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적자 18조…사옥 멀쩡한데 ‘연 7억’ 빌딩 빌리는 서울교통공사

심우삼 기자 2024. 2. 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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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가 멀쩡한 사옥을 놔두고 비좁은 별관으로 본사를 옮기기로 하면서 업무 공간 부족이 예상되자, 연간 7억원가량을 들여 추가 사무 공간 임차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지하철 운영 구간이 동북쪽으로 확장돼 사고·장애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기술사업소를 용답동 사옥으로 이동하는 게 필요하다. 또 해이해진 조직 분위기 쇄신을 위해 본사 근무지를 옮기는 측면도 있다"며 "본사 이전으로 빌려 쓰던 인재개발원 공간을 원래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건물 임차가 불필요한 지출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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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사옥.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가 멀쩡한 사옥을 놔두고 비좁은 별관으로 본사를 옮기기로 하면서 업무 공간 부족이 예상되자, 연간 7억원가량을 들여 추가 사무 공간 임차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18조원이 넘는 누적 적자로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갑작스럽게 추진된 본사 이전에 불필요한 예산이 낭비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7일 한겨레가 입수한 공사의 업무시설 임차 관련 내부 문건을 보면, 공사는 최근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6층 빌딩을 통째로 빌리는 내용의 계약을 추진 중이다. 임차료는 연간 7억원 수준으로, 임대 기간(3년) 동안 관리비를 포함해 27억원 상당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시가 지분 100%를 보유한 시 산하 공기업이다.

공사가 사무실을 빌리는 것은 올해 초부터 추진 중인 ‘본사 이전’ 탓이다. 교통공사는 오는 7월 성동구 용답동 사옥을 떠나 서초구 방배동 사옥(사당별관)으로 본사를 옮긴다. 대신 사당별관에 있던 서울교통공사의 기술사업소가 용답동 사옥으로 이전한다. 문제는 방배동 사옥의 연면적(1만6046㎡)이 용답동 사옥(2만3554㎡)의 70%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교통공사는 용답동 본사에서도 근무 공간이 부족해 근처 서울시 소유의 서울교통공사 인재개발원 공간 일부를 무상으로 빌려 쓰고 있다. 이미 공간이 부족한데, 더 좁은 건물로 이전하게 되자 사당별관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을 통째 임차하게 된 것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서울교통공사 사당 별관. 연합뉴스

공사 내부에선 지난해 취임한 백호 사장 주도로 추진되는 본사 이전에 대한 반발이 크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적자가 18조4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돼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3050억원의 지원금을 받은 데다,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들의 초과근무수당까지 깎았기 때문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공사 게시판에는 “푼돈까지 깎는 마당에 본사 이전에 어떤 명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외부감사가 필요하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큰돈을 들여 본사를 옮기는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백 사장은 본사 이전과 관련해 언론에 “분위기 쇄신을 위한 것”이라는 취지의 설명만 해왔다. 별도의 사내 의견 수렴 절차도 없었다. 교통공사는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최근 각 부서에 ‘본사 이전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논리를 보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사 직원은 한겨레에 “공사 재정을 악화시키면서까지 본사 이전을 강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지하철 운영 구간이 동북쪽으로 확장돼 사고·장애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기술사업소를 용답동 사옥으로 이동하는 게 필요하다. 또 해이해진 조직 분위기 쇄신을 위해 본사 근무지를 옮기는 측면도 있다”며 “본사 이전으로 빌려 쓰던 인재개발원 공간을 원래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건물 임차가 불필요한 지출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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