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상제여도 실거주 의무 없는 검단·운정

연규욱 기자(Qyon@mk.co.kr) 2024. 2. 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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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시세 저렴하면 의무없는 구조
지자체마다 제각각인 주변지역 요건
극명한 편차가 주택시장 혼란 야기

반경거리, 건축연한 등 공통기준 필요
10여 년 전 미국발 금융위기와 수도권 건설경기 침체 여파로 아파트 개발 사업이 중단됐던 검단신도시 일대 전경. <사진 제공=인천도시개발공사> 사전청약이 많이 진행됐던 검단신도시 일대 전경. 인천도시공사
지난달 말 입주를 시작한 인천 서구 ‘검단역금강펜테리움더시글로’. 총 449가구의 이 주상복합아파트엔 현재 약 100개에 달하는 전세 매물이 올라와 있다. 입주를 앞둔 집주인들이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기 위해서다.

정부가 발표한 실거주 의무 폐지 방안이 1년 넘게 가닥을 잡지 못하면서 전국 5만 가구 입주예정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실거주 의무에서 벗어나 맘편히 세입자를 구하고 있는 곳이 있다.

검단뿐만 아니다. 같은달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제일풍경채그랑퍼스트(1926가구)’ 역시 수백 건의 전세 물건이 세입자를 찾고 있다. 운정신도시도 도시 전체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거주 의무가 부여된 단지는 거의 없다.

현재 논란이 되는 실거주의무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21년 투기수요를 막기 위해 도입했다. 수도권 소재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이 대상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분양을 받으니 투자가 아닌 실거주하라는 취지에서였다. 실거주 기간은 최초 입주일로부터 2~5년 사이로 정해진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수도권 아파트라고 모두 실거주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주택법에 따르면 분양가격이 ‘인근지역 주택매매 가격(주변시세)’의 80% 미만이면 실거주의무 기간은 5년을 적용받는다. 분양가가 주변시세의 80% 이상 100% 미만인 아파트는 3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반면 주변 아파트보다 비싸게 책정될 경우, 수분양자는 실거주 없이 세입자를 구해 보증금으로 분양대금 잔금을 치를 수 있는 것이다.

검단·운정신도시가 여기에 해당한다. 본지가 이 제도가 시행된 2021년 4월 이후 현재까지 검단·운정신도시에서 분양한 38개 민영 아파트의 입주자모집공고를 확인해본 결과, 단 세 곳을 제외한 모든 단지들이 실거주의무가 없었다.

반면 같은 2기 신도시이자, 역시 최근 수년간 공급물량이 많았던 동탄2신도시는 모든 아파트에 실거주의무가 적용됐다. 지난 2021년 말 분양한 A62블록(호반써밋 동탄)은 실거주 의무 5년이 부여됐고, 지난해 10월 분양한 A57-2블록(금강펜테리움7차센트럴파크)도 5년이 적용됐다.

차이는 바로 주변 시세다. 검단·운정의 경우 주변 아파트 가격이 저렴해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높게 책정된 결과다. 반면 동탄2는 앞서 분양한 아파트값이 워낙 높게 형성돼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받는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검단신도시의 경우 실거주의무 기간을 결정하는 ‘인근지역’ 범위가 당하동·원당동·검안동·경서동 등 4개 동이다. 이 4개 동에서 최근 1년간 거래된 아파트 평균 가격을 주변시세로 정의한다. 이중 검암동과 경서동은 검단신도시와 인접하지도 않지만 20년 가까운 구축이 대부분이라 평균가격을 끌어내린다.

운정신도시는 ‘인근 지역’ 정의가 조금 다르다. 특정 동들로 한정시켜놓는 게 아닌, 분양단지와 인접한 동들을 포함시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가령 동패동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의 실거주의무기간을 정할 때 동패동과 인접해있는 목동동 등 실거래가를 참고하는 식이다. 목동동엔 준공된 지 20년 지난 아파트가 꽤 많아 평균 가격을 끌어내리는 효과를 준다.

반면 동탄2신도시는 비교대상이 대부분 동탄의 신축급 아파트다. 특히 최근 분양물량이 집중된 화성시 신동은 인접한 동이 같은 신도시의 목동·산척동 등이다. 대부분 2017년~2019년 준공된 신축급 아파트로 구성됐다. 분양가상한제 특성상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분양가가 훨씬 저렴하게 책정되니 실거주 의무기간도 길게 적용된다.

문제는 이같이 각 지차체마다 인근지역의 정의를 조금씩 달리해 지역별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물량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판가름하는 실거주의무는 수분양자 뿐 아니라 해당 지역 주택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며 “결국 폐지가 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보다 세부적인 기준을 만들어 모든 지자체에 공통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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