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을 명품백이라 부르지 못하고" KBS, 대통령 앞에서 "파우치..."
"박민 사장 노력에 눈물이 난다" "이악물고 '조그마한 파우치' 표현한 사회자 애처롭다"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KBS가 제작·방영한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대담에서 김건희 여사의 고가 가방 수수 의혹이 '파우치 논란'으로 표현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사안을 “정치공작”으로 칭하며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에게도 박절하게 대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하는 동안 의혹의 핵심을 찌르는 질문은 없었다.
KBS는 7일 오후 10시 1TV에서 'KBS 특별 대담-대통령실을 가다'를 방영했다.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촬영된 녹화본이 100분 분량의 영상으로 편집됐다.
이날 대담은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고가 가방(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처음 입장을 밝히는 자리란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관련 질문은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반려견들과 찍은 사진을 설명하는 장면에 이어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평소 여러 사안에 대해 많이 논의를 하느냐는 가벼운 질문에서 이어졌다.
박장범 앵커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의 조그만 백'을 어떤 방문자가 김건희 여사를 만나서 놓고 가는 영상이 공개됐다”는 말로 관련 질문을 시작했다. 이어 “이 영상을 본 국민들의 첫 번째 의아한 점은 당선 이후, 대통령의 부인 상태였는데 어떻게 저렇게 검증되지 않은 사람, 더구나 시계에 몰래카메라를 장착한 전자기기를 가지고 대통령 부인에게 접근할 수 있었을까, 이건 의전과 경호의 문제가 심각한 것 아니냐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사람들이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나”라고 물었다. 사안을 김 여사에게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이의 접근 문제로 축소한 질문이다.
이에 윤 대통령은 먼저 “용산 관저에 들어가기 전 일이다. 제 아내의 사무실이 지하에 있었다. 검색기를 설치할 수 없었다”면서 보안검색 기기 미비에 따른 문제라는 답을 했다. 윤 대통령은 “아내가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아버지와 동향이고 친분을 얘기하면서 왔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에게도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고 했다.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저는 아직도 26년간 사정 업무에 종사했던 DNA가 남아있기에 저라면 단호하게 대했을 텐데 제 아내의 입장에서는 그런 여러 상황 때문에 물리치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되고, 아쉬운 점은 있다”고 했다.
그러자 박 앵커는 “여당에서는 이 사안을 정치공작이라고 부르면서 김 여사가 정치공작의 희생양이 됐다고 얘기한다. 동의하냐”는 질문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이 사안을 “정치공작”으로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시계에 '몰카'까지 들고 와서 이런 걸 했기 때문에 공작이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 1년 지나서 터트리는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라면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 안 하게 조금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서 처신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 말씀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제2부속실은)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어떤 비위나 문제가 있을 때 사후에 감찰하고 하는 것이지 예방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면서 “박절하게 막지 못한다면 제2부속실에 있어도 만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김 여사가 받았다는 가방에 대한 후속 조치, 이를 입증할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은 전무했다. 김 여사가 받은 수백만 원 상당의 명품 브랜드 가방은 대통령실 창고에 '반환 물품'으로 보관됐다고 알려졌을 뿐이다. 김 여사가 처음 가방을 받고 이를 곧바로 돌려주지 않은 이유, 관련 기록의 존재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번 대담은 지난해 11월 '윤석열 정권 낙하산' 논란의 박민 사장 취임 후 '땡윤 뉴스'라는 조롱을 받는 KBS에 대한 비판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대담을 진행한 박장범 앵커의 경우 박 사장 취임으로 진행하게 된 '뉴스9'에서 여권 비판적인 보도들을 '불공정 보도'로 규정하는 사과 방송을 해 KBS 기자협회 등 내부 비판을 산 바 있다. 지난해 12월엔 KBS 탐사보도프로그램 '시사기획 창'이 윤 대통령 세일즈외교 홍보물로 전락했다는 KBS 내부 구성원, 시청자위원회 등 질타가 있었다.
대담 방영 직후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KBS 정말 애쓴다. '명품백'을 '파우치'로, '받았다'를 '놓고 갔다'고 표현. 이게 바로 '마사지'인가”라며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을 '신분이 불명확한 사람이 사저에 들어가 파우치를 놓고 온 사건'으로 포장한 박민 사장 노력에 눈물이 난다”고 했다.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미진한 연극 한 편 잘 봤다. 명품백을 명품백이라 부르지 못하고 이 악물고 '조그마한 파우치'라고 표현하는 사회자의 모습이 애처롭다”며 “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처음 펼쳐진 대통령의 공식 대담은 일말의 책임의식도 성찰도 없던 '봉창 60분'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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