출시한 신상 ‘앙버터찹쌀모나카’도 판매량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고. 서울·경기 지역은 퀵 배송, 멥쌀떡이라 좀 굳을 수 있지만 원한다면 택배 배송도 가능하다. 먹고 싶은 떡은 방문하기 전 미리 전화나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로 예약하면 품절 걱정을 덜 수 있다.

경기떡집 ‘이티떡’

■ 경기떡집 / ‘이티떡’

이름부터 특이한 ‘이티떡’은 쫄깃한 찹쌀피에 거피팥 고물을 두툼하게 붙여 만든 이북식 인절미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투박한 모양새가 외계인 같다고 해 이티떡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입에 넣으면 촉촉하고 달콤한 팥고물이 사르르 풀어지는 것이 반전매력. 소금간을 딱 맞춘 쫀득한 찹쌀피와의 조화도 일품이다. 1958년 서울 종로 흥인제분소를 시작으로 2대째 운영 중인 경기떡집은 이티떡 열풍을 일으키며 중장년 단골뿐 아니라 젊은층 입맛도 사로잡았다. 최길선 창업주의 아들 사형제가 의기투합해 가업을 잇고 있다. 본점은 서울 망원동. 명동 롯데백화점에도 입점해 있다. 베스트셀러인 이티떡은 오후가 되기도 전에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흰이티, 쑥이티, 흑임자이티 3종류가 있다.

떡이야 케이크야, 떡의 무한변신

시루케이크의 떡 케이크들. 앞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유자 설기케이크’, ‘블루베리 설기케이크’, ‘단호박 크럼블 설기케이브’, ‘흑임자 롤떡케이크’/서성일 선임기자

■시루케이크 / ‘흑임자롤떡케이크’

서울 상수역 인근 주택가에 자리 잡은 시루케이크는 100% 국내산 쌀로 만든 우리 떡에 서양식 베이킹을 접목한 다양한 떡케이크를 선보이는 곳이다. 2016년 KBS <도전! 미라클 레시피>에 출연해 우승과 함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한 김이화 대표가 매일 손시루로 정성스레 쪄낸 설기를 화려한 케이크로 만들어낸다. 고소한 흑임자 생크림을 쫄깃한 떡으로 돌돌 말아 만든 ‘흑임자롤떡케이크’는 이곳의 베스트셀러. 담백한 설기에 달큼한 단호박과 크림을 층층이 쌓은 후 바삭한 크럼블을 올린 ‘단호박 크럼블 설기 케이크’, 상큼한 유자청 크림과 화이트초콜릿으로 맛을 낸 ‘유자 설기 케이크’, 블루베리 떡 시트 위에 진한 우유 생크림과 과일을 얹은 ‘블루베리 설기 케이크’도 젊은층을 끌어들이는 인기 메뉴다. 쇼케이스 안 떡케이크들은 입에 넣어보기 전까지 떡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완벽 변신했지만 달거나 느끼하지 않다는 것 또한 취향 저격 포인트. 설기를 기본으로 생크림과 우유, 갖가지 과일 등 케이크마다 어울리는 재료를 엄선한 노력이 맛으로 느껴진다.

정애맛담 ‘앙버떡’과 ‘사색인절미’ / @anyjeongdam

■정애맛담 / ‘앙버떡’

빵과 단짝으로 여겨지는 버터와 떡의 궁합은 어떨까? 서울 남성사계시장 떡집 정애맛담의 ‘앙버떡’을 먹어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인기 디저트인 앙버터빵을 떡으로 풀어낸 앙버떡은 팥 앙금과 고메 버터를 설기 사이에 굵직하게 끼워넣은 샌드형 떡이다. 한입 베어 물면 포슬포슬한 떡과 부드러운 앙금, 고소한 버터가 입안 가득 차는데 이건 ‘맛없없’(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다. 팥소가 과하게 달지 않고 담백한 설기가 느끼한 맛을 잡아줘 부담스럽지도 않다. 앙버떡을 개발한 정애맛담 김정애 대표는 설기와 잘 어울리는 버터를 찾기 위해 시중에 판매되는 버터를 거의 다 먹어봤을 정도라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맛이다. 설기는 두부, 당근, 카스텔라 3가지 맛이 있다. 콩가루를 따로 묻혀 먹는 ‘사색인절미’, 쌀가루와 옥수수, 바질, 치즈를 조합해 만든 떡에 청양고추와 갈릭소스를 더해 맛을 낸 ‘갈릭콘치즈설기’도 한번 맛보면 자꾸 생각나는 별미다. 앙버떡은 여름을 제외한 봄, 가을, 겨울 시즌 택배 배송이 가능하고 다른 떡들은 사계절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빠른 자만이 먹을 수 있다. ‘떡대란·떡케팅’ 부른 그 떡들

