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 급발진 주장 사망사고 3월 항소심…법정 공방 쟁점은

박주영 2024. 2.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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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법원 "차량 결함 의심"…검찰 "국과수 감식 이상 없어" 항소
자동차 급발진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사망사고를 내고 차량 급발진을 주장한 운전자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검사의 항소로 다음 달 2심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항소심에서도 사고 당시 차량에 결함이 있었는지 여부를 두고 검사와 피고인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항소3부는 내달 19일 403호 법정에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A(57)씨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연다.

A씨는 2020년 12월 29일 오후 3시 23분 그랜저 승용차로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내 광장을 가로질러 운전하다 이 대학 경비원 B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 측은 차량 결함으로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했다.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에는 A씨 차량이 대학교 지하 주차장을 나와 시속 10㎞로 우회전하던 도중 갑자기 가속하면서 주차 정산소 차단 막대를 들이받은 뒤 광장 주변 인도로 올라서 화분을 충격하고 이어 사망사고를 낸 모습이 담겼다.

13초 동안 속도가 37.3㎞, 45.5㎞, 54.1㎞, 63.5㎞로 계속 증가하다가 시속 68㎞의 속도로 피해자를 친 뒤 보도블록과 보호난간을 충격하고 나서야 속도가 줄어들었다.

B씨는 차량이 잔디가 깔린 광장을 넘어 인도로 진입하는 것을 제지하려다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1심 법원은 "피고인이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했다면 힘껏 밟았을 텐데, 해당 가속 구간의 밟은 양을 계산한 결과 50% 이하로 계산된다"면서 "교통사고 분석서에 따르면 피고인이 보도블록, 화분을 들이받고서도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13초 동안 계속 밟고 있었다는 것인데 이런 과실을 범하는 운전자를 상정하기 어렵고 피해자를 피하려고 방향을 튼 점, 여러 차례 브레이크등이 점등된 점 등으로 볼 때 차량 결함을 의심하기 충분하다"며 무죄로 봤다.

대전 법원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급발진 가능성을 인정해 사망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은 이례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3년부터 최근까지 급발진 의심 사고는 787건에 달하지만, 현재까지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도 결함 원인에 대한 증명 책임을 제조사가 아닌 피해 당사자가 져야 하는 현행 제조물 책임법상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은 A씨가 가속장치와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지 못해 사고가 났다고 주장한 만큼 항소심에서도 차량 결함이 없음을 입증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근거로 내세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에서도 주 컴퓨터 전자제어장치(ECU)에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A씨 변호인인 천대웅 변호사는 연합뉴스에 "ECU는 엑셀이나 브레이크를 밟았을 경우 그 기계적인 조작 상태를 인식해 잠김 방지 제동장치(ABS) 모듈레이터 등에 전달하는 원리로 작동하는데, 급발진은 ECU의 기능이 순간적으로 '먹통'이 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현재의 국과수 감정 방식은 기능이 정상 회복된 차량을 재시동해 검증하는 것으로, 사고 당시에 차량에 결함이 있었는지 감정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때문에 지금까지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 차량 결함을 인정한 국과수 감정 결과가 한 건도 없었던 것"이라면서 "검찰의 항소 이유는 피고인이 액셀과 브레이크를 혼동했다는 것인데, 피고인이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 13초라는 긴 시간 액셀을 50%도 안 되게 밟으면서 주행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항소심에서도 사고 당시 비정상적인 주행 모습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과 교통사고 분석서를 증거로 제시할 예정이다.

다만 사고 당시 차량이 이미 폐차된 만큼 차량 결함 여부를 밝히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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