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위한 일인극…‘국민 우롱’ 전파 낭비에 ‘역풍’ [논썰]

손원제 기자 2024. 2. 8.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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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KBS 대담’서 ‘디올 백’ 사과 안 해
“불난 집 기름 끼얹어”…시민단체, 조사 촉구
[논썰] ‘김건희’만을 위한 일인극, ‘국민 우롱’ 전파낭비에 ‘역풍’ 한겨레TV

안녕하세요. 논썰의 손원제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KBS 대담이 7일 방송됐습니다. 지난 4일 녹화한 걸 사흘 편집해 94분간 내보냈습니다. 보는 내내, 또 보고 난 뒤 큰 충격과 실망에 휩싸였다는 후기가 쏟아집니다. 윤 대통령은 국민 기대와 동떨어진 인식을 시종일관 드러냈습니다. KBS는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안에 대해 윤 대통령이 진땀을 흘릴 송곳 질문을 던지기는커녕, 대통령 듣기 좋고 답하기 편한 질문만 이어갔습니다.

[논썰] ‘김건희’만을 위한 일인극, ‘국민 우롱’ 전파낭비에 ‘역풍’ 한겨레TV

두 사람은 개고기 식용 금지법을 두고 ‘김건희 여사 애견’을 거론하며 3분4초간 대담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걸 두고도 3분4초간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나눴습니다.

반면, 국민 관심이 쏠린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묻고 답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이 부인 방탄을 위해 공적으로 써야 할 대통령의 거부권을 사적으로 남용했습니다. 국민 대다수는 거부권 행사가 잘못됐다고 평가합니다. 국회 재의절차도 남아있습니다. 그런데도 물어야 할 걸 묻지 않고, 답해야 할 걸 답하지 않았습니다.

[논썰] ‘김건희’만을 위한 일인극, ‘국민 우롱’ 전파낭비에 ‘역풍’ 한겨레TV

아마 여러 기자가 참여하는 기자회견이 생방송됐다면 달랐을 겁니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이 아닌 KBS 대담을 택한 이유일 것입니다. ‘대통령의 하수인’이 사장으로 오자, 곧바로 ‘정권의 나팔수’로 변신한 공영방송의 비루한 초상입니다. 윤 정권이 왜 그토록 방송 장악에 혈안이 돼 있는지 이젠 모두가 알게 됐습니다.

[논썰] ‘김건희’만을 위한 일인극, ‘국민 우롱’ 전파낭비에 ‘역풍’ 한겨레TV

“조그마한 백”…“정치공작, 아쉬운 점”

그나마 5분11초간 이어진 ‘디올 백’ 관련 대담도 국민을 허탈하게 만들었습니다. 대담 전에 이미 ‘몰카 공작’이라는 일방적 해명만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요. 실제 방송 내용은 더 초라합니다.

박장범 “이 파우치, 외국회사 그 조그마한 백이죠.”

윤석열 “제가 보기에는 좀 그거를 매정하게 좀 끊지 못한 것이 어떤 문제라면 문제고, 좀 아쉽지 않았나 (…) 제 아내 입장에서는 뭐 그런 여러가지 상황 때문에 물리치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이 되고 조금 하여튼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아쉽다는 말만 두번 거듭합니다. 이렇게 퉁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인가요.

“매정하게 끊지 못해서 그게 뇌물인 겁니다.”(고민정 민주당 의원, 8일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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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서도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어쨌든 그런 백이 왔다갔다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아주 곱게 안보고 있거든요. 그런 점에 대해서는 해명과 함께 사과도 필요하지 않았을까.”(이상민 국민의힘 의원, 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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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담에선 사과는커녕 김 여사를 ‘정치공작의 희생자’라며 변호하기 급급했습니다.

박장범 “여당에서는 김건희 여사가 정치공작의 희생자가 됐다라고 얘기를 하거든요. 동의하십니까?”

윤석열 “시계에다가 이런 몰카까지 들고 와서 이런 걸 했기 때문에 공작이죠. 또 선거를 앞둔 시점에 터뜨리는 것 자체가 정치 공작이라고 봐야죠.”

안드로메다에서 오기라도 한 걸까요. 국민들은 몰카 촬영의 문제점을 짚으면서도, 높은 도덕 기준이 요구되는 최고 권력자의 부인이 어떻게 뇌물성 고가 명품을 두번씩이나 받아챙길 수 있느냐는 점을 묻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런 행위는 현행법이 엄격히 금지하는 엄연한 범죄입니다.