익산농협 ‘생크림 찹쌀떡’ / 대한민국 구석구석 (korean.visitkorea.or.kr) 제공

■익산농협 / ‘생크림 찹쌀떡’

‘떡픈런’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이른 새벽부터 대한민국 떡덕후들을 줄 세웠던 익산농협 ‘생크림 찹쌀떡’은 여전히 누구보다 빨라야 맛볼 수 있는 떡이다. 익산농협 떡방앗간은 지난해 말 생산시설 증설을 완료하고 전국 10여개 하나로마트 매장으로 판매처를 확대했다. 익산농협이 지정한 온라인 판매처에서도 구매가 가능한데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온라인 마켓은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몇분 만에 완판될 정도로 ‘떡케팅’이 치열하다. 온라인 구매를 원한다면 네이버 블로그 ‘고운미당’에 올라오는 판매 일정을 주기적으로 확인하자. 아이스크림같이 부드러운 생크림과 얇고 쫀득한 찹쌀떡, 보들보들한 카스텔라의 조화가 호불호 없이 누구나 좋아할 맛이라는 게 떡케팅에 성공한 이들의 한결같은 평. 전국적 인기에 힘입어 흑임자, 녹차, 고구마, 초코, 딸기, 우유크런키맛 등 종류도 다양해졌다. 100% 경기도 찹쌀로 만든 정남농협 ‘크림 찹쌀떡’도 생크림 찹쌀떡의 뒤를 이어 품절 떡 대열에 합류했다.

좋은날좋은떡 ‘정담길 인절미’

■파주 ‘영의정 인절미’

파주 지역 커뮤니티 회원들의 공구 아이템으로 소문난 ‘영의정 인절미’도 문 열기 전부터 손님들 줄 세우기로 유명하다. 말랑한 인절미에 앙금을 가득 채워 넉넉히 콩가루를 입혔는데 한 개 집어 들면 콩고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푸짐하다. 겉모습은 특출날 것 없어 보이는 앙금 인절미지만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팥이 아닌 동부(콩)와 백앙금을 배합해 당도를 맞춘 것이 질리지 않는 맛의 비결. 땅콩과 견과류로 고소함을 높인 특제 콩가루와 부드러우면서 차진 인절미의 식감도 입이 심심할 때면 자꾸 생각난다. 어떤 연유로 ‘영의정’이라는 이름이 붙었나 했더니 인절미를 넣은 포장용 박스 제조사의 이름이 ‘영의정’이었단다. 사람들 사이에서 맛있는 인절미로 입소문이 나며 박스에 적힌 ‘영의정’이 이름처럼 불리게 되었다고. 파주 명물로 떠오른 이후 ‘교하좋은날떡집’ ‘좋은날좋은떡 정담길 인절미’ ‘궁중본영의정인절미떡집’ 등 여러 떡집에서 각기 다른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창원생과방 ‘생딸기망개떡’ / 노정연 기자

■창원생과방 / ‘생딸기망개떡’

수제 망개떡 전문점 창원생과방의 ‘생딸기망개떡’은 과일과 떡의 찰떡궁합으로 입소문을 탄 택배떡계 ‘무한재구매템’이다. 3대째 단감농사를 짓는 집안에서 태어나 부모와 망개떡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미영 대표(32)는 생딸기망개떡을 개발한 주인공. 청년농민연합회에서 전국 각지의 청년 농부들과 교류하며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경남 지역 전통 떡인 망개떡에 신선한 제철 딸기를 통째로 넣어 2017년 판매를 시작했다. 100% 국산 농산물로 정성 들여 만든 생딸기망개떡은 젊은층에게도 통했다. 주중 택배 주문 건수가 1500건에 이르는데 재구매율이 높다고. 주문한 지 하루 만에 도착한 택배 상자를 여니 은은한 망개잎 향과 달콤한 딸기 향이 진동한다. 윤기가 도는 망개잎을 걷어낸 후 한입 베어 물자 싱싱한 딸기 과즙이 입안 가득 터지고, 전남 신안산 팥을 12시간 삶아 만든 앙금이 단맛을 내며 새콤한 딸기와 어우러진다. 멥쌀로 만든 입자 고운 떡 피도 쫀쫀한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생딸기망개떡은 딸기철인 11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판매된다. 아버지 김형근씨가 직접 농사지은 단감, 샤인머스캣 등 다양한 과일을 넣은 과일 망개떡 세트는 명절 시즌이 되면 가장 먼저 동나니 맛보고 싶다면 서두르는 게 좋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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