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분상제'인데…실거주 의무는 제각각

연규욱 기자(Qyon@mk.co.kr) 2024. 2. 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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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시세 저렴한 검단·운정
38개 아파트 중 3곳만 실거주
지자체마다 다른 기준 적용
전세 물량 공급 격차 야기
세부기준 공통적용 필요
주변 지역 시세 대비 분양가가 저렴해 실거주 의무가 대다수 적용되지 않은 검단신도시 일대 전경. 인천도시공사

지난달 말 입주를 시작한 인천 서구 '검단역금강펜테리움더시글로'. 총 449가구의 이 주상복합 아파트엔 현재 약 100개에 달하는 전세 매물이 올라와 있다. 입주를 앞둔 집주인들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기 위한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실거주 의무 폐지 방안이 1년 넘게 가닥을 잡지 못하면서 전국 5만가구 입주예정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실거주 의무에서 벗어나 맘 편히 세입자를 구하고 있는 곳이 있다.

검단뿐만이 아니다. 같은 달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제일풍경채그랑퍼스트'(1926가구) 역시 수백 건의 전세 물건이 세입자를 찾고 있다. 운정신도시도 도시 전체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실거주 의무가 부여된 단지는 거의 없다.

현재 논란이 되는 실거주 의무는 문재인 정부가 2021년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도입했다. 수도권에 소재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이 대상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분양을 받으니 투자가 아닌 실거주하라는 취지에서였다. 실거주 기간은 최초 입주일로부터 2~5년으로 정해진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수도권 아파트라고 모두 실거주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주택법에 따르면 분양가격이 '인근 지역 주택 매매가격(주변 시세)'의 80% 미만이면 실거주 의무 기간은 5년을 적용받는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80% 이상~100% 미만인 아파트는 3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반면 주변 아파트보다 비싸게 책정될 경우 수분양자는 실거주 없이 세입자를 구해 보증금으로 분양대금 잔금을 치를 수 있는 것이다.

검단·운정신도시가 여기에 해당한다. 매일경제가 이 제도가 시행된 2021년 4월 이후 현재까지 검단·운정신도시에서 분양한 38개 민영 아파트의 입주자모집공고를 확인해본 결과, 단 세 곳을 제외하고는 모든 단지가 실거주 의무가 없었다.

반면 같은 2기 신도시이자, 역시 최근 수년간 공급 물량이 많았던 동탄2신도시는 모든 아파트에 실거주 의무가 적용됐다. 2021년 말 분양한 A62블록(호반써밋 동탄)은 실거주 의무 5년이 부여됐고, 지난해 10월 분양한 A57-2블록(금강펜테리움7차센트럴파크)도 5년이 적용됐다.

차이는 바로 주변 시세다. 검단·운정의 경우 주변 아파트 가격이 저렴해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게 책정된 결과다. 반면 동탄2신도시는 앞서 분양한 아파트값이 워낙 높게 형성돼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받는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검단신도시의 경우 실거주 의무 기간을 결정하는 '인근 지역' 범위가 당하동·원당동·검암동·경서동 등 4개 동이다. 이 4개 동에서 최근 1년간 거래된 아파트 평균 가격을 주변 시세로 정의한다. 이 중 검암동과 경서동은 검단신도시와 인접하지도 않지만 20년 가까운 구축이 대부분이라 평균 가격을 끌어내린다.

운정신도시는 '인근 지역' 정의가 조금 다르다. 특정 동들로 한정해놓는 게 아닌, 분양단지와 인접한 동들을 포함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가령 동패동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 기간을 정할 때 동패동과 인접해 있는 목동동 등 실거래가를 참고하는 식이다. 목동동엔 준공된 지 20년이 지난 아파트가 꽤 많아 평균 가격을 끌어내리는 효과를 준다.

반면 동탄2신도시는 비교 대상이 대부분 동탄의 신축급 아파트다. 특히 최근 분양물량이 집중된 화성시 신동은 인접한 동이 같은 신도시의 목동·산척동 등이다. 대부분 2017~2019년 준공된 신축급 아파트로 구성됐다. 분양가상한제 특성상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분양가가 훨씬 저렴하게 책정되니 실거주 의무 기간도 길게 적용된다.

문제는 이같이 지자체마다 인근 지역의 정의를 조금씩 달리해 지역별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실거주 의무에 따라 해당 지역 전세 물량이 달라진다"며 "세부적 기준을 만들어 모든 지자체에 공통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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