“그럼 뇌물을 받든 폭행을 하든 사기를 치든, 몰카에 찍히면 그게 다 면죄가 되고 죄가 아닙니까?”(윤건영 민주당 의원, 8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단순히 사과로 끝날 문제도 아닙니다.

“이거 김영란법 아니냐는 지적이 있고 지금 국민권익위에 신고도 돼 있습니다.”(조응천 무소속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그런데 사과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사과를 하고, 그리고 수사에 나서서 국민들로부터 그 의혹을 떨쳐내야 되는 게 대통령의 의무인데 사과조차 없었던 대담이었다…”(고민정 민주당 의원, 8일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KBS의 행태도 한심합니다. ‘권력 감시’는 언론의 기본 사명입니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사실을 호도하려는 권력자의 말과 말 사이 빈 틈을 파헤치고 캐물어야 합니다. 가령,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수수 금지 금품 등을 받은 사실을 안 경우 공직자는 지체 없이 신고하고, 제공자에게 즉시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선물은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돼 관리, 보관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관련 법령엔 국가 귀속 선물을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받은 국가적 보존가치가 있는 선물’(대통령 기록물관리법) 또는 “외국으로부터 받은 선물”(공직자윤리법)로 분명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의 해명은 얼토당토 않은 궤변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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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디올백이 만약에 기록물에 해당이 된다고 하면 갤러리아 명품관은 박물관이냐.”(김웅 국민의힘 의원, 1월2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만약 기자회견이었다면 이를 짚는 질문이 속출했을 겁니다. 그러나 이번 대담에선 시도조차 없었습니다. 본질과 별 상관 없는 문답만 오갔을 뿐입니다.

박장범 “이슈 가지고서 부부싸움 하셨어요?”

윤석열 “전혀 안 했습니다.”

이러니 ‘약속 대련’ 의구심이 사그라들지 않는 것 아닐까요.

[논썰] ‘김건희’만을 위한 일인극, ‘국민 우롱’ 전파낭비에 ‘역풍’ 한겨레TV

‘김건희 특검법’ 질문·대답 사라져

껄끄러운 질문이 사라진 건 명품 백 추문만이 아닙니다. 사실 ‘디올 백’ 수수 이상으로 중요한 의혹이죠, ‘김건희 주가조작 특검법’에 대해선 아예 질문 자체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대답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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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은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개미 투자자를 먹잇감 삼는 중대범죄입니다. 더구나 김 여사가 가담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주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핵심 공범들은 모두 기소돼 1심에서 대거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검찰은 유독 김 여사에 대해서만은 4년 가까이 손을 놓은 채 ‘수사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특검을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게 대다수 민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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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민심에 기반해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대통령이 자기 가족을 지키기 위해 헌법적 권한을 남용한 첫 사례입니다. 그러나 그 뒤에도 여전히 특검 지지 여론은 압도적입니다. 지난달 이뤄진 전국지표조사(NBS)에선 거부권 행사가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23%)보다 ‘잘못’이라는 응답(65%)이 세배 가까이 많았습니다. 특검 에너지가 사라지긴커녕 더 응집되고 있음을 말해줍니다.(*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1월8~10일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 ±3.1%포인트, 응답률 15.8%.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조)

그렇다면 당연히 질문과 답변이 나왔어야 합니다. ‘부인 방탄’을 위한 거부권의 사유화 아닌가? 대선 후보 시절 “부인이 주식거래로 수천만원을 손해봤다”고 한 건 거짓 해명 아닌가? “국민은 늘 옳다”더니 자기 부정 아닌가? 언론은 묻고 권력자는 답할 책무가 있습니다. 그게 민주주의입니다. 그러나 이런 민심과 원칙은 싸그리 무시됐습니다.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박장범 “갑자기 그 노래가 생각나네요. (…) 사실 그 아메리칸 파이라는 노래를 부르셨어요. 미리 좀 준비를 하고 그러시는 거예요?”

