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강요로 쓴 '재산분할포기 각서'…효력 있을까

김수아 인턴 기자 2024. 2. 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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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별거한 아내…과거 남편 강요로 '재산분할포기 각서' 작성
재산분할청구권리는 원칙적으로 이혼 성립할 때 발생
남편과 10년째 별거 중인 아내가 과거 남편의 강요로 재산 분할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는데 현재 황혼 이혼으로 하려고 한다며 고민을 전했다. (사진=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수아 인턴 기자 = 남편과 10년째 별거 중인 아내가 과거 남편의 강요로 재산 분할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는데 현재 이혼 하려는데 재산 분할을 청구할 수 있느냐는 고민을 전했다.

8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결혼한 지는 35년차, 별거한 지는 10년이 되었다는 여성이 사연을 보냈다.

A씨는 남편과 별거를 시작할 때 이미 이혼하기로 얘기했지만 혼자서 아이 셋을 키우다가 아직까지 이혼 절차를 밟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들이 이제 어느 정도 자라 법적으로 혼인관계를 정리하고 싶은데 재산분할 때문에 고민이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자신은) 아이 셋을 키우느라 일을 못했다. 다행히 친정에서 경제적 지원을 해줬고 틈틈이 아르바이트하면서 생활비와 양육비에 보탰다"면서 "남편은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데 그동안 자신이 돈을 벌어온다는 이유로 저를 무시했다. 결혼 생활 내내 생활비를 줄 때마다 유세를 떨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남편은 A씨에게 이혼하게 되면 재산 분할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도록 강요했다.

A씨는 "(남편에게) 결혼 전에 시댁으로부터 증여 받은 오피스텔이 있고 최근 아파트도 구입한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시댁으로부터 받은 재산도 있다"면서 "그에 반해 저는 내세울 게 없어서 걱정이다. 아무래도 협의를 통해 재산 분할을 하는 건 어렵냐"면서 고민을 전했다.

우리 법원은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때에 그 법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본다.

부부가 서로 협의하거나 법적 판단에 의해 재산분할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이 형성되기까지는 그에 대한 구체적 권리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어 재산분할청구권을 이혼 전에 미리 포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김규리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로 포기를 약속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재산분할 대상의 재산이나 재산 형성 기여도, 분할 방법 등에 관해 진지한 논의 없이 혹은 재산을 포기할 합리적인 이유도 없는 경우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의 성질이 효력이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각서를 작성했던 A씨의 경우에도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하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재산분할에 있어 가장 중점적으로 검토가 되는 것은 재산분할의 대상과 그 가액을 확정하는 일"이라면서 "이를 위해서 선행되는 것이 재산분할의 시점을 정하는 것이다. 사안의 경우 별거 시점이 명확한 데다가 별거 시점 이후로는 부부간 별다른 금전적인 교류도 없었기에 별거를 기준으로 재산분할의 대상과 가액을 확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별거를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른 시점으로 볼 경우 별거 후 취득한 재산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대상에서 제외된다. A씨의 남편이 최근 부동산을 취득했다면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별거 후에 취득한 재산이라도 별거 전에 해당 자산을 취득하기 위한 배경에 기여한 점이 있다면 예외적으로 해당 재산을 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김 변호사는 A씨의 남편이 결혼하기 전에 남편이 증여받은 부동산도 재산분할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산분할의 재산은 혼인 중 부부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이기 때문에 상속이나 증여 등 상대의 협력 없이 본인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특유재산’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특유재산 또한 재산을 유지하는 데 배우자가 협력한 경우 분할 대상이 되고, 이러한 협력에는 가사노동도 포함된다.

김 변호사는 "사연자분이 별거 시까지 약 20여 년 가량 실질적인 혼인 생활을 하였고 가사와 자녀들의 양육을 전담하면서 가정을 돌보고 친정으로부터 금전적인 지원을 받거나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부족한 생활비 등을 충당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사연자분 역시 상대방의 특유재산의 감소방지에 일정한 기여를 하였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sa307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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