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없이 태어난 ‘버블보이’, 유전자 교정 치료 받는다

이병철 기자 2024. 2. 8. 04: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01년 개봉한 영화 '버블보이'의 주인공 지미 리빙스톤은 평생을 거품 모양의 격리된 공간에서 살아간다.

유전자 변이를 치료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산 라파엘 텔레톤 유전자치료 연구소가 이끄는 연구진은 8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생명체가 디옥시리보핵산(DNA)의 손상을 치료하는 방법을 활용해 중증 복합 면역 결핍증을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산 라파엘 텔레톤 유전자치료 연구소 연구진
환자 줄기세포 직접 채취해 치료제로 사용
줄기세포에 정상 유전자 삽입
“임상시험도 진행 중”

2001년 개봉한 영화 ‘버블보이’의 주인공 지미 리빙스톤은 평생을 거품 모양의 격리된 공간에서 살아간다. 외출을 할 때면 우주복처럼 생긴 보호복을 입어야 한다. 리빙스톤은 유전자 이상으로 면역력이 사라진 ‘중증 복합 면역 결핍증(SCID)’을 앓는 환자다. 같은 병을 앓아 외부 감염을 막기 위해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았던 실존 인물 데이비드 베터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다.

‘버블보이병’으로도 불리는 중증 복합 면역 결핍증은 현재까지도 완치가 어려운 난치병으로 꼽힌다. 유전자 변이를 치료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이 중증 복합 면역 결핍증을 유발하는 유전자 ‘RAG1′의 변이를 교정하는 치료법 개발의 단서를 찾아냈다.

2001년 개봉한 영화 '버블보이'의 한 장면. 중증 복합 면역 결핍증(SCID)를 앓는 주인공은 감염을 막기 위해 거품 모양의 격리된 공간에서 살아간다. 이탈리아 연구진은 최근 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개발했다./버블보이 캡처

이탈리아 산 라파엘 텔레톤 유전자치료 연구소가 이끄는 연구진은 8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생명체가 디옥시리보핵산(DNA)의 손상을 치료하는 방법을 활용해 중증 복합 면역 결핍증을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중증 복합 면역 결핍증은 유전자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유전병으로 유아 시기부터 증상이 나타난다. 환자는 면역세포인 B세포와 T세포의 숫자가 건강한 사람에 비해 급격히 감소하며, 외부에서 침입한 박테리아(세균),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하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생후 1년 내에 숨질 정도로 치명적이다.

중증 복합 면역 결핍증의 효과적인 치료법은 현재까지 줄기세포 이식이 유일하다. 정상적인 면역 줄기세포를 이식해 면역 기능을 회복하는 방식이다. 다만 기증자를 구하기 어렵고 세포 독성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치료가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연구진은 유전자 편집 기술과 생명체가 DNA 손상을 회복하는 과정을 활용해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환자의 줄기세포를 직접 채취해 유전자가위로 비정상 유전자를 잘라낸 후 정상 유전자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를 이식하는 치료보다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DNA가 외부 영향을 받아 손상돼 잘리면 생명체는 이를 회복하는 과정을 진행한다. 이 중 하나가 ‘상동 직접 수선(HDR)’이라는 과정이다. 일반적으로는 잘린 DNA를 그대로 연결하는 형태로 복구하지만 상동 직접 수선은 잘려진 부위에 새로운 유전자가 들어가는 형태다.

연구진은 중증 복합 면역 결핍증을 유발하는 유전자인 ‘RAG1′을 환자의 줄기세포에 직접 삽입해 면역 기능 회복 효과를 확인했다. RAG1은 변이가 발생하면 중증 복합 면역 결핍증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중증 복합 면역 결핍증에 걸린 생쥐의 줄기세포를 채취한 후 유전자 가위로변이가 일어난 RAG1을 잘라냈다. 그 자리에는 정상적인 RAG1 유전자를 넣은 후 상동 직접 수선을 통해 결합했다. 이렇게 만든 유전자 편집 줄기세포는 다시 생쥐에게 이식한 후 면역 기능이 회복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줄기세포 이식 후 약 12주가 지나자 면역세포가 다시 만들어지며 면역 기능이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체를 만드는 B세포는 2배 가량 증가했고 박테리아·바이러스를 직접 제거하는 T세포의 비율도 0%에서 5%로 증가했다. 잃어버렸던 면역 기능이 회복됐다는 증거다.

연구진은 “줄기세포 기증자의 나이, 건강, 이식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현재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리아 까스텔료 연구원은 “중증 복합 면역 결핍증 이외에도 다양한 유전질환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를 플랫폼으로 삼아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DOI: https://doi.org/10.1126/scitranslmed.adh8162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