윤석열 “아니요. 그게 아니고 우리 의전 비서관을 통해서 국빈 만찬 이후에 작은 음악회를 하는데 듣고 싶은 음악이 있으면은 (…) 그래서 제 아내는 뮤지컬 곡을 한 2~3개 듣고 싶다고 리퀘스트를 했고 저는 돈 매클린과 또 다른 가수의 노래 두 개를 리퀘스트를 했는데, 뮤지컬 가수는 다 오셨어요.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는 분을 모셨고 근데 이제 제가 듣고자 하는 분들은 아마 해외 공연이 있어가지고 못 오게 돼서 이제 뮤지컬 가수들이 그 노래를 대신했습니다.

근데 이제 아마 갑자기 돈 매클린씨가 자기가 노래를 못 부른다고 저한테 자기가 사인한 기타를 이제 백악관에다가 준 모양입니다. 그거를 저한테 이제 전달하는 과정에서 제가 그 신청을 하고 이제 그 노래를 좋아한다는 걸 아니까 한 소절 불러달라고 하다 보니 저도 그걸 피하기도 좀 그렇고 그래서 한 소절을 한 거…”

박장범 “그 노래는 젊었을 때 자주 들으셨나 보죠?”

국빈 방문 당시 숱하게 다뤄져서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는 사안입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묻고 답할 일인지 의문입니다. 비정상적 권-언 관계의 일단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윤-한 충돌’ 불법성 문답 없이 일방적 해명

이른바 ‘윤-한 충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이 일방적인 해명을 내놓고 넘어갔을 뿐입니다.

박장범 “한때 대통령실과 여당의 긴장관계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핵심은 한동훈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왔고 (…) 한동훈 위원장 잘하고 있는 것 같습니까?

윤석열 “저는 뭐 대통령이나 또 당의 대표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다 결국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일을 해야 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런 사사로운 이런 게 중요하지 않고 또 그런 걸 앞세워서 어떤 판단을 하고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장범 “알겠습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기껏 ‘사퇴 요구’ 얘기를 꺼내놓고는 “한 위원장 잘하는 것 같냐”고 묻는 걸로 넘어갑니다. 대통령의 공천 개입 등 당무 개입은 불법입니다.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보내 여당 대표를 물러나라고 했다면, 심각한 불법 의혹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이 “사퇴 요구가 있었다”고 한마디 했을 뿐, 대통령실에선 이를 공식 확인한 적이 없습니다. 어렵게 대통령을 직접 만났다면, 당연히 가장 먼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행위의 적절성 여부를 짚어야 합니다. 그러나 “대통령이나 당대표나 사사로운 게 중요하지 않다”는 ‘유체 이탈’식 해명만 늘어놓게 하고는 “알겠다”고 넘어갑니다. 뭘 알겠다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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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요구했는데, 그게 아니라 사퇴를 직접 요구하는 게 맞는 건가, 요구를 했다면 왜인지 이런 질문도 나왔어야 했고, 최근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 무죄라든지 이태원 참사 문제 이런 부분들 전혀 안 나와서 너무 민감한 질문들 피해간 거 아니냐 이런 지적이 있는데.”

고민정 “그분도 혹시나 정치권으로 (…) 그런 사례들을 염두에 두고 혹시나 너무 몸사린 거 아닌가. 수많은 기자 후배들은 참 부끄러운 대담이었다라고 평가할 거라고…”(고민정 민주당 의원, 8일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어떻습니까. 대담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럽습니다. 국민이 아니라 ‘김건희 여사’ 보라고 판을 깔아준 ‘일인극’을 본 것 같습니다. 설을 맞으며 이런 수준의 대담을 100분 가까이 지켜봐야 하는 현실이 참담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국민 눈과 귀를 가리려 한들 역풍만 커질 뿐입니다.

“오히려 국민들의 분노를 조장하는,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그런 대담인 것 같은데요.”(윤건영 민주당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시민사회에서도 “대통령 부부의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한 조사 필요성이 명확해졌다”(참여연대), “가족 비리 의혹에 ‘공정’의 잣대를 세우지 않는 이율배반은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을 것”(경실련)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금 권력자와 가족은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사사로이 남용하며 ‘법 앞의 평등’ 원칙과 정의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공영방송은 제 역할을 저버린 채 감시견이 아닌 애완견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민심의 심판과 견제만이 비정상을 바로잡고 무너진 정의를 바로세울 수 있습니다. 논썰에서 함께 계속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지금 바로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기획·출연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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