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혼 때 남편 강요로 쓴 ‘재산분할 포기’ 각서, 효력 있나요?”

이가영 기자 2024. 2. 8. 10: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선DB

35년의 결혼생활 끝에 이혼을 결심한 여성은 고민이 생겼다. 10년 전 별거를 시작하며 남편의 강요에 못 이겨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기 때문이다. 홀로 아이 셋을 키우며 가정주부로 살아온 여성은 이혼할 때 재산을 나눠가질 수 있을까?

8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이 같은 내용의 사연이 다뤄졌다. 사연자 A씨는 “결혼한 지 어느덧 35년이 됐고, 아이들도 어느 정도 자라서 서류상으로 혼인 관계를 정리하고 싶다”며 “그런데 재산분할 때문에 고민”이라고 했다. 그는 “혼자서 아이 셋을 키우느라 일을 못 했다”며 “다행히 친정에서 경제적 지원을 해줬고, 저 역시 틈틈이 아르바이트하면서 생활비와 양육비에 보탰다”고 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은 10년 전 별거를 시작한 후 양육비를 보내주기는 했지만, 그 외 금전적 교류는 없었다고 한다.

A씨는 “부부싸움을 하다가 남편의 강요에 못 이겨서 ‘이혼하게 되면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 적이 있다”며 “남편은 결혼 전에 시댁으로부터 증여받은 오피스텔도 있고 최근 아파트도 구입한 것 같은데, 저는 내세울 게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송으로 재산분할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각서 썼더라도 재산분할 청구 가능”

김규리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사연자의 재산분할 청구는 가능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때에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이혼을 하지 않은 당사자가 부부가 협력해서 형성한 공동재산을 어떻게 분할할지 진지한 논의도 하지 않고,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할 합리적인 이유도 없는 상태에서 각서를 작성했다면 이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권리의 사전 포기”라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별거 이후 취득한 남편의 부동산은 재산분할 대상 제외

다만, 남편이 최근 구입한 아파트는 재산분할 대상이 되기 어렵다. 별거 기간 10년이 그 이유다.

김 변호사는 “별거 시점에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볼 경우 별거 이후 취득한 재산에 관해서는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했다. 이어 “별거 이후 상대방과 금전적인 교류가 전혀 없었고, 별거가 10년째 지속되던 상황에서 최근 상대방이 부동산을 취득한 것이라면 이를 분할 대상으로 삼기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시댁 증여 오피스텔은 재산분할 가능

원칙적으로 상속 또는 증여받은 재산은 상대방의 협력 없이 취득한 ‘특유재산’으로, 재산분할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한쪽 배우자가 적극적으로 그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했다면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A씨가 별거 시까지 약 20여년 가량 실질적인 혼인 생활을 했고, 가사와 자녀들의 양육을 전담하면서 가정을 돌보고, 친정으로부터 금전적인 지원을 받거나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부족한 생활비 등을 충당해 온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남편이 증여받은 부동산의 가치를 유지하는 데 A씨가 기여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