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3”니모는 수를 안다...동물의 세계 ‘IQ 대왕’은?

곽수근 기자 2024. 2. 8.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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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동가리, 상대 줄무늬 수를 0~3까지 식별”

디즈니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 흰동가리(clownfish)는 과학 논문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로 꼽힌다. 영화처럼 부성애(父性愛)가 남다른 이유가 수컷에게 사람의 옥시토신과 비슷한 호르몬이 있기 때문이라는 논문이 있는데, 최근에는 흰동가리가 수를 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를 두고 지나친 해석이라는 지적도 나오면서 ‘동물의 지능’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줄무늬 수 구별하는 흰동가리

지난 2일 일본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대학 연구진은 흰동가리가 상대 몸에 있는 흰색 줄무늬 수를 구별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실험 생물학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줄무늬가 3개인 흰동가리를 알에서 깨어난 직후부터 분리해 키운 뒤, 줄무늬 0~3개 흰동가리를 각각 투입했을 때 반응을 관찰했다. 흰동가리는 줄무늬 수가 3개로 자신과 같은 상대를 만났을 때 공격 행동을 가장 강하게 나타냈고, 1~2개인 경우와 줄무늬가 없는 상대는 거의 공격하지 않았다. 줄무늬 수가 같은 상대를 자신과 같은 종으로 인식해 경쟁자로 여겼다는 것이다. 0~3개 줄무늬로 꾸민 모형 물고기를 투입한 실험에서도 같은 현상이 관찰됐다. 이를 근거로 연구진은 흰동가리가 줄무늬 수로 경쟁자를 식별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 “수를 셀 수 있다” “수학 능력이 있다”고 평가하자, “모양을 구별한 것이지 셈과는 무관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래픽=송윤혜

◇무척추동물 중 1등 ‘문어’

오는 11일까지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처럼 국가 대항 축구 경기 때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동물이 ‘문어(文魚)’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8경기의 승패를 연속해서 맞혀 ‘족집게’라는 별명이 붙은 독일의 문어 ‘파울’은 국기를 부착한 투명 플라스틱 상자에 들어 있는 홍합 두 마리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으로 승리 국가를 예측했다. 순전히 우연이라는 주장이 많았지만, 최소한 특정 국기를 인식할 수 있는 학습 능력은 있다는 주장이 맞섰다.

문어는 무척추동물이지만 척추동물에 맞먹는 지능을 가진, 이른바 ‘인텔리’로 통한다. 미로(迷路)도 생쥐 못지않게 탈출할 수 있고, 수조의 잠금 장치를 풀고 간단한 도구도 사용한다.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진에 따르면, 문어는 새우를 잡을 땐 그 앞에서 다리 하나를 살짝 흔들어 주의를 흐트러뜨리고, 느리게 움직이는 게를 노릴 땐 그물을 던지듯 순간적으로 달려든다. 다양한 사냥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호주 시드니대 연구진은 문어가 싫어하는 상대를 겨냥해 조개 껍데기와 진흙 등을 던지고, 상대는 맞지 않으려고 다리를 들거나 몸을 숙이는 행동을 한다고 밝혔다.

독일 막스 델브뤼크 분자의학연구소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문어의 마이크로RNA는 50여 개에 달해 무척추동물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조사됐다. 길이가 짧은 마이크로RNA는 유전자의 기능을 좌우, 많을수록 다양한 신경세포를 만들 수 있다. 문어는 뇌에 신경세포(뉴런)를 약 5000만개 가진 것을 비롯, 몸 전체에 약 5억개가 있다.

◇영상 통화 하는 앵무새

조류 중에선 앵무새가 ‘똑똑한’ 동물로 유명하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빈대 연구진은 앵무새가 먹이를 구할 때 도구를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단단한 열매의 틈을 벌릴 때는 굵은 나뭇가지를 쓰고, 뾰족한 막대기와 빨대도 적절히 활용해 먹이를 얻어냈다. 미국 노스이스턴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 실험에서는 앵무새가 사람처럼 영상 통화를 통해 동료와 유대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앵무새는 영상 통화를 하고 싶다고 종을 울렸고, 친구 앵무새와 영상 통화를 하면서 발성과 비행 등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꿀벌은 호주 왕립멜버른공대 실험에서 더하기와 빼기 훈련을 받은 뒤 72%에 이르는 정답률로 산수 실력을 뽐냈다. 다만 이를 수리 인지력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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