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어쩌면 ADHD 때문일지도 몰라

장윤서 기자 2024. 2. 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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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한 성인들을 위한 ADHD 탐구서
어쩌면 ADHD 때문일지도 몰라./EBS한국교육방송공사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30대 직장인 A씨는 매번 다급하게 업무를 몰아서 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업무에 집중을 하지 못해 딴 짓을 하는 자신을 원망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는 ‘혹시 내가 성인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아닐까?’ 하는 막연한 의심과 ‘질병이라면 환자가 되는 것인가?’ 하는 불안과 낙인의 두려움을 동시에 갖게 된다. 결국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을 느낀 A씨는 병원에 방문해 자신이 ADHD인 것을 알게 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드물게 여겨졌던 ADHD라는 이름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만큼 익숙해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ADHD 환자는 지난해 기준 약 15만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대비 7배나 급증했다. 최근 성인 ADHD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다. ADHD임을 진단받지 못해 오랫동안 홀로 고군분투한 성인 ADHD 환자들을 위한 해설서가 나왔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쓴 책 ‘어쩌면 ADHD 때문일지도 몰라’는 ADHD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과 이 질병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고 싶은 두 사람의 대화로 시작된 성인 ADHD 탐구서다. 전작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를 통해 피곤하고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였던 저자는 최근 부쩍 증가한 20~40대 성인 ADHD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ADHD에 대한 책 집필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ADHD란 주의력이 산만해지고 활동이 지나치게 많고 충동적 행동을 하는 것이 특징인 질환이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ADHD라는 질병의 명칭이 정립된 것은 불과 36년밖에 되지 않았을 만큼 ADHD는 젊은 현대병 중 하나다. 소아기에 진단되고 치료받았어야 할 질병임에도 성인이 되어서야 문제를 인지하고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ADHD ‘열풍’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맥락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성인 ADHD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환자가 늘었다는 이유로는 설명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저자는 한국 사회 특유의 경쟁적인 분위기로 인해 개인이 마음 돌봄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점, 사회가 요구하는 높은 효율성의 기준들이 성인 ADHD 환자들의 삶을 더욱 고단하게 만든다고 진단한다. 그는 “사회적 안전망은 약해져 가는데 성취를 이루기 위한 기준은 높아지고, 주의력이 부족해 실수를 자주 하고 시간 관리에 취약한 환자들이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진다”면서 “ADHD인은 흡사 고장난 나사가 되어 오랜 시간 홀로 싸운다”고 말한다.

저자는 만약 사는 데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고, 끝내 해소되지 않는 어떤 지점이 자신을 괴롭힌다면 적극적인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ADHD의 증상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무기력하고, 지각하고, 실수하고, 과몰입하고, 집중하지 못하고, 울컥하고,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고, 덤벙대고, 항상 졸리고, 초조하고, 불안하고, 산만하고, 지적받고 혼나는 삶이다. 어떻게든 제대로 살아보려 하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개선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면, 어쩌면 ADHD가 원인일 수 있다.

책은 ADHD의 부정적인 측면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ADHD의 특성은 상당히 모순적이어서 이해하기 쉽지 않을 때도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갖지 못하는 독창성과 유연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의집중이 어려워 하염없이 일을 미루지만, 한번 발동이 걸리면 훌륭하게 일을 수행하기도 한다. 위계가 없는 자유로운 사고를 통해 어려운 자리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막힘없이 이야기하기도 하고, 타인의 실수나 잘못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으며 관대하게 받아들인다. 이 책은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지만, 사회에서 잘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준다.

안주연 지음|신동민 그림|EBS한국교육방송공사|336쪽|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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