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설'이냐 '음력설'이냐…설날 영어 표기에 눈치보는 국제사회

정지윤 기자 2024. 2. 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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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 국가들 "중국만의 문화 아닌 아시아 공통 문화"
아시아인 많은 지역선 포용 범위 넓은 '음력설' 채택
설 연휴를 앞둔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에서 열린 서당에서 만나는 설날 전통놀이 행사에서 어린이들이 윷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24.2.7/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설날을 맞이하며 음력 새해를 영어로 어떻게 표기할 것인지를 두고 국제사회가 고민에 빠졌다. 음력설을 지내는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중국설(Chinese new year)' 대신 '음력설(Lunar new year)'을 써야한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기념하는 큰 명절인만큼 음력 달력을 쓰지 않는 나라들까지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 외에도 음력설을 지내는 나라가 있기에 설날의 영어 명칭이 중국설이 아닌 음력설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음력설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는 나라에는 중국 말고도 말레이시아, 몽골,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총 12개국이 있다. 날짜는 같지만 명칭은은 제각기다. 중국에서는 '춘제(春節)', 베트남에서는 '뗏(Tết)', 인도네시아에선 '임렉(Imlek)'이라고 불린다.

CNN은 음력설의 역사나 이를 기념하는 방식에는 나라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서양권에서 이를 중국설로 묶어 통칭해버릴 경우 이러한 명절은 단순해지고 각국의 고유성을 지워버린다고 전했다.

이러한 논란에도 지난달 19일 발행된 용의 해 기념 유엔 우표에는 설날이 영어로 '중국 음력설(Chinese lunar new year)'이라고 표기됐다. 유엔 우편국(UNPA)은 매년 음력설 기념 우표를 발행해오고 있는데, 이때마다 '중국설' 표기를 고수해 아시아 국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10개의 우표로 구성된 우표 전지의 가장자리에는 중국식 문자인 간체자로 '용(龙)'이 쓰였다. 우표와 함께 발행된 기념 엽서 뒷면에도 '중국설' 표기가 인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유엔이 선택 휴일에 설날을 추가하면서 중국설이 아닌 음력설이라고 명시한 것과 상반되는 행보다. 유엔은 당시 성명에서 "음력설의 유엔 휴일 지정 여부는 오랜 기간 우리 중국 직원들의 관심사였다"며 "일부 중국 직원들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지지를 얻고자 중국설 대신 음력설이라는 명칭 사용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유엔 우편국이 발행한 2024 용의 해 기념 우표. <출처=유엔 우편국(UNPA) 홈페이지 캡처>

첨예하게 드러난 갈등에 브랜드나 각종 기관 등도 어느 한 쪽을 정하기가 난처한 입장이다. 지난해 대영박물관은 소셜미디어에 한국의 전통음악 공연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올리며 음력설이라고 표기했다가 중국인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중국 누리꾼들은 '내 문화를 도용하지 마라', '오늘은 중국설'과 같은 반응을 보이며 항의했다. 중국설을 지지하는 입장은 현재 각국에서 설날을 보내는 양식이 어떻든 그 기원은 중국식 역법에서 파생된 것이므로 기원을 밝힌 명칭을 써야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박물관 측은 해당 글을 삭제하고 '토끼의 해'로 표현을 바꾸며 중국 전통 그림을 게시했다.

국내에서도 인기 아이돌 뉴진스의 멤버 다니엘이 팬들과 영어로 채팅을 하던 중 설날을 중국설이라고 언급하면서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다니엘 측은 음력설로 표기하는 것이 맞다며 사과문을 올렸지만, 반대로 왜 수정하냐는 중국인들의 원성까지는 피할 수 없었다.

미국에서도 성탄절 인사를 두고 비슷한 논란이 있어왔지만 청자에 따라 유동적으로 표현하는 추세다. 이들은 성탄절에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라고 인사하는 것은 비기독교인에게는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의견이 제기되자 더 많은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표현인 '해피 홀리데이(Happy Holiday)'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다양한 아시아 국가 출신이 많은 지역에서는 포용 범위가 넓은 음력설 표기를 채택하고 있다. 최근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아이오와, 콜로라도 지역에서는 설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중국설이 아닌 음력설이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영미권 언론들도 음력설을 따르는 추세다. AP통신의 보도 가이드라인인 뉴스룸 스타일북은 중국설 대신 음력설으로 표기하길 권장했다. 이들은 "음력설은 동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명절이자 음력 달력의 출발을 알리는 날"이라며 "중국에서 알려진 이름인 춘제나 중국설 보다는 음력설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더 선호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워싱턴DC의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설날 기념 행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사자춤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2023.01.26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stop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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