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소풍’ 김영옥 “스타 아니지만 자부심...다음 생에도 배우”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4. 2. 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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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숙·김해숙에 유언 남기기도...노인 존엄사 합법화 되길”
“마지막 기회란 마음으로...영화 아닌 우리의 이야기”
“반신마비 손자 괜히 언급했나...‘어때요?’ 하더라”
‘소풍’의 주연을 맡은 김영옥. 사진 I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김영옥(88)이 설 연휴 극장가를 찾는다. 절친한 동료 배우 나문희와 공동 주연을 맡은 영화 ‘소풍’(감독 김용균)을 통해서다.

‘소풍’ 개봉일인 7일 만난 김영옥은 “그냥 우리 이야기였다. 모든 게 자유롭고도 자연스럽게 이뤄진, 영화라기보다는 그냥 나의, 우리의 이야기였다. 100세 시대라곤 하지만 마냥 건강하고, 다 좋을 수만 없는 현실 안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에 대해 다룬 작품”이라고 말했다.

‘소풍’은 절친이자 사돈지간인 두 친구가 고향인 경남 남해로 여행을 떠나 16살 추억을 떠올리며 일상을 돌이켜보는 이야기를 그린다. 노년의 삶과 노인 문제, 존엄사 등의 문제를 다룬 휴먼 드라마로 ‘국민 배우’ 나문희와 김영옥이 주연을 맡았다.

김영옥은 “정말 예쁜 시기에, 정말 깊은 우정을 나눈 친구와의 삶 이야기”라며 “인생의 끝자락에서 가장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남은 삶을 바라보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담겼다. 아직 작품 속에 나오는 장면 정도로 건강이 나빠지진 않았지만 그동안 충분히 보고 들은 거니까. 우리 할머니의 모습을 다 봐왔기 때문에 연기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돈이든 가족이든 ‘건강’은 최대한 잘 챙겨야겠다는, 나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설명했다.

김영옥은 절친한 나문희와 ‘소풍’으로 극장 나들이를 했다. 사진 I 롯데엔터테인먼트
절친한 동료 나문희와 함께한 만큼 남다른 기분이었단다. 김영옥은 “글을 봤을 때부터 가슴에 와닿았다. 실제로 이게 영화화가 될줄은 몰랐는데 하나하나 프로젝트가 성사돼가는 걸 보면서 감격스러웠다. 우린 이 작품에 푹 빠졌고, 좋아했고, 소중하게 여겼다”고 깊은 애정을 보였다.

이어 “내게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오겠나 싶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매 작품 최선을 다하듯 이번에도 그랬다. 다른 게 있다면 가장 나답게 그냥 나 자체로 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도 오랜 동료 배우들과 함께 하며 따뜻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감독님 역시 우리를 그냥 마음껏 놀게 두셨다. 아주 큰 줄기만 굵직하게 잡아줬을뿐, 다 맡겨주셨다. 그래서 우리가 느낀대로, 애정한대로, 이해한대로 그 어떤 영화보다 열린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자, 그는 “오랜만에 엄마가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데 그걸 본 아들이 비꼬아 말하고 나가는 장면이 있다. 서운하더라. 한 평생 고생하고 희생하며 자녀들을 보필했는데, 순간 순간 부모들의 어떤 모습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 게 슬펐다. 실제로도 그럴 때가 있지 않나. (부모 입장에선) 그런 게 참 서운하고 가슴이 아프다”고 답했다.

그러고는 “젊은 세대들도 부모의 마음을 좀 헤아려줬으면 좋겠다. 찰나의 즐거움, 어떤 모습에 늘 그럴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서로 이해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힘들고 삶이 고단해도)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더불어 “저는 집에서도, 동료들한테도 유언을 수도 없이 흘리고 다녔다. 가족에겐 의식이 오락가락 할 때 오래 끌지 말라는 이야기도 한다”면서 “존엄사가 빨리 (합법화)되어야 할 거 같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닌 것을 의료행위로 끌고만 있는 것은 있어선 안 될 일이다. 내가 그러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그렇기 때문에 ‘소풍’은 내가 내 의지로 (삶을) 결정했다는 것이 담겨 중요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옥은 젊은 세대에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달라”고 당부했다. 사진 I 롯데엔터테인먼트
김영옥은 지난 6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 출연해 처음으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김영옥은 방송을 통해 67년간 세 자녀를 키우며 쉬지 않고 일해왔고, 만취 음주 운전자의 차량에 사고를 당한 아픈 손자를 8년째 돌보고 있다고 고백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는 “방송 이후 전화는 많이 받았다. 측근들이 많이 봤더라. 사실 다른 자리에서도 우리 손주가 그렇게 다친 얘기를 조금씩 비췄다. 다 아는 걸 정말 하늘을 손으로 가리지 그걸 굳이 내가 숨길 필요가 있을까 싶더라”라며 “집에 들어가면 걔가 정신은 멀짱하니 ‘할머니 어쩌구’ 얘기를 한다. 그런게 (내) 오히려 도움이 되고 힘이 된다. 여러 사정이 있고,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의 연장선이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출연하게 됐는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정해진 방송 시간 안에 모든 사연이 구구절절 담겨질 수 없으니, 충분하게 설명되지 않은 부분들로 자식들이 곤란할 수도 있으니까. 다행히 (자식들이) 이해해줬고, 손자도 ‘어때요?’하더라. 많은 분들도 오해 없이 봐주셨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소풍’과 같은 날 개봉하는 영화 ‘도그데이즈’의 윤여정이 “롤모델”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김영옥은 “어떻게 그런 대배우의...”라고 미소 지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나만의 역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 내가 잘할 수 있는 연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자아도취하는 순간이 있다. 그런 자신감으로 선택하고, 캐릭터에 작품에 빠진다”고 했다.

“할 때마다 너무 힘든 게 연기지만 가장 사랑하는 일이에요. 좋아서 선택했고, 여전히 연기를 하며 행복감을 느끼고, 어느새 나의 삶 그 자체가 됐죠. 후회는 없어요. 다음 생애에도 배우를 할 거니까요. 다음 생애가 있다면 그 땐 스타도 되고 싶고 빌딩도 세우고...(웃음) 농담이고요, 반짝하는 배우는 싫어요. 오래오래 연기하는 배우이고 싶어요. 지금의 저처럼. 스타는 아니지만 나만의 여역을 가진 것에 만족하고 자부심을 느낍니다.”

나문희 김영옥 그리고 박근형이 함께한 ‘소풍’은 7일 개봉, 설 연휴 극장 관객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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