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주식도 배당안하니 힘 못쓰네…올해 주가 상승률 살펴보니

작년 배당 안한 70개 종목
올해 밸류업 열풍에 찬밥신세
루닛 작년 469% → 연초 -31%
금양 356% 상승 → 27% 하락
성장주서 배당주로 수급 이동

[사진=연합뉴스]

당장 실적이나 현금흐름이 좋지 않아 배당을 지급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작년과 올해 주가 상승률이 크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엔 성장성에 대한 기대만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가 몰리면서 주가가 상승했지만 올해는 시장의 관심이 밸류에이션이 낮은 종목들로 쏠리면서 주가가 하락하게 된 것이다.

7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에서 시총순위 300위 기업 중에서 작년에 배당을 하지 않은 기업은 70개로 나타났다. 배당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절반 가량의 무배당 종목들은 주가 상승률이 작년 코스피 상승률(18%)를 웃돌았다. 작년 2차전지와 인공지능(AI)가 주도하는 성장주 랠리가 펼쳐지면서 당장의 현금흐름이나 숫자보다는 ‘내러티브’가 중요한 시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작년 한해 의료 AI기업 루닛은 469%, 로봇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는 410%, 2차전지 관련주 금양은 356%가 올랐다. 이외에도 소수 바이오주들 역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메지온 200%, 알테오젠 157%, 한올바이오파마 148% 씩 상승했다.

그러나 올해 상황이 확 바뀌었다. 무배당주 중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한 기업들은 20개에 불과하다. 루닛의 경우 거의 한달만에 35.1%가 떨어질 정도로 주가 조정폭이 컸다. 카나리아바이오, 바이오니아, 덕산네오룩스, 성일하이텍 등이 작년 한해 상승분을 한달 만에 되돌린 종목들이다.

올해 무배당주들의 주가 하락폭이 큰 이유는 단순히 주가 급등에 따른 조정이 아니라 시장의 색채가 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성장주들이 5년 이후의 성장률까지 주가에 모두 반영할 정도로 고평가를 받은 시기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그동안 소외되었던 저평가주, 고배당주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저PBR주들이 강세를 보여왔다.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한 후 코스피는 5.8% 올랐지만 고밸류 주식들이 모여있는 코스닥은 3.1% 하락했다. 더구나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연초 3.9%대에서 4.178%(1월 17일)까지 오르며 이자율에 민감한 성장주가 전세계적으로 조정받은 측면도 있다.

작년만해도 주식으로 얻을 수 있는 시세차익이 투자의 주된 목적이었다면 올해는 고배당주들이 주가도 오르고 배당수익도 기대되면서 수급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배당액이 확정된 후 배당을 받을 주주가 결정되도록 배당정책을 개선하면서 많은 기업들에서 ‘깜깜이 배당’ 문제가 해결되고 배당을 염두에 둔 매수가 활발해졌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실적 전망에 확신이 없던 주식시장이었는데 저평가 상태인 자산가치가 정부 주도로 재평가(리레이팅)될 것이란 기대가 많다”면서 “향후 가치주는 정부안의 강도에 따라, 성장주는 시장 금리의 방향과 신기술의 수익성에 반응하며 시장의 밸런스를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올해 무배당주 중에선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하락폭이 컸다. 전기차 시장의 빠른 성장 속도에 대한 기대로 올랐지만 전기차 시장이 둔화되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나오는 매출과 영업이익은 오히려 ‘역성장주’로서의 면모를 보였기 때문이다. 작년 48.9% 오른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올 들어 17% 하락했으며 코스모화학은 작년 92.9% 상승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22.6%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